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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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사업성 우려로 미국 반도체주 주가가 급락하면서 국내 증권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와 LS 일렉트릭은 전날 2분기 호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이 낮아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기적 하락에 그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26일 하이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종전 대비 19.4% 내린 21만6000원으로 제시했다. 투자의견은 기존과 같은 '중립(Hold)'를 유지했다. 전날 SK하이닉스가 증권가 예상을 뛰어넘은 2분기 실적을 내놨지만 AI 투자감소 우려가 커지면서 오히려 목표주가를 낮췄다. NH투자증권 역시 목표주가를 기존 30만원에서 28만원으로 소폭 내렸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5조4685억원으로 증권가 컨센서스(예상치 평균)인 5조1922억원을 5.32% 웃돌았다.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을 넘긴 것은 2018년 3분기 이후 6년만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이 전 분기 대비 80% 이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0% 이상 늘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이같은 성적에도 일부 증권사는 현재 HBM 생산량이 수요를 넘어서 SK하이닉스의 실적도 꺾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HBM 매출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과도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상상인증권의 경우 실적 발표 전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을 6조1780억원까지 올려잡기도 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시장 전망에 부합했지만 영업이익 7조원에 달할 것이라던 시장 일부의 최고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며 "AI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패키징 설비가 100% 가동된다고 해도 올해 최대 HBM 수요량은 8.8억GB(기가바이트)이며 올해 HBM 생산 3사의 생산 계획은 총 13.8억GB에 달해 수요량을 넘어설 것"이라고 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AI 과잉 투자와 경쟁사의 시장 진입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실적 개선세가 지속되겠지만 최근 우려를 반영해 목표주가는 소폭 하향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주와 함께 급등했던 일부 전력주도 주가가 고점을 지나갔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한국투자증권은 LS일렉트릭의 투자등급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했다. LS일렉트릭의 2분기 영업이익이 1096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이미 실적 개선 기대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투자 의견을 하향하지 않은 증권사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력 기기 호황이 중기 사이클로 들어서면서 향후 3년은 지난 3년보다 이익의 증가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며 "실적 개선은 이어지겠지만 성장 기대는 이미 충분히 반영됐다"고 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초고압 투자와 배전시장 성장성은 좋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 투자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AI 산업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 감소 우려는 섣부른 '기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AI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며 "특정 업체가 AI 투자에 속도조절을 할 만한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