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 베풀며 사다리 걷어치우는 선진국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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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류학자 제이슨 히켈이 쓴 신간 '격차'
"빈부격차 해결하려면 부채탕감, 글로벌 최저임금 도입해야" 빈자와 부자의 격차는 점점 극심해지고 있다.
한 나라 안에서도, 그리고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도.
스와질란드 출신으로 현재 런던정치경제대 국제불평등연구소 방문 선임연구원인 제이슨 히켈이 쓴 신간 '격차'(Divide)는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에서 점점 벌어지는 빈부 차이를 주목해서 바라본 책이다.
책에 따르면 대항해시대 이전인 15세기 무렵 유럽과 다른 지역의 부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자본 축적을 특징으로 하는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수탈을 핵심으로 하는 제국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일부 소수 국가가 부를 독점하기 시작했다.
식민주의가 역사의 뒤꼍으로 사라진 양차 대전 후에도 이런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악화했다.
부는 점점 소수의 인물, 소수의 국가에 집중됐다.
1960년 가장 부유한 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가장 가난한 나라의 1인당 소득보다 32배 많았다.
그러나 40년 후 이 격차는 134배로 벌어졌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8명의 부는 하위 인구 절반이 소유한 재산을 다 합친 것보다 많게 됐다.
세계인구의 약 60%인 43억명은 하루 5달러 이하로 살아간다.
지역적 격차도 크다.
글로벌 남부 국가들은 북부 국가들에 종속된 상태다.
이들은 자본과 기술이 부족해 자립할 가능성이 작아 북부 국가들의 원조에 기대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북부 국가들의 원조는 '독'(毒)과 같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북부 국가들이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수탈을 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2012년 개발도상국이 원조와 투자로 받은 돈이 2조달러 안팎이었던 반면 유출된 돈은 5조 달러가 넘었다.
부채 상환, 구조조정 등 다양한 명목으로 빠져나갔다.
저자는 "원조 담론이 오늘날 글로벌 남부에서 적극적으로 궁핍화를 일으키고 유의미한 발전을 방해하고 있는 수탈의 패턴을 가린다"고 지적한다.
한때 글로벌 남부 국가들은 '홀로서기'에 나서기도 했다.
무역 장벽, 보조금, 의료 및 교육에 대한 사회적 지출 등 보호무역과 재분배 정책을 통해 자국의 경제발전을 도모했다.
이들 정책의 효과는 컸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이들 국가에서 소득이 증가하고 빈곤율이 떨어졌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 사이의 간극이 좁아졌다.
그러나 북부 국가들이 남부가 발전하는 걸 그냥 보고 있진 않았다.
서구는 "글로벌 남부 전역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 수십명을 축출하고 서구의 경제적 이득에 친화적인 독재자를 세우기 위해 은밀히 개입했다.
그리고 나면 그 독재자들의 권력은 서구의 원조로 지탱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러한 개입을 통해 궁극적으로 선진국들은 남부의 자원과 노동력을 낮은 가격에 공급받았다.
글로벌 북부의 부가 남부의 가난한 나라에서 착취한 노동력과 수탈에서 비롯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착취의 사슬을 끊어낼까.
저자는 채무국의 부채 부담을 탕감하고, 국제 거버넌스 기관인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를 민주화하며, 특허 기간을 줄이는 등 교역시스템을 더욱 공정하게 가다듬는 한편, 글로벌 최저임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아를. 김승진 옮김. 464쪽.
/연합뉴스
"빈부격차 해결하려면 부채탕감, 글로벌 최저임금 도입해야" 빈자와 부자의 격차는 점점 극심해지고 있다.
한 나라 안에서도, 그리고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도.
스와질란드 출신으로 현재 런던정치경제대 국제불평등연구소 방문 선임연구원인 제이슨 히켈이 쓴 신간 '격차'(Divide)는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에서 점점 벌어지는 빈부 차이를 주목해서 바라본 책이다.
책에 따르면 대항해시대 이전인 15세기 무렵 유럽과 다른 지역의 부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자본 축적을 특징으로 하는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수탈을 핵심으로 하는 제국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일부 소수 국가가 부를 독점하기 시작했다.
식민주의가 역사의 뒤꼍으로 사라진 양차 대전 후에도 이런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악화했다.
부는 점점 소수의 인물, 소수의 국가에 집중됐다.
1960년 가장 부유한 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가장 가난한 나라의 1인당 소득보다 32배 많았다.
그러나 40년 후 이 격차는 134배로 벌어졌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8명의 부는 하위 인구 절반이 소유한 재산을 다 합친 것보다 많게 됐다.
세계인구의 약 60%인 43억명은 하루 5달러 이하로 살아간다.
지역적 격차도 크다.
글로벌 남부 국가들은 북부 국가들에 종속된 상태다.
이들은 자본과 기술이 부족해 자립할 가능성이 작아 북부 국가들의 원조에 기대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북부 국가들의 원조는 '독'(毒)과 같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북부 국가들이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수탈을 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2012년 개발도상국이 원조와 투자로 받은 돈이 2조달러 안팎이었던 반면 유출된 돈은 5조 달러가 넘었다.
부채 상환, 구조조정 등 다양한 명목으로 빠져나갔다.
저자는 "원조 담론이 오늘날 글로벌 남부에서 적극적으로 궁핍화를 일으키고 유의미한 발전을 방해하고 있는 수탈의 패턴을 가린다"고 지적한다.
한때 글로벌 남부 국가들은 '홀로서기'에 나서기도 했다.
무역 장벽, 보조금, 의료 및 교육에 대한 사회적 지출 등 보호무역과 재분배 정책을 통해 자국의 경제발전을 도모했다.
이들 정책의 효과는 컸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이들 국가에서 소득이 증가하고 빈곤율이 떨어졌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 사이의 간극이 좁아졌다.
그러나 북부 국가들이 남부가 발전하는 걸 그냥 보고 있진 않았다.
서구는 "글로벌 남부 전역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 수십명을 축출하고 서구의 경제적 이득에 친화적인 독재자를 세우기 위해 은밀히 개입했다.
그리고 나면 그 독재자들의 권력은 서구의 원조로 지탱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러한 개입을 통해 궁극적으로 선진국들은 남부의 자원과 노동력을 낮은 가격에 공급받았다.
글로벌 북부의 부가 남부의 가난한 나라에서 착취한 노동력과 수탈에서 비롯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착취의 사슬을 끊어낼까.
저자는 채무국의 부채 부담을 탕감하고, 국제 거버넌스 기관인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를 민주화하며, 특허 기간을 줄이는 등 교역시스템을 더욱 공정하게 가다듬는 한편, 글로벌 최저임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아를. 김승진 옮김. 464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