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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동향을 살필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곳이 송파구 잠실동이다. 강남 접근성에 한강변, 5000가구 안팎의 대단지, 롯데월드타워까지 집값에 영향을 주는 '4박자'를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이 돼버린 강남구 압구정·대치동·개포동이나 서초구 반포동 대신 성공한 중산층이 꿈꿀 수 있는 실낱같은 희망의 주거지가 바로 잠실이다. 잠실주공 1·2·3·4단지와 미성크로바, 진주, 잠실시영까지 재건축이 끝났거나 공사가 진행 중인 단계까지 왔다. 잠실 중심에 있는 장미1·2·3차는 '도심 속 열린 정원'으로 컨셉트를 잡은 서울시 재건축 신속통합기획안이 지난달 나왔다. 그럼에도 주변 단지에 비해 시세가 눌린 이유, 재건축이 더딘 이유를 알아봤다.
입지는 잠실 핵심 단지로 평가받는 잠실주공5단지에 크게 빠지는 게 없다. 북쪽으로는 한강공원이 있고, 아파트 안에 잠동초와 잠실중을 품고 있다. 동쪽으론 지하철 2호선 잠실나루역이 있다. 남쪽은 조금만 걸으면 잠실역과 롯데몰이 나온다. 용적률은 184%,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은 109㎡. 용적률은 잠실주공5단지보다 높지만, 가구당 대지지분은 43% 더 많다. 잠실주공5단지가 전용 84㎡ 위주로만 구성된 반면 장미는 전용 84㎡ 이상 대형 평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안이 주민에게 공개되며 기대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기존 계획 대비 14층 높은 최고 49층에 887가구 늘어난 4800가구로 기획안을 내놨다. '도심 속 열린 정원'으로 컨셉트를 잡아 단지 안에 4개의 정원을 두기로 했다. 특히 1차에는 조경 건축을 적용한 원형 정원을 설치해 주민 만족도를 높이는 방안이 담겼다.
중심부에는 녹지 위주 중앙 광장을 두고, 바깥쪽 도로변으로는 2~3층 높이 상가와 커뮤니티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 상가·커뮤니티 시설 위로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옥상 정원을 놓아 주민이 쉴 수 있는 녹지의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단지 주변으로는 공공기여를 받아 3개 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한강변 첫 주동은 15~20층 내외, 중심부 경관 특화 주동은 49층 고층으로 짓기로 했다. 한강 조망 비율은 전체 가구의 약 70%. 잠실나루역 주변 교통체계를 개편해 개발 가용지를 19만8000㎡에서 21만3000㎡로 늘리는 혜택까지 줬다. 잠동초와 잠실중은 단지 안에 존치할 예정이다.
장미 아파트의 재건축이 더딘 까닭은 기본적으로 상가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장미는 상가가 A·B·C동으로 나뉘어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상가 조합원은 500여명. 마찬가지로 상가 때문에 재건축이 사실상 중단된 은마아파트(415명)보다 많다. 3개 동 중에서 잠실나루역 근방에 위치한 C동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현행 계획에 큰 불만은 없지만, A동과 B동은 반발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2020년 장미 재건축 조합이 어렵사리 설립된 배경은 상가 측이 '준주거 종 상향을 전제'로 해 독립정산제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준주거 종 상향이 이뤄지면 그만큼 상가 땅의 가치가 높아져 나중에 분양받을 때 유리해진다. 그 당시 상가 조합원도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도록 협의하면서 동·호수 추첨에선 아파트 조합원에게 우선권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서울시와 송파구, 업계에선 준주거 종 상향이 서쪽에 인접한 학교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설령 학교를 단지 중간에 옮긴다고 해도 일조권 제한으로 아파트 층수를 낮출 수밖에 없어 가구 수가 대폭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조합원 분담금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서울시도 이를 고려해 상가 지역도 3종 주거지로 유지할 계획이다. 상가 측에선 준주거 종 상향을 전제로 조합설립에 동의했는데 조합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합과 상가 측의 논의는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가 측의 반발을 고려한 아파트와 상가의 토지 분할도 쉽지 않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와 상가의 토지 경계를 구분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토지를 나눈다쳐도 상가 조합원이 원하는 만큼 주상복합을 지을 땅이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행인 건 일단 조합이 설립됐다는 점이다. 조합이 설립되려면 전체 토지 등 소유자 4분의 3, 토지면적 2분의 1 이상 동의뿐 아니라 개별 건물 소유자의 2분의 1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이 요건 때문에 상가 반발로 조합 설립에 어려움을 겪는 재건축 단지가 적지 않다. 향후 아파트와 상가의 협의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여지가 남아있다는 설명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잡힐 듯 안 잡히는 장미아파트의 '장밋빛 미래'
잠실 장미1·2·3차는 1979년(1·2차)~1984년(3차) 송파구 신천동 7 일대에 순차적으로 지어진 대단지 아파트다. 41m 규제를 적용받아 14층, 33개 동, 3402가구로 건설됐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로 도산한 라이프주택이 잠실권역에 지은 트리오(진주·미성·장미)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단지다. 진주와 미성은 각각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와 '잠실 르엘'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장미는 잠실미성·크로바와 같은 2005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15년이 지난 2020년에야 간신히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6년 이상 뒤처진 것.입지는 잠실 핵심 단지로 평가받는 잠실주공5단지에 크게 빠지는 게 없다. 북쪽으로는 한강공원이 있고, 아파트 안에 잠동초와 잠실중을 품고 있다. 동쪽으론 지하철 2호선 잠실나루역이 있다. 남쪽은 조금만 걸으면 잠실역과 롯데몰이 나온다. 용적률은 184%,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은 109㎡. 용적률은 잠실주공5단지보다 높지만, 가구당 대지지분은 43% 더 많다. 잠실주공5단지가 전용 84㎡ 위주로만 구성된 반면 장미는 전용 84㎡ 이상 대형 평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안이 주민에게 공개되며 기대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기존 계획 대비 14층 높은 최고 49층에 887가구 늘어난 4800가구로 기획안을 내놨다. '도심 속 열린 정원'으로 컨셉트를 잡아 단지 안에 4개의 정원을 두기로 했다. 특히 1차에는 조경 건축을 적용한 원형 정원을 설치해 주민 만족도를 높이는 방안이 담겼다.
중심부에는 녹지 위주 중앙 광장을 두고, 바깥쪽 도로변으로는 2~3층 높이 상가와 커뮤니티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 상가·커뮤니티 시설 위로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옥상 정원을 놓아 주민이 쉴 수 있는 녹지의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단지 주변으로는 공공기여를 받아 3개 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한강변 첫 주동은 15~20층 내외, 중심부 경관 특화 주동은 49층 고층으로 짓기로 했다. 한강 조망 비율은 전체 가구의 약 70%. 잠실나루역 주변 교통체계를 개편해 개발 가용지를 19만8000㎡에서 21만3000㎡로 늘리는 혜택까지 줬다. 잠동초와 잠실중은 단지 안에 존치할 예정이다.
다른 단지 3억원 뛸 때 장미는 1억... 왜?
그럼에도 전용 84㎡(34평)를 놓고 비교하면 잠실주공5단지와는 5억원 이상의 시세 차가 난다. 장미 1차 전용 84㎡ 타입은 지난달 29일 21억원(11층)에 거래됐다. 잠실주공5단지는 지난 12일 26억5700만원(4층)에 주인이 바뀌었다. 잠실주공5단지는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올해 들어서만 3억원가량 올랐지만, 장미는 1억원 남짓 오르는 데 그쳤다. 잠실시영을 재건축한 동쪽 파크리오는 같은 평수가 지난 10일 22억5000만원에 팔리면서 올해 들어 3억원 뛰었다.장미 아파트의 재건축이 더딘 까닭은 기본적으로 상가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장미는 상가가 A·B·C동으로 나뉘어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상가 조합원은 500여명. 마찬가지로 상가 때문에 재건축이 사실상 중단된 은마아파트(415명)보다 많다. 3개 동 중에서 잠실나루역 근방에 위치한 C동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현행 계획에 큰 불만은 없지만, A동과 B동은 반발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2020년 장미 재건축 조합이 어렵사리 설립된 배경은 상가 측이 '준주거 종 상향을 전제'로 해 독립정산제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준주거 종 상향이 이뤄지면 그만큼 상가 땅의 가치가 높아져 나중에 분양받을 때 유리해진다. 그 당시 상가 조합원도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도록 협의하면서 동·호수 추첨에선 아파트 조합원에게 우선권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서울시와 송파구, 업계에선 준주거 종 상향이 서쪽에 인접한 학교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설령 학교를 단지 중간에 옮긴다고 해도 일조권 제한으로 아파트 층수를 낮출 수밖에 없어 가구 수가 대폭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조합원 분담금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서울시도 이를 고려해 상가 지역도 3종 주거지로 유지할 계획이다. 상가 측에선 준주거 종 상향을 전제로 조합설립에 동의했는데 조합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합과 상가 측의 논의는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가 측의 반발을 고려한 아파트와 상가의 토지 분할도 쉽지 않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와 상가의 토지 경계를 구분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토지를 나눈다쳐도 상가 조합원이 원하는 만큼 주상복합을 지을 땅이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행인 건 일단 조합이 설립됐다는 점이다. 조합이 설립되려면 전체 토지 등 소유자 4분의 3, 토지면적 2분의 1 이상 동의뿐 아니라 개별 건물 소유자의 2분의 1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이 요건 때문에 상가 반발로 조합 설립에 어려움을 겪는 재건축 단지가 적지 않다. 향후 아파트와 상가의 협의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여지가 남아있다는 설명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