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아동들도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클럽, 모두의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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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예술극장 <모두의 클럽>
영국의 댄스팀 '세컨드 핸드 댄스'의 작품
자폐증 등 신경 다양성 아이들이
음악에 맞춰 춤추고, 포옹하고 뛰어노는 공연
이번 공연 위해 내한한 '세컨드 핸드 댄스' 인터뷰
키어 패트릭, 마리아나 카밀로티, 래슬리 하워드
영국의 댄스팀 '세컨드 핸드 댄스'의 작품
자폐증 등 신경 다양성 아이들이
음악에 맞춰 춤추고, 포옹하고 뛰어노는 공연
이번 공연 위해 내한한 '세컨드 핸드 댄스' 인터뷰
키어 패트릭, 마리아나 카밀로티, 래슬리 하워드
춤추고, 뛰고,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드는 클럽. 불금을 즐기는 청춘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자폐 스펙트럼, 학습 장애가 있는 아이들도도 즐길 수 있다.
지난 23일과 24일 서울 충정로 모두예술극장에서 공연한 <모두의 클럽>에서다. 원제는 'We Touch. We Play. We Dance'로 우리는 만지고, 놀고 춤춘다는 뜻이다. 자폐 스펙트럼, 학습 장애 등 다양한 신경 다양성 및 장애가 있는 4세부터 11세 아이들을 위해 만든 공연이다.
공연은 단순하다. 4명의 댄서와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노는 45분. 객석은 정사각형의 무대를 둘러싼다. 무대와 자리가 단차 없이 이어져 있어 관객은 자유롭게 무대에 들어가 댄서들과 뛰어놀다가도 힘이 들면 다시 객석에 앉아 구경할 수 있다. 차분한 음악으로 시작한다. 안무가가 무대에 올라 천천히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뒹굴고 관절을 이리저리 꺾는다. 차분하게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손을 잡는가 하면 어깨를 가볍게 톡톡 치기도 한다. 음악이 점점 고조되고 동작도 빨라진다. 처음에 낯설어하던 아이들도 하나둘씩 용기를 내 무대에 올라 자유롭게 뛰어놀기 시작한다.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드러눕기도 하고, 댄서들에게 안기기도 한다. 무대에 꼭 오르지 않아도 괜찮다. 객석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춤꾼들이 하이파이브를 해주고, 손을 잡아주며 모두를 무대에 초대한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무대를 뛰어노는 모습에 객석에서는 감격에 젖어 눈물을 훔치는 관객도 심심하지 않게 보인다. 이런 특별한 무대를 만든 건 영국의 댄스팀 '세컨드 핸드 댄스(Second Hand Dance)'다. 이번 공연을 위해 내한한 세컨드 핸드 댄스의 부국장 키어 패트릭과 댄서 마리아나 카밀로티, 그리고 무대에 올라 춤은 추지 않지만, 아이들을 다독여주고 진행을 돕는 공연 조력자 래슬리 하워드가 한국 공연을 위해 내한했다. 직역하면 '중고 춤'이라는 뜻의 '세컨드 핸드 댄스'. 이런 이름이 붙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패트릭 부국장은 "물건을 물려받거나 고쳐 쓰는 순환의 과정이 춤을 통해서 생각을 교환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시각에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이 만들어진 계기도 신체적인 접촉을 향한 욕구에서 시작됐다. 2010년대에 들어서며 영국 학교 사이에서는 '노 터치' 움직임이 퍼지고 있었다. 폭력이나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일절 차단하겠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극단적인 정책이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한 반발로 2019년 <모두의 클럽>이 탄생했다. 아이들이 촉각을 통해 어른들과 교감하고 성장한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0세부터 3세 영유아들을 위한 공연으로 시작돼 2022년에는 4세부터 11세 관객을 위한 버전으로 확장했다. 이들은 영국, 일본, 독일, 한국 등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공연해오고 있다. 2017년 작품의 구상단계부터 함께한 댄서 마리아나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공연할 때 '한나'라는 아이가 기억에 남는다"며 "자기가 직접 댄서들에게 새로운 동작을 제안하고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창의적인 아이였다"고 말했다. 그 아이가 제시한 동작 중 하나는 실제로 팀의 레파토리에 포함돼 '한나'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불리며 활용되고 있다.
패트릭은 "공연 시간이 임박하는데 아무도 오지 않아 공연을 취소할까 싶던 순간 딱 한 명의 아이가 나타났다"며 "처음에는 한 명 밖에 없는데 과연 공연이 가능할까"는 걱정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의구심을 깨듯 "한 명의 친구와 모두가 모여 손잡고 포옹하며 너무나도 친밀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며 가장 아름다웠던 공연으로 꼽았다. 본인 역시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래슬리는 관객으로 시작해 2022년부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처음 공연을 봤는데 충격을 받았다"며 "4명의 댄서로 시작한 공연이 20명이 함께 춤추는 공연장으로 바뀌는 모습이 경이로웠다"고 말했다.
이처럼 매 공연이 다른 것이 이 공연의 매력. 그날 참여하는 아이들의 성향과 참여도에 따라 공연의 양상이 극적으로 다르다. 마음껏 뛰어노는 날이 있는가 하면, 좀처럼 흥이 나지 않는 날도 있다. 아이들의 성격도 천차만별. 신나게 소리를 지르며 뒹굴고 안기는 아이들도 있지만 수줍게 무대 주변을 서성거리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변수에도 이들은 어떻게 대처하는 것일까. 이들은 "따로 계획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패트릭은 "'이 공연은 어떨 것이다, 이 아이들은 어떻게 행동할 것이다'고 미리 생각하기보다는 그 순간의 교감과 에너지에 집중한다"고 한다. 수줍어하는 아이들에게도 억지로 강요하지 않는다. "공연 참여가 무조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미친 듯이 움직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가만히 지켜보는 아이들도 나름의 방법으로 참여하고 공연을 즐기고 있는 거죠. 그럴 때는 가서 눈을 마주치고, 손을 꼭 잡아주고, 손뼉을 쳐주면서 그 아이의 방식에 맞춰줍니다".
장애 아이들이 창의적인 방법으로 순간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자신들의 삶에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는 이들. 실제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래슬리에게도 깊은 의미가 있었다.
"저도 말로 얘기하는 것보다는 춤으로 소통하는 것이 편해요. 말이 통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춤을 통해 교감하고 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놀라운 공연입니다"
오는 27일과 28일에는 서울 중곡동 광진어린이극장에서 18개월부터 36개월 사이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버전인 <베이비 클럽>이 공연한다.
글=구교범 기자
사진=최혁 기자/모두예술극장 제공
지난 23일과 24일 서울 충정로 모두예술극장에서 공연한 <모두의 클럽>에서다. 원제는 'We Touch. We Play. We Dance'로 우리는 만지고, 놀고 춤춘다는 뜻이다. 자폐 스펙트럼, 학습 장애 등 다양한 신경 다양성 및 장애가 있는 4세부터 11세 아이들을 위해 만든 공연이다.
공연은 단순하다. 4명의 댄서와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노는 45분. 객석은 정사각형의 무대를 둘러싼다. 무대와 자리가 단차 없이 이어져 있어 관객은 자유롭게 무대에 들어가 댄서들과 뛰어놀다가도 힘이 들면 다시 객석에 앉아 구경할 수 있다. 차분한 음악으로 시작한다. 안무가가 무대에 올라 천천히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뒹굴고 관절을 이리저리 꺾는다. 차분하게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손을 잡는가 하면 어깨를 가볍게 톡톡 치기도 한다. 음악이 점점 고조되고 동작도 빨라진다. 처음에 낯설어하던 아이들도 하나둘씩 용기를 내 무대에 올라 자유롭게 뛰어놀기 시작한다.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드러눕기도 하고, 댄서들에게 안기기도 한다. 무대에 꼭 오르지 않아도 괜찮다. 객석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춤꾼들이 하이파이브를 해주고, 손을 잡아주며 모두를 무대에 초대한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무대를 뛰어노는 모습에 객석에서는 감격에 젖어 눈물을 훔치는 관객도 심심하지 않게 보인다. 이런 특별한 무대를 만든 건 영국의 댄스팀 '세컨드 핸드 댄스(Second Hand Dance)'다. 이번 공연을 위해 내한한 세컨드 핸드 댄스의 부국장 키어 패트릭과 댄서 마리아나 카밀로티, 그리고 무대에 올라 춤은 추지 않지만, 아이들을 다독여주고 진행을 돕는 공연 조력자 래슬리 하워드가 한국 공연을 위해 내한했다. 직역하면 '중고 춤'이라는 뜻의 '세컨드 핸드 댄스'. 이런 이름이 붙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패트릭 부국장은 "물건을 물려받거나 고쳐 쓰는 순환의 과정이 춤을 통해서 생각을 교환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시각에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이 만들어진 계기도 신체적인 접촉을 향한 욕구에서 시작됐다. 2010년대에 들어서며 영국 학교 사이에서는 '노 터치' 움직임이 퍼지고 있었다. 폭력이나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일절 차단하겠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극단적인 정책이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한 반발로 2019년 <모두의 클럽>이 탄생했다. 아이들이 촉각을 통해 어른들과 교감하고 성장한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0세부터 3세 영유아들을 위한 공연으로 시작돼 2022년에는 4세부터 11세 관객을 위한 버전으로 확장했다. 이들은 영국, 일본, 독일, 한국 등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공연해오고 있다. 2017년 작품의 구상단계부터 함께한 댄서 마리아나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공연할 때 '한나'라는 아이가 기억에 남는다"며 "자기가 직접 댄서들에게 새로운 동작을 제안하고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창의적인 아이였다"고 말했다. 그 아이가 제시한 동작 중 하나는 실제로 팀의 레파토리에 포함돼 '한나'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불리며 활용되고 있다.
패트릭은 "공연 시간이 임박하는데 아무도 오지 않아 공연을 취소할까 싶던 순간 딱 한 명의 아이가 나타났다"며 "처음에는 한 명 밖에 없는데 과연 공연이 가능할까"는 걱정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의구심을 깨듯 "한 명의 친구와 모두가 모여 손잡고 포옹하며 너무나도 친밀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며 가장 아름다웠던 공연으로 꼽았다. 본인 역시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래슬리는 관객으로 시작해 2022년부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처음 공연을 봤는데 충격을 받았다"며 "4명의 댄서로 시작한 공연이 20명이 함께 춤추는 공연장으로 바뀌는 모습이 경이로웠다"고 말했다.
이처럼 매 공연이 다른 것이 이 공연의 매력. 그날 참여하는 아이들의 성향과 참여도에 따라 공연의 양상이 극적으로 다르다. 마음껏 뛰어노는 날이 있는가 하면, 좀처럼 흥이 나지 않는 날도 있다. 아이들의 성격도 천차만별. 신나게 소리를 지르며 뒹굴고 안기는 아이들도 있지만 수줍게 무대 주변을 서성거리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변수에도 이들은 어떻게 대처하는 것일까. 이들은 "따로 계획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패트릭은 "'이 공연은 어떨 것이다, 이 아이들은 어떻게 행동할 것이다'고 미리 생각하기보다는 그 순간의 교감과 에너지에 집중한다"고 한다. 수줍어하는 아이들에게도 억지로 강요하지 않는다. "공연 참여가 무조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미친 듯이 움직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가만히 지켜보는 아이들도 나름의 방법으로 참여하고 공연을 즐기고 있는 거죠. 그럴 때는 가서 눈을 마주치고, 손을 꼭 잡아주고, 손뼉을 쳐주면서 그 아이의 방식에 맞춰줍니다".
장애 아이들이 창의적인 방법으로 순간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자신들의 삶에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는 이들. 실제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래슬리에게도 깊은 의미가 있었다.
"저도 말로 얘기하는 것보다는 춤으로 소통하는 것이 편해요. 말이 통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춤을 통해 교감하고 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놀라운 공연입니다"
오는 27일과 28일에는 서울 중곡동 광진어린이극장에서 18개월부터 36개월 사이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버전인 <베이비 클럽>이 공연한다.
글=구교범 기자
사진=최혁 기자/모두예술극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