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경매로 낙찰받아 피해자에게 장기 임대하는 방식의 정부·여당 안을 사실상 수용하기로 했다. ‘선(先)구제 후(後)구상’ 방식의 지원을 고집하던 데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다만 정부안으로도 구제되지 않는 사각지대 피해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선구제 후구상 방식을 주장하고 있어 쟁점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 18일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정부안인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 법안을 기반으로 하는 전세사기 특별법을 처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민주당 국토위 관계자는 “정부안도 경매 차익을 통해 피해자를 우선 구제하는 방안이기 때문에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다만 경매 차익이 생기지 않는 등 정부안으로 구제가 어려운 피해자들에겐 당초 민주당 안인 선구제 후구상 방안을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임차 보증금 반환 채권을 먼저 매입해 피해자에게 지급하고, 향후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의 전세사기 특별법을 추진해왔다. 21대 국회에서도 이 법안이 통과됐으나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이달 들어 권 의원 등은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거쳐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피해 주택을 경매로 낙찰받아 피해자에게 최대 10년간 우선 임대하고, 경매 차익이 발생하면 이를 구제에 사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정부·여당 안이 피해자를 즉각 구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향적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사각지대의 피해자들에게는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등 추가 지원안을 검토 중이다.

정상원/한재영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