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간째 환불을 받기 위해 대기하던 피해자들이 위메프 대표와 직원 등을 막아서고 항의하고 있다. 사진=김세린 기자
수시간째 환불을 받기 위해 대기하던 피해자들이 위메프 대표와 직원 등을 막아서고 항의하고 있다. 사진=김세린 기자
“아침 일찍 와서 대기하던 사람들은 뭐가 되나요?”
“지금 방법이 맞다고 생각합니까?”
“가족여행 다 망쳤는데 몇 시간째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25일 오후 4시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위메프 본사 앞.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와 직원들이 얼굴을 비추자 이곳에 줄지어 기다리고 있던 피해자들은 길을 막아서며 이 같이 불만을 터뜨렸다. 곳곳에서 항의와 함께 욕설까지 쏟아졌다.

이날 오전부터 위메프 본사에서는 몰려든 소비자들 상대로 환불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위메프는 현재 결제자 이름과 연락처, 예약번호, 상품명, 환불요청 수량, 예금주 이름과 계좌번호를 종이에 적게 한 뒤 순차로 환불금을 입금해주고 있다.

다만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일부 피해자들은 환불 순서와 절차, 늦어지는 대기 시간 등에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대표와 직원들의 이동을 막아서고 명확한 해결책을 내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폭발한 피해자들. 경찰이 안전 사고 방지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김세린 기자
결국 폭발한 피해자들. 경찰이 안전 사고 방지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김세린 기자
현장에는 음료수와 음식 등 쓰레기가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기다리다 지친 이들은 바닥에 앉아 쉬는가 하면, 아이를 동반한 부모는 칭얼거리는 아이를 달래며 애타게 기다렸다.

한 피해자는 “왜 방법을 바꿔서 엉망진창이 됐냐. 수백명을 바보로 아는 것이냐”라고 고성을 질렀다. 다른 피해자는 “멀리서 온 사람도 많다. 지금 대표님은 대표가 아니고 우리 돈 떼먹은 사람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 다른 피해자가 “정오에 왔는데 환불받았다”고 말하자 “난 기다린 지 10시간이 넘었는데 이게 무슨 상황이냐”는 등 주변에서 원성이 쏟아졌다.

현재 위메프 본사에는 환불 처리를 받지 못한 피해자 200여명이 몇 시간째 대기 중이다. 이와 관련해 위메프 관계자는 피해자들 앞에 서서 “환불 처리를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사람(인력)을 구하고 있다”며 “(피해 사실이 담긴) 서류는 스캔본을 떠서 공유파일로 가지고 있다. 순차적으로 환불을 할 것이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피해자들을 달랬다.
피해자들과 마주한 위메프 대표, 직원. 사진=김세린 기자
피해자들과 마주한 위메프 대표, 직원. 사진=김세린 기자
앞서 류 대표는 이날 낮 12시20분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은 고객이 가장 급하게 원하시는 환불을 완수하려고 한다. 현재까지 (현장에서) 700건 처리를 완료했다. 처리방식 변경으로 속도가 빨라질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고객 환불부터 집중한 뒤 소상공인·영세상인 등 판매대금 지급 문제에 대응할 방침이라고 했다. 그는 판매자 대금 및 환불 자금 마련에 대해 "큐텐 그룹사 차원에서 다 같이 대응하고 있다"며 "큐텐·위메프·티몬 다 합쳐서 그룹사 전체가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사동 티몬 본사에도 정산받지 못한 판매자와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 수 십명이 몰려들었지만, 사측이 현장 대응에 나서지는 않았다. 티몬과 위메프 모두 직원들이 재택근무로 전환한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고 신속한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합동 현장점검에 나섰다.

두 기관은 이날 현장점검에서 정산 지연 규모 등 판매자에 대한 대금 미정산 현황, 판매자 이탈현황과 이용자 환불요청과 지급상황을 확인하는 한편, 소비자에 대한 대금환불 의무 및 서비스 공급계약 이행 의무 등 전자상거래법 위반 여부를 점검했다.

위메프와 티몬 측에 책임 있는 자세로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