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민족주의 우크라 정치인 살해 혐의 10대 용의자 체포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우크라이나 정치인 이리나 파리온 전 의원을 살해한 혐의로 10대 용의자가 현지 당국에 체포됐다고 미국 CNN 방송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리온 전 의원은 지난 19일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서 무장한 괴한이 쏜 총탄을 머리에 맞은 뒤 병원에 옮겨졌으나 결국 목숨을 잃었다.

수사에 나선 우크라이나 군경과 범죄 전문가들은 최근 가해자를 특정했고 100헥타르(1㎢) 면적의 숲을 샅샅이 뒤지는 등 139시간에 걸친 추적 끝에 올해 18살인 용의자를 검거했다고 이호르 클리멘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을 통해 관련 당국을 치하하면서 "이 범죄와 관련해 더 많은 사실을 찾아내고 진상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한 모두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민족주의 성향의 언어학자 출신 정치인인 파리온은 우크라이나어가 아닌 러시아어를 모어(母語)로 쓰는 우크라이나인을 비방해 논란을 빚어온 인물이다.

2005년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스보보다'(자유당)에 입당한 그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우크라이나 의회에 몸을 담았으나, 이후에는 중앙정치에 진출하지 못한 채 르비우 지방의회 등에서만 활동해 왔다.

우크라이나의 공용어는 우크라이나어이지만, 동부와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는 러시아를 주로 쓰는 인구가 적지 않다.

심지어 젤렌스키 대통령도 모어는 러시아어인 상황이다.

하지만 파리온은 작년 11월 아조우 여단과 제3 공격여단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정예부대 구성원들이 러시아어로 소통하는 것을 문제 삼으면서, '러시아어를 쓰는 병사'들은 우크라이나인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해 거센 비난을 받아왔다.

2년 전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파죽지세로 진군해 오는 러시아군에 맞서 흑해 연안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배수진을 친 채 80여일간 결사항전을 벌인 전쟁영웅들을 모욕한 셈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도 러시아가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림반도의 친(親)우크라이나 인사가 보낸 메시지를 소셜미디어에 공개해 러시아 당국의 보복을 받도록 만들었다는 이유로 우크라이나 보안국(SSU) 조사를 받으면서였다.

논란이 일자 파리온이 몸담고 있던 우크라이나 공립대학 르비우 폴리테크닉은 그를 해고했으나 파리온은 소송을 제기했다.

현지 법원은 지난 5월 르비우 폴리테크닉이 파리온을 복직시키고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