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프리즘] 의료 파행 6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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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에 의료 경쟁력 훼손 우려
전체 로드맵 놓고 해법 찾아야
김형호 사회부장
전체 로드맵 놓고 해법 찾아야
김형호 사회부장
“반경 100㎞ 내 치과 50곳에 연락했지만 예약을 못해 치아 5개를 결국 집에서 뽑았다.”
이달 초 총선을 앞두고 외신이 전한 영국의 의료서비스 실태는 충격적이었다. BBC에 따르면 이 사연을 전한 동부도시 피트버러의 50대 여성처럼 ‘셀프 치과 진료’를 하는 영국 국민이 10%나 된다고 한다. 치과 의사들이 돈이 안 되는 NHS(국민보건서비스) 환자를 받지 않고 민간 클리닉으로 운영하는 것을 선호하는 탓에 NHS 치과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1946년 ‘베버리지 보고서’를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전 국민건강보험을 포함한 복지국가 모델을 구축한 영국에서 찰스 디킨스의 소설에 나올 법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해외에서 가족이 한 번이라도 병원 신세를 져 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한국의 의료서비스가 꽤 괜찮은 수준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뜻하지 않은 결과일지 모르지만 국내 5대 대학병원의 임상 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병원의 엄청난 치료비와 끝없이 날아오는 청구서를 받아보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내 수술비와 일괄 청구 시스템에도 새삼 놀라게 된다.
이런 의료서비스를 유지하면서 필수의료 인력 부족과 초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까지 해소하겠다며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게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다.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데 마다할 국민이 없었다. 의사들의 반발은 집단 이기주의 뭇매에 묻혔다. 그렇게 시작한 2000명 증원 정책이 다음달 초 발표한 지 6개월째를 맞는다. 대학병원을 박차고 나간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동맹 휴학한 의대생들은 요지부동이다. 한 달에 300억원씩 적자가 나는 대형 병원들은 긴급융자를 신청하고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최대한 열어둔 채 힘겹게 버티고 있다. 끝이 없는 의정 갈등에 국민들은 넌더리를 내고 있다. 당초 2000명 증원을 장담한 정부는 올해 1509명으로 줄이더니 내년에는 다시 숫자를 조정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시선이 온통 의정 갈등에 쏠려 있지만 일부에선 이번 사태가 가져올 파장을 더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대학병원 운영시스템이 ‘전공의 파업’ 사태 전후로 완전히 바뀌고 건강보험재정 부담이 예측하지 못한 속도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우려다. 서울에 있는 한 대학병원 총장에 따르면 월 300만~400만원인 인턴·레지던트의 저임금으로 유지돼 온 대학병원을 이들보다 최소 3~4배 비싼 전문의로 전환할 경우 병원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병원 수가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고 이는 잠재적으로 건보 재정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4일 의원 진찰료 4% 인상, 야간수술 100%, 응급의료 수가는 150% 올리는 당근책을 내놨다. 저평가 의료에 재정을 더 투입하겠다는 것인데 병원들은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으면 이런 수준의 수가 인상은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다.
6개월째 의정 갈등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자 국내 의료시스템의 경쟁력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의료체계의 구조적 전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의료 서비스의 질적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필수 분야와 지역의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느냐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으로 미뤄봤을 때 퇴행적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더 많다. 정부 의료정책의 전체 ‘로드맵’을 궁금해하는 국민이 늘고 있는 이유다.
이달 초 총선을 앞두고 외신이 전한 영국의 의료서비스 실태는 충격적이었다. BBC에 따르면 이 사연을 전한 동부도시 피트버러의 50대 여성처럼 ‘셀프 치과 진료’를 하는 영국 국민이 10%나 된다고 한다. 치과 의사들이 돈이 안 되는 NHS(국민보건서비스) 환자를 받지 않고 민간 클리닉으로 운영하는 것을 선호하는 탓에 NHS 치과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1946년 ‘베버리지 보고서’를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전 국민건강보험을 포함한 복지국가 모델을 구축한 영국에서 찰스 디킨스의 소설에 나올 법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해외에서 가족이 한 번이라도 병원 신세를 져 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한국의 의료서비스가 꽤 괜찮은 수준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뜻하지 않은 결과일지 모르지만 국내 5대 대학병원의 임상 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병원의 엄청난 치료비와 끝없이 날아오는 청구서를 받아보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내 수술비와 일괄 청구 시스템에도 새삼 놀라게 된다.
이런 의료서비스를 유지하면서 필수의료 인력 부족과 초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까지 해소하겠다며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게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다.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데 마다할 국민이 없었다. 의사들의 반발은 집단 이기주의 뭇매에 묻혔다. 그렇게 시작한 2000명 증원 정책이 다음달 초 발표한 지 6개월째를 맞는다. 대학병원을 박차고 나간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동맹 휴학한 의대생들은 요지부동이다. 한 달에 300억원씩 적자가 나는 대형 병원들은 긴급융자를 신청하고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최대한 열어둔 채 힘겹게 버티고 있다. 끝이 없는 의정 갈등에 국민들은 넌더리를 내고 있다. 당초 2000명 증원을 장담한 정부는 올해 1509명으로 줄이더니 내년에는 다시 숫자를 조정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시선이 온통 의정 갈등에 쏠려 있지만 일부에선 이번 사태가 가져올 파장을 더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대학병원 운영시스템이 ‘전공의 파업’ 사태 전후로 완전히 바뀌고 건강보험재정 부담이 예측하지 못한 속도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우려다. 서울에 있는 한 대학병원 총장에 따르면 월 300만~400만원인 인턴·레지던트의 저임금으로 유지돼 온 대학병원을 이들보다 최소 3~4배 비싼 전문의로 전환할 경우 병원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병원 수가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고 이는 잠재적으로 건보 재정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4일 의원 진찰료 4% 인상, 야간수술 100%, 응급의료 수가는 150% 올리는 당근책을 내놨다. 저평가 의료에 재정을 더 투입하겠다는 것인데 병원들은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으면 이런 수준의 수가 인상은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다.
6개월째 의정 갈등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자 국내 의료시스템의 경쟁력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의료체계의 구조적 전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의료 서비스의 질적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필수 분야와 지역의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느냐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으로 미뤄봤을 때 퇴행적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더 많다. 정부 의료정책의 전체 ‘로드맵’을 궁금해하는 국민이 늘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