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 들어 두 자릿수 주가 상승률을 이어가던 글로벌 주요 반도체 장비주가 암초를 만났다.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규제 속 중국이 자체 반도체 제조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 반도체 장비 구매를 늘린 덕에 수혜를 누렸으나 미국 정부의 대중 무역 제재 강화에 더해 유력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다 강력한 대중 반도체 수출규제를 꺼내 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 KLA와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 정규장에서 각각 6.42%, 5.97 내린 755.77달러와 206.53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 종목들은 올 들어서만 27~30%씩 주가가 올랐으나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만의 방위비 인상 취지에서 ‘미국의 반도체 사업을 대만이 전부 가져갔다’는 발언이 나오자 주가 조정을 겪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과 램리서치 주가도 올해 15~16%씩 올랐으나 이날 각각 3.40%, 5.19% 하락했다.

이들 반도체 장비주의 중국 매출은 2022년 말 미국의 수출통제 이후 두 배로 증가하는 등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규제 속에서도 수혜를 누렸다. 중국이 자체 반도체 제조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 반도체 장비 구매를 늘리자 실적 증가로 이어지면서다.

미 CNBC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보고서에서 KLA·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SML·램리서치의 2022년 4분기 중국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 가운데 17%였으나 올해 1분기에는 41%로 크게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선 미국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반도체 장비주의 주가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본다. 미국은 2022년 10월부터 미국 첨단 반도체와 관련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으며, 특히 최근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첨단 반도체 기술을 중국에 계속 허용할 경우 가장 엄격한 무역 제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BoA도 "반도체 관련 기술은 미국과 중국 무역 긴장의 한가운데 있다"면서 "긴장이 고조되면 중국 규제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