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천엔화. /로이터
일본 천엔화. /로이터
갑작스러운 엔화 강세로 손해를 본 월가 투자자들이 미국 기술주에 대한 투자를 거둬들이는 동시에, 일본 투자자들은 기술주에 몰린 자금을 빼고 엔화로 바꾸면서 엔화 가치가 급등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25일(현지시간) "최근 은행가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엔화 가치 상승과 기술주 하락은 의미 있는 상관관계의 흥미로운 사례 중 하나"라고 전했다.

지난 10일 미국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61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은 보름만인 25일 달러 당 153.92엔으로 떨어졌다.
엔화 매도 베팅한 헤지펀드들, 손해 커지자 美 기술주 뺐다
지난 11일 발표된 미국 6월 CPI(소비자물가지수)가 미국 중앙은행(Fed) 금리 인하 기대를 키운 것이 첫 번째 계기였다. 미·일 금리 차 축소는 최근 엔화 강세를 설명하는 핵심 근거다. 현재 각각 연 5~5.25%, 0.1%로 5%포인트 가량 벌어진 미·일 기준금리는 그간 엔화 약세의 주 요인이었는데, Fed가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내리고 일본은행은 오는 31일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 공개된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달러 강세·엔화 약세'를 우려한 것이 두 번째 계기가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 이후 외환·주식시장이 그의 입에 주목하고 있었기에 낙폭은 더 컸다.

여기에 더해 FT는 엔화 숏(매도)과 기술주에 동시에 베팅하던 헤지펀드들이 전자에서 손해를 보자 후자에서도 손을 떼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몇년 간 엔저(低) 현상으로 인해 엔화 숏과 엔캐리 트레이딩(낮은 가격에 엔화를 빌려 다른 자산을 매입하는 전략)은 월가에서 가장 인기있는 전략이었다.

2015년 스위스 프랑 숏에 베팅했던 헤지펀드들이 프랑 가치 급등에 다른 투자를 축소했던 전례도 있다. 당시 스위스 중앙은행이 최저환율제를 폐지하면서 스위스 프랑 가치는 30% 가까이 급등했다.

반대로 기술주 급락이 엔화 강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FT는 한 헤지펀드 매니저를 인용해 일본 투자자들이 미국 기술주에 베팅했던 달러를 다시 거둬들이고 엔화로 환전하는 움직임이 엔화 강세에 한몫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