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우리나라 경제가 코로나19 기간 이후 1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1분기 ‘성장 서프라이즈’가 기저효과로 작용한 영향이 크지만 민간 소비와 투자 부진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년 반 만에 마이너스 성장률

내수 부진 쇼크…코로나 이후 첫 '역성장'
한국은행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2%(속보치)로 집계됐다고 25일 발표했다. 1분기 1.3% 성장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은 코로나19 영향이 있던 2022년 4분기(-0.5%) 후 처음이다.

지출 항목별로 보면 민간 소비가 0.2% 줄었다. 교육 등 서비스 소비가 증가했지만 승용차와 의류 등 재화 소비가 전반적으로 부진해 전 분기 0.7% 증가에서 감소로 전환했다.

설비 투자는 반도체 장비 등 기계류 투자가 줄면서 2.1% 감소했다. 한은은 주요 기업의 반도체 장비 도입 시점이 3분기로 지연되고, 당초 예정된 항공기 도입이 결함 문제 등으로 중단된 것을 투자 감소 요인으로 꼽았다. 건설 투자는 주거용 건물 건설과 토목 공사가 줄면서 -1.1%로 나타났다.

수출입은 동반 상승했지만 수입의 증가 폭이 더 컸다. 수출은 자동차와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0.9%, 수입은 원유 등을 중심으로 1.2% 늘었다.

이 같은 성장세를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로 환산하면 내수와 순수출의 기여도가 각각 -0.1%포인트를 나타냈다. 내수는 민간 소비가 -0.1%포인트, 설비 투자와 건설 투자가 각각 -0.2%포인트를 기록한 가운데 재고의 기여도가 0.3%포인트로 조사됐다. 순수출은 수출이 성장률을 0.4% 높였지만 수입이 성장률을 0.5% 낮춘 것으로 분석됐다.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1.3% 감소했다. 교역 조건 악화로 무역 손익이 손해로 나타나면서 실질 GDP보다 낙폭이 컸다.

○한은·정부 “일시적 조정 과정”

한은은 이 같은 역성장에 기저효과 영향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1분기 1.3% 성장했기 때문에 2분기에 일시적 조정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날 GDP 발표 후 설명회에서 “1분기 GDP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이라며 “역성장됐다고 경기가 크게 악화했다는 평가는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시기인 2022년 4분기에 보인 역성장과의 차이점도 상세히 설명했다. 신 국장은 “당시에는 정보기술(IT)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수출이 감소하는 모습이 나타났다”며 “경기 하강 국면에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침체 우려가 제기됐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상반기 성장률은 2.8%로 집계됐다. 신 국장은 “하반기 성장률이 전망대로 2.2%를 기록하면 연간 성장률 2.5%를 달성할 수 있다”며 “하반기 고물가, 고금리 상황이 다소 완화되면서 내수가 완만히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경기 진단도 한은과 비슷하다. 이승한 기획재정부 종합정책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0.2% 성장률은 1분기 성장에 따른 예상 범위 내 조정”이라며 “전년 동기 대비 2분기 성장률 2.3%와 상반기 성장률 2.8%가 잠재성장률(2%) 수준을 웃도는 양호한 성장세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진규/허세민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