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쇠약 직전에 총을 드는 여자, 크리스틴 스튜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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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오동진의 여배우 열전 - 크리스틴 스튜어트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내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일단 ‘기억 속의 그녀’가 존재한다. 나는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직접 봤다. 2016년쯤 선댄스 영화제 때였다.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에서 열리는 영화제. 로버트 레드포드가 만든 영화제. 아주 추운 영화제. 스타나 일반 관객이 격의 없이 어울리는 험블(humble)한 영화제. 아마 그때 스튜어트는 우디 앨런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때문에 왔을 것이다. 내가 놀란 것은 스튜어트의 얼굴 때문이었다. 작아도 너무 작았다. 사람의 얼굴이 저렇게 작을 수가 있나 싶었다. 몸과 얼굴의 비율이 맞지 않으면 소두증(小頭症) 환자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작은 얼굴과 몸매가 매칭돼 보였다. 젊고, 얼굴이 CD만 하고, 하얗고, 이목구비 뚜렷하고 등등등 천생이 배우라는 생각을 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 하면 모두들 ‘트와일라잇’을 얘기하겠지만 난 그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뱀파이어가 인간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인데 벨라라는 이름의 여자 아이를 너무 사랑한 잘생긴 뱀파이어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는 그녀의 목을 물지 못한다. 그는 피의 갈증을 참는다. 사랑이 욕구를 이긴다. 난 그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욕구가 사랑을 이기는 법이다. 모든 역사적 사건의 원인이 됐다. 원래 뱀파이어는 브람 슈토커가 창조할 때 빅토리아 시대(코르셋으로 꽁꽁 몸을 묶고, 여성성을 억압하던 시대)에 대한 저항의 아이콘으로 만든 것이다. 뱀파이어가 여자의 하얀 목덜미에 이빨을 박는 것은 남녀의 육체적 교합을 의미했다. 뱀파이어의 이빨(남근)이 목(몸)에 들어갈 때 귀부인들은 흠칫 몸을 떨고 곧 흡혈귀의 여자가 된다. 스스로 흡혈귀가 된다. 그런데 ‘트와일라잇’의 어린 고등학생 남녀는 피를 나누지 않는다. 뱀파이어의 정체성, 시대에 반항하려는 아이덴티티를 완전히 빼버린 셈이라고 느꼈다. 팬시한 드라큘라. 영화 ‘트와일라잇’이 나온 것은 아들 부시 때였고, 당시의 보수적 사회 풍조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아주 어렸을 때 나온 영화가 더 좋다. 아역 배우였을 때이다. 데이빗 핀처의 ‘패닉 룸’이다. 물론 주인공은 스튜어트가 아니다. 주연은 중년으로 가기 직전 마지막 미모를 불태우던 조디 포스터였다. 그녀는 광고회사 대표로 엄청난 부자였던 남편이 비서와 바람이 나자 딸만 데리고 예전 남편의 집이었던 저택으로 이사를 온다. 외진 곳이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복면강도 4인조가 밤에 침입을 한다. 그들이 몰랐던 것은 이 저택에 패닉 룸, 곧 강철 방이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벙커이다. 한번 들어가 문을 잠그면 그 누구도 거기를 열 수가 없는 곳이다. 조디 포스터는 강도의 공격을 피해 간신히 집 안 패닉 룸에 들어간다. 이때 데리고 들어가는 ‘품 안 새끼’가 바로 크리스틴 스튜어트이다. 스튜어트가 12살 때 나왔던 영화였다. 여기서 스튜어트가 맡은 아이 사라는 천식을 앓는다. 엄마 조디 포스터는 강철 방 안으로 피신해 들어오는 데만 급급했던 터라 천식용 튜브 석션을 거실인지 어딘가 놓고 왔다. 엄마는 나가야 한다. 사라가 천식으로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철 방은 한번 열려야 한다. 그 서스펜스가 대단했던 영화였다.
잔소리 같지만 핀처의 이 영화 ‘패닉 룸’에서 패닉 룸은 미국 본토를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세계의 위협에서 가장 안전할 수 있는 방=국토=나라가 미국이라는 생각. 그 생각을 깨 준 것이 9.11 테러였다. ‘미국이라는 패닉 룸’ 역시 안전하지 않다. 환상이다. 그 정치적 의미가 돋보인 영화였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아역 시절의 영화는 청소년 배우 시절의 ‘트와일라잇’보다 훨씬 의미가 큰 것이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 연기의 분기점은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이다. 동화 ‘백설공주’를 이상한 방향의 판타지액션어드벤처 물로 만든 이 영화에서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자신보다 훨씬 예쁘다고 생각한 왕비 역의 샤를리즈 테론 때문이었는지 감독인 루퍼스 샌더스와의 불륜에 베팅을 했다. 당연히 영화도 망했고 스튜어트 자신도 망했다. 당시 감독은 영화가 백설공주 얘기였음에도 샤를리즈 테론의 카리스마에 압도당해 왕비 캐릭터 연출에 더 공을 들였고 스튜어트는 그런 감독의 관심을 자신과 자신의 배역에 더욱 기울이게 하고자 그를 몸으로 유혹했다는 설이 강하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이다. 설마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겠으나 영화 프로덕션 과정에서 배우들 간의 경쟁, 알력, 시기, 다툼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 영화는 늘 그 사이에서 만들어진다. 영화는 일종의 정치이다. 당시 스튜어트는 21살에 불과했고 당연히 이후 많은 영화의 주연 자리에서 밀려나게 됐다. 스캔들이 후유증이 가라앉기를 기다려야 했다. 당연히 작은 영화, 개성 있는 예술영화에 더 많은 ‘자리’가 났으며 이걸 마다하지 않은 것이 크리스틴 스튜어트에게는 전화위복이 됐다. 브라질 월터 살레스의 ‘온 더 로드’(2012)에서의 과감한 연기는 스튜어트가 불륜이라는 과정을 통해 인간적으로 망가지기보다는 삶의 면면을 터득하고 성인 연기자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음을 보여줬다. ‘온 더 로드’는 미국 비트 제너레이션을 대표하는 잭 케루악의 자전적인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윌리엄 버로즈, 앨런 긴즈버그 등 당대를 대표했던 시인이 등장인물로 나오는, 지적인 작품이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약에 취한 올 누드 연기를 선보인다.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아주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약물에 취한 표정이 일품이었다. 다시 그녀를 좋아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지식인 관객들에겐 꽤나 매력적인 작품이다. 게다가 월터 살레스의 작품이다. 그는 ‘모터 사이클 다이어리’ 등 로드 무비에 강하다. ‘온 더 로드’는 제목 자체가 로드 무비이다. 이후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작은 영화의 여신이 됐다. 할리우드 스타지만 작은 영화, 개성 있는 예술 영화를 선호하는 배우라는 소리를 듣는다. 당연히 선댄스 영화제가 초청 1순위의 배우라는 소리다. 줄리엣 비노쉬와 나왔던 ‘크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2014), 줄리앤 무어와 나왔던 ‘스틸 앨리스’(2014), 매력적인 소품 ‘월터 교수의 마지막 강의’ 그리고 우디 앨런의 ‘카페 소사이어티’(2016) 프랑스 올리비아 아사야스 감독의 ‘퍼스널 쇼퍼’ 등등 그녀의 필모그래피는 오히려 더욱 빛나게 됐다. 국내 개봉 당시 거의 사람들이 찾지 않았던 ‘월터 교수의 마지막 강의’에서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불면증과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여대생으로 나온다. 스튜어트는 그런 역을 잘한다. 불안함에 떠는 여자, 신경쇠약으로 곧 꺾이기 일보 직전의 여자 역이다. ‘퍼스널 쇼퍼’에서는 유명 배우의 스타일리스트, 의상 담당이었다가 스스로 스타 연하는 정신 분열의 연기를 선보인다. 신경쇠약 연기의 압권이 바로 ‘스펜서’이다. ‘스펜서’는 지금까지 나온 영국 왕세자비 다이애나 영화 중에 가장 뛰어난 작품이었으며 배역과 배우가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였다. 감독은 파블로 라라인이었다. 나탈리 포트먼이 재클린 케네디 역을 맡았던 ‘재키’로 이미 이런 류의 영화를 만들어서 유명해진 칠레 출신의 독특한 감독이다. 그의 넷플릭스 영화 ‘공작’은 독재자 피노체트가 드라큘라로 아직 살아 있다는 얘기의 흑백영화였다. 으악.
크리스틴 스튜어트 역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더 워터’ 같은 약간은 규모가 있는 상업영화에도 출연한다. 해저 괴수 영화이다. 그러나 당연히 망작이었고 경력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제 그녀는 이런 류의 장르영화에는 맞지 않는 배우가 됐다. 현재 국내에 개봉된 ‘러브 라이즈 블리딩’은 퀴어 영화이다. 남성적 매력의 바디 빌더 여자 잭키(케이티 오브라이언)를 위해 총을 드는 가녀린 여자 루 역을 해낸다. 루가 지키려는 것은 잭키와의 사랑만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 가려는 새로운 삶에 대한 사랑이다. 무엇보다 잭키와 이루려는 새로운 가족에 대한 것이다. 새로운 세상은 기존의 가족관계, 기성의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는 피가 흐를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파격의 작품이다. 2000년에 나온 프랑스 영화 ‘베즈 무아(Baise-moi)’라는 작품이 있다. 직역하면 ‘나를 강간해줘’이다. 비르지니 데팡트란 여성 작가가 쓰고 포르노 배우인 코랄티 트린티가 같이 만들고 출연한 영화이다. 포르노이다. 국내에서는 당연히 수입이 금지됐었으나 2010년대 언제쯤 하드코어 장면, 리얼 섹스 장면을 다 자르고 개봉됐다가 망한 적이 있다. 당시 제목은 ‘베즈 무아 : 거친 그녀들’이다. 두 여성이 자신들을 강간하고 폭행한 남자들을 찾아 다니며 무차별 살상을 벌이다가 진짜 살인강도로 변모한다는 이야기이다. 이상하게도 ‘러브 라이즈 블리딩’을 보고 있으면 ‘베즈 무아’가 생각이 난다. ‘러브 라이즈 블리딩’도 사랑과 자존을 지키려 스스로 갱단처럼 되어 버린 두 여자의 이야기이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도 ‘베즈 무아’를 봤을까.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기대 이상으로 매우 독립적이고 자기만의 색깔을 갖게 된 아티스트 배우로 성장하고 있다. 34살이다. 아주아주 창창한 나이이다. 기회가 천만번은 남아 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들을 많이 해 낼 것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잔소리 같지만 핀처의 이 영화 ‘패닉 룸’에서 패닉 룸은 미국 본토를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세계의 위협에서 가장 안전할 수 있는 방=국토=나라가 미국이라는 생각. 그 생각을 깨 준 것이 9.11 테러였다. ‘미국이라는 패닉 룸’ 역시 안전하지 않다. 환상이다. 그 정치적 의미가 돋보인 영화였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아역 시절의 영화는 청소년 배우 시절의 ‘트와일라잇’보다 훨씬 의미가 큰 것이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 연기의 분기점은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이다. 동화 ‘백설공주’를 이상한 방향의 판타지액션어드벤처 물로 만든 이 영화에서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자신보다 훨씬 예쁘다고 생각한 왕비 역의 샤를리즈 테론 때문이었는지 감독인 루퍼스 샌더스와의 불륜에 베팅을 했다. 당연히 영화도 망했고 스튜어트 자신도 망했다. 당시 감독은 영화가 백설공주 얘기였음에도 샤를리즈 테론의 카리스마에 압도당해 왕비 캐릭터 연출에 더 공을 들였고 스튜어트는 그런 감독의 관심을 자신과 자신의 배역에 더욱 기울이게 하고자 그를 몸으로 유혹했다는 설이 강하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이다. 설마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겠으나 영화 프로덕션 과정에서 배우들 간의 경쟁, 알력, 시기, 다툼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 영화는 늘 그 사이에서 만들어진다. 영화는 일종의 정치이다. 당시 스튜어트는 21살에 불과했고 당연히 이후 많은 영화의 주연 자리에서 밀려나게 됐다. 스캔들이 후유증이 가라앉기를 기다려야 했다. 당연히 작은 영화, 개성 있는 예술영화에 더 많은 ‘자리’가 났으며 이걸 마다하지 않은 것이 크리스틴 스튜어트에게는 전화위복이 됐다. 브라질 월터 살레스의 ‘온 더 로드’(2012)에서의 과감한 연기는 스튜어트가 불륜이라는 과정을 통해 인간적으로 망가지기보다는 삶의 면면을 터득하고 성인 연기자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음을 보여줬다. ‘온 더 로드’는 미국 비트 제너레이션을 대표하는 잭 케루악의 자전적인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윌리엄 버로즈, 앨런 긴즈버그 등 당대를 대표했던 시인이 등장인물로 나오는, 지적인 작품이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약에 취한 올 누드 연기를 선보인다.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아주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약물에 취한 표정이 일품이었다. 다시 그녀를 좋아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지식인 관객들에겐 꽤나 매력적인 작품이다. 게다가 월터 살레스의 작품이다. 그는 ‘모터 사이클 다이어리’ 등 로드 무비에 강하다. ‘온 더 로드’는 제목 자체가 로드 무비이다. 이후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작은 영화의 여신이 됐다. 할리우드 스타지만 작은 영화, 개성 있는 예술 영화를 선호하는 배우라는 소리를 듣는다. 당연히 선댄스 영화제가 초청 1순위의 배우라는 소리다. 줄리엣 비노쉬와 나왔던 ‘크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2014), 줄리앤 무어와 나왔던 ‘스틸 앨리스’(2014), 매력적인 소품 ‘월터 교수의 마지막 강의’ 그리고 우디 앨런의 ‘카페 소사이어티’(2016) 프랑스 올리비아 아사야스 감독의 ‘퍼스널 쇼퍼’ 등등 그녀의 필모그래피는 오히려 더욱 빛나게 됐다. 국내 개봉 당시 거의 사람들이 찾지 않았던 ‘월터 교수의 마지막 강의’에서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불면증과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여대생으로 나온다. 스튜어트는 그런 역을 잘한다. 불안함에 떠는 여자, 신경쇠약으로 곧 꺾이기 일보 직전의 여자 역이다. ‘퍼스널 쇼퍼’에서는 유명 배우의 스타일리스트, 의상 담당이었다가 스스로 스타 연하는 정신 분열의 연기를 선보인다. 신경쇠약 연기의 압권이 바로 ‘스펜서’이다. ‘스펜서’는 지금까지 나온 영국 왕세자비 다이애나 영화 중에 가장 뛰어난 작품이었으며 배역과 배우가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였다. 감독은 파블로 라라인이었다. 나탈리 포트먼이 재클린 케네디 역을 맡았던 ‘재키’로 이미 이런 류의 영화를 만들어서 유명해진 칠레 출신의 독특한 감독이다. 그의 넷플릭스 영화 ‘공작’은 독재자 피노체트가 드라큘라로 아직 살아 있다는 얘기의 흑백영화였다. 으악.
크리스틴 스튜어트 역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더 워터’ 같은 약간은 규모가 있는 상업영화에도 출연한다. 해저 괴수 영화이다. 그러나 당연히 망작이었고 경력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제 그녀는 이런 류의 장르영화에는 맞지 않는 배우가 됐다. 현재 국내에 개봉된 ‘러브 라이즈 블리딩’은 퀴어 영화이다. 남성적 매력의 바디 빌더 여자 잭키(케이티 오브라이언)를 위해 총을 드는 가녀린 여자 루 역을 해낸다. 루가 지키려는 것은 잭키와의 사랑만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 가려는 새로운 삶에 대한 사랑이다. 무엇보다 잭키와 이루려는 새로운 가족에 대한 것이다. 새로운 세상은 기존의 가족관계, 기성의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는 피가 흐를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파격의 작품이다. 2000년에 나온 프랑스 영화 ‘베즈 무아(Baise-moi)’라는 작품이 있다. 직역하면 ‘나를 강간해줘’이다. 비르지니 데팡트란 여성 작가가 쓰고 포르노 배우인 코랄티 트린티가 같이 만들고 출연한 영화이다. 포르노이다. 국내에서는 당연히 수입이 금지됐었으나 2010년대 언제쯤 하드코어 장면, 리얼 섹스 장면을 다 자르고 개봉됐다가 망한 적이 있다. 당시 제목은 ‘베즈 무아 : 거친 그녀들’이다. 두 여성이 자신들을 강간하고 폭행한 남자들을 찾아 다니며 무차별 살상을 벌이다가 진짜 살인강도로 변모한다는 이야기이다. 이상하게도 ‘러브 라이즈 블리딩’을 보고 있으면 ‘베즈 무아’가 생각이 난다. ‘러브 라이즈 블리딩’도 사랑과 자존을 지키려 스스로 갱단처럼 되어 버린 두 여자의 이야기이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도 ‘베즈 무아’를 봤을까.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기대 이상으로 매우 독립적이고 자기만의 색깔을 갖게 된 아티스트 배우로 성장하고 있다. 34살이다. 아주아주 창창한 나이이다. 기회가 천만번은 남아 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들을 많이 해 낼 것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