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 여파…LG화학 목표가 '줄하향'
LG화학을 바라보는 증권가의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영업환경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LG화학 자체 사업의 경쟁력은 여전하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도 역사상 최저 수준이라 추가 하락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LG화학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53만원에서 40만원으로 낮췄다. IBK투자증권, NH투자증권도 목표주가를 각각 46만원, 44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2분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LG화학은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405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4.3%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 4703억원을 밑돌았다. 매출액은 12조2997억원으로 14.2% 감소했으며, 순이익은 598억원으로 91.1% 급감했다.

실적에 대해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양극재 마진이 전 분기 대비 개선됐고, 엔지니어링 소재 매출도 늘어 첨단소재 부문의 이익이 늘었다"며 "1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석유화학 부문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이 예상치를 밑돌며 연결 기준 LG화학의 실적은 부진했다"고 짚었다.

LG화학은 영업환경 둔화를 감안해 올해 양극재 판매량 가이던스(목표치)를 전년 대비 '40% 증가'에서 '20% 증가'로 하향 조정했다. 당초 4조원 규모로 계획했던 설비투자 규모도 작년과 비슷한 3조원 초중반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분리막 사업 확장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수요 위축으로 주요 OEM의 판매량 가이던스 조정이 이뤄지고 있던 만큼 LG화학의 가이던스 조정도 충분히 예상됐다"면서도 "눈높이가 대폭 조정된 것은 아쉽다"고 했다. 이어 "하반기 화학 시황은 점차 회복되겠지만, LG에너지솔루션 및 첨단소재 사업의 이익 둔화는 불가피하다"고 했다.

다만 영업환경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이미 반영돼 밸류에이션 부담은 없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전 연구원은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으로 LG화학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며 "현재 LG화학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배인 점을 감안하면 주가 조정이 과했다는 측면에서 단기 반등 잠재력을 갖췄다"고 했다.

생명과학부문의 경쟁력에 주목한 전문가도 있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의 생명과학 부문은 관련 매출의 30%를 연구·개발에 투자했는데, 이는 업계 최고 수준"이라며 "LG화학은 총 24개의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생명과학부문의 사업가치가 부각될 전망"이라고 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