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위원으로 올림픽만 7번째…"올림픽은 나올 때마다 새롭고 떨리죠"
[올림픽] 펜싱 김창곤 심판위원 "모든 선수가 연습의 공정한 대가 얻도록"
26일(현지시간) 막을 올리는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경기에는 '태극 검객'들 외에 심판 업무를 총괄하는 심판위원으로 우리나라 펜싱인이 참여한다.

대한펜싱협회 심판위원장이기도 한 김창곤 국제펜싱연맹(FIE) 심판위원이 주인공이다.

FIE 심판위원은 국제 경기에서 심판 배정과 교육, 각종 규정과 규칙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 등 심판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 등 경험을 지닌 심판이 도전할 수 있으며, 회원국들의 투표로 전 세계에서 10명만 선택받는다.

그중에서도 올림픽에는 한 대회에 4명만 참가할 수 있는데, 1992년부터 2004년 아테네 올림픽까지 일선 심판으로 활동했던 김 위원은 2008년 베이징부터 5회 연속 올림픽 심판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베이징 올림픽 때 한국인 최초로 심판위원으로 나섰던 그는 현재 FIE 심판위원 10명 중 유일한 아시아인이기도 하다.

개막을 앞두고 파리 현지에서 만난 김 위원은 "올림픽은 나올 때마다 새롭고, 두렵고, 떨린다.

설렌 건 처음뿐이었던 것 같다"면서 "몇 번 대회에 나간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오늘 어떻게 할지가 중요한데, 제대로 해내지 못할 수도 있으니 떨리고 두려운 것이 더 크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공정한 룰을 지키고자 노력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제가 뛰어나다기보다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 발전할 수 있도록 도움을 많이 받은 덕분"이라고 겸손해했다.

30년 넘는 심판 및 심판위원 생활에서 그가 가장 중요시해온 건 '태도'다.

"태도나 자세는 언어와 관계 없이 모두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한결같은 자세로, 권위를 내세우거나 함부로 대하지 않으며, 존중과 책임을 지키다 보니 저와 일하기 편하게 생각하고 선수와 지도자들 사이에서도 좋은 인상이 남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림픽] 펜싱 김창곤 심판위원 "모든 선수가 연습의 공정한 대가 얻도록"
이어 "다시 심판위원이 되리라는 보장이 없으니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고 밝힌 김 위원은 "매 순간 제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위원들끼리 충돌 없이 협조를 통해서 모든 선수가 연습한 만큼 공정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가 닦은 길을 후배 펜싱인들이 따라오며 현재 우리나라엔 한 국가가 최대한 보유할 수 있는 최대치인 6명의 국제심판이 활동하고 있다.

이번 대회엔 서상원 심판이 플뢰레 종목 경기를 관장할 예정이다.

2012년 런던(금2·은1·동3)부터 2021년 도쿄(금1·은1·동3)까지 금메달 행진을 펼쳐 온 한국 펜싱은 이번에도 '효자 종목'이 되어주리라는 큰 기대 속에 올림픽에 나선다.

2001년부터 국가대표 이하 우수선수 전임 감독으로 유망주들을 육성해 온 베테랑 지도자이기도 한 김 위원은 대놓고 편을 들 수는 없는 입장이지만, 먼발치서 마음만으로 제자이자 후배들을 응원하려 한다.

그는 "선수들이 연습했던 모든 것을 증명했으면 좋겠다.

메달을 획득함으로써 후배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선구자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후배들이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

유명해지기보다 위대해졌으면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가 현대 펜싱의 근간을 닦은 국가인 프랑스에서 열리면서 혹시나 우리 선수들이 판정에서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으나 김 위원은 "그런 일은 없을 거로 믿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펜싱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아졌고, 이젠 중계방송 한 번으로 지나가지 않고 유튜브 등으로 영원히 남는다.

그런 심판으로 기록에 남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선수들이 감정에 영향을 받아 경기력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유연하게 대처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