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리더 / 리더 인터뷰 -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미국판 CBAM 제정 가능성...글로벌 탄소 데이터 전쟁 대비해야"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가 어느덧 2년을 맞았다. 대통령령 근거로 시작한 탄소중립위원회에서 바통을 이어받은 위원회는 탄소중립에 ‘녹색성장’이라는 이름을 더하며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탄중위 시기(75명)보다 줄어든 40여 명의 작은 조직으로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오히려 녹색, ESG 의제와 관련한 정책개발에는 더 활발히 참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탄녹위는 최근 녹색금융과 관련한 광폭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정부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매년 60조 원씩 2030년까지 총 420조 원+알파 규모의 정책금융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탄녹위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환경부, 5개 국책금융기관, 산업은행을 필두로 한 5개의 시중 금융그룹이 힘을 합쳐 합동으로 최대한의 녹색금융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민간의 녹색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것으로, 지난달 금융연구원 주최로 나온 ‘탄소중립을 위한 금융의 역할 강화’ 세미나에서는 기존에 기관별로 흩어진 녹색금융 기능을 한데 모은 그린뱅크 출범 등 구체적인 제안도 오갔다.

지난 7월 2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산업 공급망 탄소중립 얼라이언스’ 마라톤 회의를 마치고 나온 김상협 탄녹위 민간위원장을 만났다. 긴 시간 진행된 회의로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막상 인터뷰를 시작하니 특유의 열정이 되살아났다. 그는 “탄녹위 2년간을 제대로 평가해달라”고 당부하면서 “금융과 산업을 하나로 묶는 그랜드 얼라이언스를 통해 앞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탄소 데이터 전쟁 시대를 헤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산업 공급망 얼라이언스에서는 어떤 안을 논의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3월 정부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매년 60조 원씩 2030년까지 총 420조 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오늘 논의한 ‘산업 공급망 탄소중립 얼라이언스’는 지난번에 금융이 먼저 흐름을 보여줬다면 이제는 실물 경제 차원의 탄소중립 대책에 관한 것입니다. 오는 가을에는 산업과 금융이 함께하는 녹색성장 그랜드 얼라이언스를 하게 될 겁니다. 지금까지 금융과 산업이 따로 갔다면 이제는 산업과 금융이 함께 미래를 그려가는 거죠. 우리 정부 출범의 반환점에 다 와가지 않습니까? 오늘은 산업계가 이제 정말 탄소중립으로 간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준 것입니다.”

- 최근 글로벌 ESG 정책과 관련해 미국 대선에 눈길이 쏠립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총괄하는 존 포데스타 기후 특사(고문)가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랑 한 인터뷰에서 “미국판 탄소국경제도(CBAM)을 만들 거다”라는 충격적인 선언을 했습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서 트레이드와 기후를 총괄하는 담당자를 만나 탄소배출권 제도도 없는데 어떻게 CBAM을 만들지 물어보니, 물론 바로 되지는 않겠지만 미국에 수출되는 제품에 대해서는 공급망 차원을 포함해 탄소배출 데이터를 요구하겠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데이터에 상응하는 조치를 만들겠다는 거죠. 톤당 얼마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외국에서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정밀한 탄소집약도 데이터를 요구하겠다는 것이고, 무역 관세라는 측면에서 CBAM과 내용이 같습니다.”

- ESG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입니다.

”트럼프의 전 에너지 환경특보인 조지 뱅크스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트럼프 재집권 시 참모들이 파리기후변화협약, 심지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도 탈퇴를 건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선 지금 포린 폴루션(Foreign Pollution, 외부 오염)에 대해서는 강력히 규제한다는 거죠. 실제로 공화당이 ‘포린 폴루션 프리 액트(Foreign Pollution Free Act)’라는 걸 추진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런 스탠스는 양당 공히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기에 이제 무역과 기후의 상관성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 이산화탄소가 폴루션에 들어갑니까.

“미국은 이미 CO2를 폴루션으로 정의했습니다. 이미 ‘클린 에어 액트(Clean Air Act)’에서 정부 당국과 주 간 법적 소송까지 가서 CO2는 유해하다고 규정됐습니다. 그러니까 포린 폴루션은 클린 에어 액트에 따라 외국 기업의 CO2로 많은 것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린 이 점을 잘 눈여겨봐야 합니다. 유럽, 미국 공히 기업의 탄소배출 데이터 세트를 요구하는 시대가 왔다는 거죠. 단순히 예전의 무역장벽 수준이 아니라 지금은 탄소를 둘러싼 데이터 전쟁이 다가오고 있어요.”

- 한국 기업의 대처가 정말 중요해 보입니다.

“전 미국 부통령 앨 고어가 미국의 빅테크 기업과 클라이밋 트레이스(Climate Trace)를 만들었습니다. 인공지능(AI)과 인공위성, 센서와 빅데이터가 모여 기업이 얼마나 탄소를 배출했는지 추적하는 거죠. 산업혁명 시기 인클로저 운동이라고, 목장 치는 운동 아시죠? 이제는 그 담장을 허무는 디스클로저(disclosure, 공개)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기업에 ESG 데이터를 공개하라는 것입니다. 미국의 흐름도 그렇고, AI라는 테크놀로지가 깊숙이 들어오면서 현실화되고 있죠. 그래서 바로 데이터 플랫폼을 대기업 중소기업 공급망 차원에서 구축하겠다는 것이 오늘 발표의 골자예요. 앞으로 국가 차원의 탄소정보센터 같은 곳이 생길 것입니다.”

- 디지털과 ESG의 이중 전환(트윈 트랜지션)이 필요하군요.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직접 지시해 다이내믹 이코노미, 동적인 경제라는 걸 우리가 앞으로 끌고 나갈 것입니다. 거기에 디지털 전환과 녹색 전환을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가 들어갈 거예요. 산업계 다음에 교통, 건물, 폐기물 전 분야에서 변화가 이루어져야 하기에 산업 얼라이언스가 중요합니다. 탄소배출의 산정이 이루어져야 줄일 수 있습니다. 피터 드러커가 말했듯이 측정되어야 관리될 수 있는 거죠. 그동안은 기업이 기밀 유출 우려 등으로 꽁꽁 걸어 잠그려 했지만 시대가 변하고 있습니다.”
"미국판 CBAM 제정 가능성...글로벌 탄소 데이터 전쟁 대비해야"
- 어떻게 하면 전환이 더 빨리 될 수 있을까요.

“4월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플랫폼위원회와 함께 ‘AI 기반 그린 디지털 전환 컨퍼런스’를 진행했습니다. 디지털을 통한 전환은 다른 나라보다 잘할 수 있기에 그런 쪽으로 축적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훨씬 더 해야 되죠. 거기에는 상당히 중대한 조치가 필요해요. AI가 그 효능을 보여주는 게 에너지 효율화라고 할 수 있잖아요. 전력망의 최적화 관리 등을 하려면 가격 기재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전기요금 같은 경우 충분한 인센티브를 주지 못하고 있죠.”

- 전기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말씀이군요.

“AI나 디지털 분야가 들어올 때 전력 가격에 대한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 한전이 판매 독점하는 구조에서는 이런 AI가 능동적으로 역할을 해내기 어려워요. 얼마 전 삼성전자에서 전기요금 체제에 따라 자동 제어하는 스마트싱스 앱을 내놓았습니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이 필요합니다. 전기요금이 크게 변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이죠. 지역별 분산형 에너지 특별법에서 지역별로 요금 차등화는 될 것입니다. 얼마 전 한국은행에서 한국 물가 수준의 특성에 관한 보고서가 나왔는데, 한국의 물가 수준이 OECD 평균을 100이라고 치면 130쯤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전기·가스·수도요금은 70 정도예요.“

- 정치권에서 전기요금 현실화를 두려워한 결과라고 봅니다.

“그동안 공공요금이 국민과 산업계에 정말 많은 걸 했지만, 그 내용을 따져보면 이른바 가진 쪽에 더 많은 수익이 갔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내용입니다. 개도국 상태에서는 경제를 집중적으로 키워야 했기에 효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공공요금을 언제까지 억제할 수 있을까요. 아주 뼈아픈 개혁 과제로 남아 있죠. AI나 디지털이 전환되려면 가격 체계도 같이 움직여야 합니다.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그 분야에 관해 협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 배출권거래제의 탄소가격도 현실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배출권거래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카본 프라이싱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유상 할당은 당연히 늘어납니다. 산업계를 위해서라도 어차피 해외 국경에서 낼 거 여기서 내고 그걸로 재투자하는 거죠. 그러니까 카본 프라이싱을 벌주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변한 세상에서 전환을 도와주는 체제라고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카본 프라이싱으로 거둔 돈은 탈탄소 녹색화에 지원하도록, 인센티브와 규제 메커니즘이 상호작용하도록 하는 게 골자예요. 유럽은 규제 중심, 미국은 인센티브 중심인데 한국은 2개 다 필요합니다. 이 규제와 인센티브를 어떻게 적절히 병행해나가느냐가 우리의 능력이 될 것입니다.“

- 2035년 NDC 계획은 어떻게 수립하고 있습니까.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데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컨센서스입니다. 근데 이제 우리는 투 트랙으로 가려 해요. 하나는 보텀업으로 우리가 얼마까지 할 수 있는지를 각 섹터별로 쭉 올리는 추산 작업을 합니다. 지금 국제적으로는 세계 온실가스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43%, 2035년까지 60% 감축해야 한다는 게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의 요청 사항입니다. 그런데 앞서 말한 미국 대선 등 국제 정세를 봐야죠. 원래 내년 2월까지인데, 많은 나라가 내년 상반기 정도로 내는 분위기입니다. 올해 안에 어떤 상향안을 나름대로 마련해 치열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칠 예정입니다.“

- 목표는 어느 정도로 잡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목표를 정하는 것도 좋지만, 설정만 해놓고 이행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정부가 들어서고 2022년, 2023년 2년 연속 3% 이상씩 온실가스 감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올해도 의미 있는 감축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발전 분야에서는 지난해 5%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됩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함께 간다는 효과죠. 명명백백하게. 그러니까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둘 다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최근 탄녹위 강화에 대한 안도 국회에서 제기됐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 국회의원이 발의했는데요. 탄녹위가 너무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정부 조직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행정위원회나 행정조직으로 들어오는 얘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 저는 탄녹위라는 중요한 조직에서 조직 구성원이 안정적으로 일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지금은 1년, 2년 하다가 돌아갑니다. 이걸 어떻게 안정적으로 조직의 지식이 축적되도록 하느냐가 중요하죠. 영국의 기후변화위원회(Climate Change Committee, CCC)는 녹색성장위원회와 비슷한 시기에 출범했는데 데이터가 축적돼 있어 진일보된 리포트가 딱딱 나와요. 그러니까 데이터가 신뢰성도, 전문성도 있습니다.”

- 지난 2년간 탄녹위의 성과를 간단히 소개해주신다면요.

“우리는 지난 정부에서 NDC 40%라는 굉장히 도전적인 목표를 이어받았습니다. 지난해 3월, 이를 토대로 목표만이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베이식 플랜 이행 계획을 세우면서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에너지 믹스를 정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중점을 둬야 할 100대 녹색기술을 발굴해 정부 재정 및 녹색금융 조달 정책을 내놨고, 오늘은 산업까지 같이 갔습니다. 사실은 짧은 2년 동안 의미 있는 진전을 보였어요. 하지만 그걸로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ROI(Responsible, Orderly, Innovative) 즉 책임 있고, 예측 가능하도록, 혁신적으로 하려고 노력합니다. 우리의 소형모듈원자로(SMR)도 그렇고, 수소의 국가 전략기술화, 특히 AI를 통한 변화는 한국이 가장 잘 가져갈 수 있습니다.”

- 기술이 중요하겠군요.

“기술이 제도와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제도 설계도 중요하고요. 예를 들면 수소에서 물로 전기분해하는 기술이 있잖아요. 아직 확고한 세계적 톱은 없습니다. 우리가 반도체에 승부를 걸 때도 여기까지 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잖아요. 녹색성장을 이루면서 배터리 에너지 저장장치를 키웠고, 지금은 세계적 수준에 와 있잖아요. 우리는 계속 찾아가는 과정에 놓여 있습니다. 녹색성장은 피할 수 없는 기후변화 대응을 선제적으로 해서 앞으로 엄청나게 커질 녹색시장을 선점하자는 것입니다. 일단 그런 국가 전략을 잘 만들어야 하고, 그런 다음 이를 뒷받침할 만한 기술, 재정, 사람을 키워야 합니다.“

- 탈탄소 체계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산업·기술·금융·국제 체제가 함께 움직이면서 녹색성장의 리더가 되려면 스프린트 같은 마라톤을 해야 합니다. 열심히 빨리 달리면서 길게 달려야 해요. 예를 들면 인내 자본 같은 게 필요하고, 정권마다 정책이 단절되는 현상을 극복해야 합니다. 산업계, 금융계가 길게 내다볼 수 있도록 국가의 기본을 바꿔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죠. 탈탄소 체제를 비가역적(irreversible)으로 만드는 게 우리 정부의 미션입니다. 지금 하는 것이 충분치 않고 당장은 완벽하지 않아도 하나씩 쌓아가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2050 탄소중립을 이루기까지 5명의 대통령이 남았습니다. 앞에서 한 것을 다 무너뜨리지 않고 다음 정부, 그다음 정부로 이어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