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시장인 국내 조선사와 해운회사들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지속되면서 배터리 회사들은 어닝 쇼크 수준의 성적표를 받고 있다.
16년 만의 '슈퍼 사이클' 맞은 조선…전기차 캐즘에 우는 배터리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분기 매출 6조6155억원, 영업이익 3764억원을 기록했다고 25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3% 많아졌고, 영업이익은 428.7% 뛰었다. 영업이익은 증권가 실적 전망치 평균(2667억원)보다 1097억원 많았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는 작년 2분기보다 각각 185.5%, 182.2% 증가한 1956억원과 175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HD현대미포는 17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7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삼성중공업도 2분기 130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이날 공시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넘어선 건 2014년 4분기 이후 약 10년 만이다.

조선업은 16년 만에 ‘슈퍼 사이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조선업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로 꼽히는 클라크슨리서치의 신조선가지수는 지난 12일 187.78로 올 들어 가장 높았다. 이 지수는 조선업 호황이 절정기이던 2008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조선사들에 선박 주문을 넣는 해운 업종도 순항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날 2분기 매출 7조644억원, 영업이익 439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1년 전보다 각각 8.1%, 6.5% 좋아진 성적이다. 특히 해운 영역에서 1조2878억원의 매출과 78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회사 측은 “완성차 해상운송 운임이 높아졌고 상대적으로 운임을 더 받을 수 있는 비계열사 물량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전기차 캐즘이 길어지고 있는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 업체들은 우울한 성적표를 연달아 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4606억원)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인 1953억원에 그쳤다고 밝혔다. 증권가 실적 전망치 평균(2677억원)에도 한참 못 미쳤다. 배터리를 많이 공급하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등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이 부진한 영향이 가장 컸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를 만드는 포스코퓨처엠의 2분기 영업이익은 27억원으로 집계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날 올해 예정됐던 설비투자 규모를 3조원에서 2조원으로 줄인다고 밝혔다. LG화학 역시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4조원에서 3조원대로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철강 업종도 부진을 이어갔다. 포스코홀딩스는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8조5100억원, 752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이날 밝혔다. 1년 전보다 각각 8.0%, 43.3% 쪼그라든 수치다. 현대제철의 2분기 영업이익은 980억원이었다. 작년 2분기 대비 78.9% 급감한 성적이다. 다만 두 회사 모두 작년 4분기 이후 제품 가격이 조금씩 상승하고 있어 하반기엔 업황이 좀 더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우섭/성상훈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