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홍익대 인근과 부산 북항에 글로벌 창업허브가 조성된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세계 최대 창업공간 스테이션F 수준의 딥테크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정부 목표다.

○佛 세계 최대 창업공간 벤치마킹

홍대·부산 북항 '딥테크 허브'로 키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5일 홍대입구역 사거리와 북항 일대 등 두 곳을 ‘한국형 스테이션F’ 조성지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딥테크 스타트업 400곳과 투자사 등을 이곳에 모을 계획이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한국에 대형 창업 인프라가 15곳 있지만 아직 랜드마크라고 할 만한 시설은 없다”며 “스타트업을 한 공간에 모아 시너지를 내겠다”고 했다. 서울 허브의 가칭은 K-딥테크 타운(상상도)이다. 올해 말 설계에 들어가 2026년 상반기 문을 연다.

벤치마킹 대상은 파리13구에 있는 스테이션F다. 엄선된 세계 스타트업 1000여 곳이 입주한 공간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프랑스 방문 때 스테이션F에 들렀고, 이후 중기부는 한국형 스테이션F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여러 지자체가 유치전에 나섰는데, 주변 인프라 등을 고려해 최종 거점 두 곳을 낙점했다.

중기부는 국내외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앵커 역할을 할 글로벌 빅테크와 투자사, 지원기관 등을 모두 한국형 스테이션F에 입주시키겠다고 했다. 키워드는 딥테크로 잡았다.

오 장관은 “오픈AI가 아시아 오피스로 한국을 검토했지만 결국 포기한 이유에 환경적인 요소가 있다고 들었다”며 “목표는 해외 주요 기업도 관심을 가질 만한 아시아 1위 딥테크 허브”라고 했다.

○“민간 협력 방안 구체화해야”

중기부는 스타트업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 지역이 아니라 강북을 거점으로 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 장관은 “많은 창업생태계 구성원이 강남권에 모여 있어 강남에 또 랜드마크를 세우는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스타트업의 ‘강남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포석이 깔렸다는 얘기다. 홍대와 함께 비수도권인 부산이 선정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업계에선 주요 투자사와 스타트업, 빅테크 지사 등이 강남에 있는 상황에서 강북에 새 거점을 세우는 것은 비효율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해외 스타트업 인재를 지원할 글로벌스타트업센터(GSC)는 강남 팁스타운에 들어서는데 다른 글로벌 허브는 강북이라는 게 일관성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파리 스테이션F는 3만4000㎡ 규모 공간에 스타트업 1000곳이 몰려 있다. 수용 인원은 9000명에 달한다.

정주 공간 등 추가 인프라 구축 없이는 해외 스타트업 유치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스테이션F는 공유주택 플랫메이트를 함께 세웠다. 파리 주택 임차료의 절반 가격에 방 600개를 운영한다. 민간 기업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스테이션F는 프랑스 정부가 기초공사만 하고, 리모델링은 프랑스 이동통신사 창업자 그자비에 니엘에게 넘겼다. 니엘은 사재 2억5000만유로를 내놓고 공간을 재건축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