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파리 예술올림픽
우디 앨런 감독, 오웬 윌슨·마리옹 코티야르 주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주인공은 자정이 되면 1920년대 파리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그가 만나는 사람의 리스트. <위대한 개츠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를 비롯해 어니스트 헤밍웨이, 살바도르 달리, 파블로 피카소, T S 엘리엇, 앙리 마티스, 코코 샤넬 등이다.

예술가들이 모이는 곳은 예술 주 소비층인 부유층과 귀족이 만나는 곳이다. 파리를 예술의 도시로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은 1853~1870년까지 17년간 파리 시장을 지낸 조르주 외센 오스만이다. 그는 악취와 비좁은 골목길, 교통난으로 악명 높은 중세 유럽 도시 같던 파리를 유럽 부자들이 동경하는 계획도시로 개조했다.

도시를 관통하는 50개 대로와 개선문·콩코르드 광장 같은 상징물 설치, 600㎞ 하수도 정비, 주요 건물 500m 내 공원 조성 계획에 따라 몽수리 공원 등 여의도 면적 두 배가 넘는 도심 숲과 28개 중소 녹지 조성, 7만5000동의 건물 건립에 이어 그의 사후인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해 건설된 에펠탑, 오르세, 알렉상드르 3세 다리 등으로 화룡점정을 찍는다.

예술의 도시답게 파리올림픽에는 역대 올림픽 최초의 창의적 이벤트들이 마련됐다. 개회식부터 경기장이 아니라 파리의 상징 센강에서 선상 행진으로 열린다. 각국 선수단은 수백 척의 배에 나눠 타고 주변에 노트르담 대성당과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콩코르드 광장 등 명소들이 보이는 6㎞를 이동해 에펠탑 인근에 도착한다.

경기장도 ‘예술’이다. 비치발리볼 경기는 에펠탑 아래의 마르스 광장에서, 스케이트보드와 브레이킹 ‘춤판’은 프랑스 혁명의 중심지 콩코르드 광장에서 펼쳐진다. 나폴레옹이 안치된 앵발리드 앞 잔디 광장이 양궁 경기장, 1900년 만국박람회를 위해 지은 웅장한 유리 돔의 그랑팔레가 펜싱 경기장, 베르사유 궁전이 승마와 근대 5종 경기장이다. 27일부터 8월 12일(한국시간)까지 삼복더위를 잊게 해줄 ‘파리 예술 올림픽’이 기대된다. 한국 선수들의 선전을 향한 힘찬 응원과 함께.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