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세법개정안’에서 밝힌 정부의 상속·증여세 개편안은 고심의 흔적이 역력하지만 최선인지 의문이 남는다.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내리고 최저세율(10%) 적용 구간을 과표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확대한 게 핵심이다. 징벌과세·이중과세 논란 해소를 위해 유산취득세나 자본이득세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요구가 적잖았던 데 비하면 턱없이 미미한 개편안이다.

최고세율을 지난달 대통령실 입장문에서 시사한 ‘30%’를 고수하지 못하고 40%로 결정한 대목을 우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5개로 잘게 나뉜 과표구간을 4개로 찔끔 줄이는 데 그친 점도 불만스럽다. 최저세율 적용 과표를 ‘5억원 이하’ 등으로 과감히 조정하면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세제 구축이 가능하다. 폐지를 공언한 종합부동산세 개편을 집값 과열 등을 이유로 장기 과제로 넘긴 대목도 너무 소극적이다.

아쉬움이 크지만 무작정 비판만 할 수 없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부자 감세’라며 상속세 완화에 부정적인 거대 야당은 현실적 걸림돌이다. 1999년 최고세율을 50%로 올리며 굳어진 징벌세제를 25년 만에 개선하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 자녀 공제한도를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10배나 높여 중산층 징벌과세를 적잖이 완화할 수 있게 된 점도 평가할 만하다. 자녀 수가 많을수록 공제액이 커지도록 설계한 것 역시 합리적 접근이다.

기업 상속·승계 제도 개편도 눈길을 끈다. 기업 승계 지원을 위해 한국에만 있는 ‘최대주주 주식 20% 할증평가’를 폐지하기로 한 점이 고무적이다. 두세 번 상속세를 내면 경영권이 사라진다고 할 정도로 비정상적인 세제에 일단 브레이크를 걸었다. 과도한 상속세 때문에 대주주가 주가 상승을 꺼리고 이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한 셈이다. 밸류업·스케일업 우수기업의 공제한도를 2배로 높인 점도 평가할 만하다.

이제 남은 것은 빈틈없는 입법 준비다. 불합리한 상속세 개편에 대한 공감대가 높은 상황에서 이 정도도 관철하지 못한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내년으로 미룬 유산취득세 전환도 고삐를 당겨야 한다. 비정상의 정상화인 만큼 야당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 ‘징벌 과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누차 밝힌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