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전세반환 보증료율 현실화 검토"
전세사기 사태 여파 등으로 재무 건전성이 급격히 나빠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현재 연 0.1% 수준인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의 보증료율 현실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든든전세 등으로 채권 회수율을 높여 내년에 실적 ‘턴어라운드’(실적 개선)를 달성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유병태 HUG 사장(사진)은 25일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사고율 대비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의) 보증료율이 너무 낮다”며 “임차인한테 큰 부담이 안 된다는 전제는 지켜져야겠지만 정부와 협의해 보증료율 현실화를 검토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보증료율은 아파트가 연 0.115~0.128%, 비아파트는 0.139~0.154%다. 보증금 1억원당 월 1만원 수준이다.

그가 보증료율 현실화 카드를 언급한 건 HUG가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3조859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것과 무관치 않다. 전세사기 사태 이후 HUG가 집주인 대신 되돌려준 보증금(대위변제액)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올 상반기 대위변제액도 전년 동기 대비 53% 늘어난 2조422억원에 달했다.

유 사장은 “전셋값과 집값이 2022년 5~7월에 정점이어서 올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전세보증의 사고율이 높게 나오고 있다”며 “하반기엔 사고율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HUG는 내년까지 서울과 인천, 부천을 중심으로 든든전세 1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전날 첫 모집(24가구)에 나섰고 다음달부턴 매달 100가구 이상 내놓을 예정이다. 든든전세는 HUG가 대위변제 후 경매로 내놓은 빌라(다세대·연립)와 오피스텔 등을 직접 낙찰받아 임대주택으로 내놓는 개념이다. 세입자는 시세의 90% 수준에 최장 8년간 거주할 수 있다. 집주인이 HUG인 만큼 보증금 떼일 걱정이 없는 데다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유 사장은 든든전세가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을 높일 뿐 아니라 HUG의 재무 실적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전세사기 주택을) 낙찰받으면 채권을 회수한 걸로 평가돼 채권 회수 기간(보통 2년 이상)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회수율을 높이면 단기자본이 증가하고 세입자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받기 때문에 유동성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내년엔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