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첫인상 '공항'의 아트 전쟁…뉴욕 JFK 공항 가는 양혜규·박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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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이한빛의 아메리칸 아트 살롱
그 나라 첫인상은 공항에서 결정된다.
JFK 공항 제 6 터미널과
인천공항 제 2 여객터미널에서 보는
공항 內 아트워크
양혜규, 박가희 등
공항서 만날 수 있는 작가들
그 나라 첫인상은 공항에서 결정된다.
JFK 공항 제 6 터미널과
인천공항 제 2 여객터미널에서 보는
공항 內 아트워크
양혜규, 박가희 등
공항서 만날 수 있는 작가들
Love at first sight, 그러니까 첫눈에 반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거의 ‘0’으로 수렴하는 이 확률을 키우기 위해 우리는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 첫인상을 좋게 하기 위해서요. 그렇다면 사람 간이 아니라 사람과 도시로 대상을 확장해 볼까요? 새로운 도시 혹은 나라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여행객마다 다르겠지만, 첫인상은 동일할 겁니다. 바로 ‘공항’이죠.
공항은 그래서 정치, 행정, 경제, 문화 주체들의 욕망 대상이 됩니다. 대외적으로 내보이는 곳이자 내국인들이 떠나며 마지막으로 머무르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처음과 마지막을 함께하는 장소만큼 중요한 곳이 있을까요? 그렇기에 안전하고, 깔끔하고, 최신 기술이 집약된, 그리고 기억에 남는 공항을 만들고자 천문학적 예산이 몰리는 것일 터입니다. 5조8000억 예산의 새로운 JFK 터미널, 거기에 설치될 작품은?
세계 경제의 수도 뉴욕도 마찬가지입니다. 공항을 관리하는 뉴욕 및 뉴저지 항만청(The Port Authority of New York and New Jersey)은 오는 2026년 JFK(존 F. 케네디 국제공항) 제 6 터미널 1차 오픈을 앞두고 있습니다. (최종 완성은 2028년입니다) 새 터미널 공사 및 운영 예산은 42억 달러(한화 약 5조 8000억원)에 달합니다. 한 해 이용 인구만 6300만명(2024년 기준)에 달하기에 새로운 터미널과 부대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심지어 2020년 코로나 시기 급격하게 줄어 1000만명대를 기록했던 때를 제외하면, JFK를 찾는 인원은 매년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창 공사 중인 제 6 터미널의 모습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발표가 지난 19일 나왔습니다. 최첨단 물류, 이동 동선이 아니라 바로 이곳에 영구 설치될 예술작품의 작가 18인이 선정된 것이죠. 항만청은 “우리 지역을 연상시키는 공공예술은 세계적 수준의 공항을 만들기 위한 항만청의 전략에 필수적 요소”라며 “JFK 제 6 터미널에 설치될 이 작품들은 여행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뉴욕이라는 지역성, 장소성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내리자마자 이곳이 ‘뉴욕’이라고 느끼게 만들겠다는 계획일 터입니다. 뉴욕이니까 뉴욕 바이브, 한국 작가도 2인
참여작가 리스트를 살펴보면 미국 작가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뉴욕 바이브’를 위해서였을까요? 10명이 뉴욕 출신(거주)입니다. 바바라 크루거, 찰스 게인스, 니나 샤넬 애브니, 테레시타 페르난데스 같은 미국 블루칩 작가는 물론 멕시코 출신 펠리베 바이자, 독일 출신 케르 스틴 브레치, 소말리아 출신 우만 등 젊은 작가도 포함되었습니다. 이 중엔 한국 작가도 2명 이름을 올렸습니다. 바로 양혜규 작가와 박가희 작가입니다.
서울과 베를린을 오가며 활동하는 양혜규는 독특한 설치작업으로 시각언어를 구사하는 작가입니다. 방울이나 문고리, 온 벽을 가득 메우는 디지털 프린트, 천정에서 매달려 내려오는 블라인드 등 본래의 기능은 삭제되고 맥락이 지워진 상태에서 조합된 오브제들이 만들어내는 설치된 공간과 만들어내는 긴장감 혹은 의외의 조화가 탁월합니다. 작가는 20대에 서울을 떠나 독일로 유학을 갔습니다. 때문에 그의 작품을 놓고 맥락이 사라진 채 유럽이라는 공간에 뚝 떨어진 작가의 고민이 이민과 이주를 추상적으로 풀어낸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양혜규와 박가희, 이제 JFK에서 만난다
이번 JFK 제 6 터미널에 설치될 작업은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공중 설치작업이 될 것으로 미술계는 보고 있습니다. 에스컬레이터나 터미널 사이 통로를 지나던 여행객이 시선을 들어 위를 바라보면 만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행, 이주, 이동을 상징하는 공항에 비슷한 고민을 평생 안고 살았던 양혜규의 언어가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가 됩니다.
몬트리올에 거주하는 박가희 작가는 회화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앙리 루소를 떠올리게 하는 차분한 색감의 순박한 스타일의 그림입니다. 그러나 이질감이나 불편함도 동시에 느껴집니다. 사랑을 나누는 남녀를 배경으로 설치된 테이블에선 (서양미술사에서 흔히 등장하는) 과일, 치즈, 병 따위가 놓였는데, 얌전히 놓인 게 아니라 굴러떨어지려 합니다. 입체파 그림처럼 한쪽으로 몰린 인체는 너무 뾰족하게 그려지고, 원근법이 뒤섞입니다. 페로탕 갤러리는 박가희의 그림에 대해 ‘강제적인 원근법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원근법이 뭉개지자 평면성이 두드러지는데 대상을 묘사하는 질감과 패턴이 인상적입니다.
(당연하게도) 박가희의 작업이 어떤 형태로 설치될지 아직 발표된 것이 없습니다. 다만 벽, 바닥, 천장 등 모든 공간에 작품이 들어선다고 하니 대형 회화의 형태로 여행객과 만나지 않을까 짐작할 뿐입니다. 공항은 현대미술의 격전지
이번 제 6 터미널의 예술작품 예산은 약 2200만 달러(약 304억원) 입니다. 항만청이 신규 터미널 공사를 발주하며 개발업자들에게 미술품 설치를 필수적으로 요구했습니다. 제 6 터미널의 큐레이션은 뉴욕의 비영리 단체인 퍼블릭 아트 펀드(Public Art Fund)가 맡았습니다. 전 세계 수백명에 달하는 작가들을 검토해 가능한 작가들을 리스트업했고, 심사 끝에 문화적, 사회적, 지리적으로 다양성을 포괄할 수 있는 작가들을 선정했다는 후문입니다.
그렇습니다. 공항은 어찌 보면 현대미술의 격전지입니다. 앞서 설명한 장소적 상징성에 더해 미술이 건축을 보완하고 지역 문화와 외부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높은 천정과 열린 공간은 대규모 설치작업이 가장 선호하는 공간이지요.
시카고의 오헤어 국제공항은 작년 10월 제 5 터미널을 리모델링하며 350만달러(약 48억 5000만원) 규모의 아트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이베트 마요르가(Yvette Mayorga), 루프트베르크(Luftwerk), 밥 파우스트(Bob Faust), 에드라 소토(Edra Soto)와 같은 지역 작가들이 참여한 프로젝트의 목표는 시카고의 첫인상을 심어주는 것이지요. 시카고 항공국은 “연간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제 5 터미널은 시카고뿐만 아니라 미국 전체에 대한 첫인상을 좌우한다. 예술을 통해 시카고의 본질, 다양성,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고 설명합니다.
미국만이 아닙니다. 카타르 도하의 하마드 국제공항엔 KAWS의 대형 나무 소년 조각품인 작은 거짓말(Small Lie), 우르스 피셔의 머리에 램프를 단 노란 테디비어 ‘램프 베어’, 장 미셸 오토니엘의 유리 별자리 ‘코스코스’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공항이 현대미술가와만 협업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럽의 주요 환승 공항인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는 라이크스 박물관 전용 전시장이 있습니다. 렘브란트, 베르메르와 같은 네덜란드 미술의 황금기 작가들의 작품이 순환하며 여행객들과 만납니다. 런던 히드로 공항엔 테이트 모던이나 다른 영국기관이 참여한 전시가 펼쳐집니다. 데미안 허스트와 아니시 카푸어 같은 영국 작가들이 단골로 등장합니다. 아트포트라고 대대적 알렸던 인천은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인천공항도 지난 2018년 제 2 터미널을 개항하며 ‘아트포트’를 지향한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기자들과 관계자를 초대해 대대적으로 알렸지요. 당시 공개한 미술품에 소요된 비용은 약 183억원. 공공미술 규모로 최대치였습니다. 총 16점의 미술품이 공항 내외부에 설치됐고, 아트포트프로젝트 46억원, 건축물 미술작품 37억원, 미디어 아트워크에 100억원이 쓰였습니다. 프랑스 현대미술 스타인 자비에 베이앙, 미디어 아티스트인 율리어스 포프도 참여작가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개항한 지 6년 만에 일부 작품들은 고장 나 작동이 중단됐고, 면세점 쪽에 설치된 다른 작품들은 지난해 철거가 됐다고 합니다. 터미널에 들어가자마자 만나는 파란색의 대형 모빌인 ‘그레이트 모빌’(자비에 베이앙)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선정과 설치도 잘해야겠지만 관리도 못지않게 중요하겠지요? 어찌 됐든, 지금 세계 미술계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작가로 꼽히는 양혜규의 작업을 인천공항이 아닌 JFK에서 만나게 된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심장합니다. 먼저, 한국미술이 세계에서도 주류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것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뒤집어 보면, 한국 미술계 스타들의 작품은 왜 인천공항을 뚫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정치, 행정, 경제, 문화 주체들의) ‘부끄러운 속사정’ 정도로 남겨놓겠습니다.
이한빛 칼럼니스트
공항은 그래서 정치, 행정, 경제, 문화 주체들의 욕망 대상이 됩니다. 대외적으로 내보이는 곳이자 내국인들이 떠나며 마지막으로 머무르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처음과 마지막을 함께하는 장소만큼 중요한 곳이 있을까요? 그렇기에 안전하고, 깔끔하고, 최신 기술이 집약된, 그리고 기억에 남는 공항을 만들고자 천문학적 예산이 몰리는 것일 터입니다. 5조8000억 예산의 새로운 JFK 터미널, 거기에 설치될 작품은?
세계 경제의 수도 뉴욕도 마찬가지입니다. 공항을 관리하는 뉴욕 및 뉴저지 항만청(The Port Authority of New York and New Jersey)은 오는 2026년 JFK(존 F. 케네디 국제공항) 제 6 터미널 1차 오픈을 앞두고 있습니다. (최종 완성은 2028년입니다) 새 터미널 공사 및 운영 예산은 42억 달러(한화 약 5조 8000억원)에 달합니다. 한 해 이용 인구만 6300만명(2024년 기준)에 달하기에 새로운 터미널과 부대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심지어 2020년 코로나 시기 급격하게 줄어 1000만명대를 기록했던 때를 제외하면, JFK를 찾는 인원은 매년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창 공사 중인 제 6 터미널의 모습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발표가 지난 19일 나왔습니다. 최첨단 물류, 이동 동선이 아니라 바로 이곳에 영구 설치될 예술작품의 작가 18인이 선정된 것이죠. 항만청은 “우리 지역을 연상시키는 공공예술은 세계적 수준의 공항을 만들기 위한 항만청의 전략에 필수적 요소”라며 “JFK 제 6 터미널에 설치될 이 작품들은 여행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뉴욕이라는 지역성, 장소성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내리자마자 이곳이 ‘뉴욕’이라고 느끼게 만들겠다는 계획일 터입니다. 뉴욕이니까 뉴욕 바이브, 한국 작가도 2인
참여작가 리스트를 살펴보면 미국 작가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뉴욕 바이브’를 위해서였을까요? 10명이 뉴욕 출신(거주)입니다. 바바라 크루거, 찰스 게인스, 니나 샤넬 애브니, 테레시타 페르난데스 같은 미국 블루칩 작가는 물론 멕시코 출신 펠리베 바이자, 독일 출신 케르 스틴 브레치, 소말리아 출신 우만 등 젊은 작가도 포함되었습니다. 이 중엔 한국 작가도 2명 이름을 올렸습니다. 바로 양혜규 작가와 박가희 작가입니다.
서울과 베를린을 오가며 활동하는 양혜규는 독특한 설치작업으로 시각언어를 구사하는 작가입니다. 방울이나 문고리, 온 벽을 가득 메우는 디지털 프린트, 천정에서 매달려 내려오는 블라인드 등 본래의 기능은 삭제되고 맥락이 지워진 상태에서 조합된 오브제들이 만들어내는 설치된 공간과 만들어내는 긴장감 혹은 의외의 조화가 탁월합니다. 작가는 20대에 서울을 떠나 독일로 유학을 갔습니다. 때문에 그의 작품을 놓고 맥락이 사라진 채 유럽이라는 공간에 뚝 떨어진 작가의 고민이 이민과 이주를 추상적으로 풀어낸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양혜규와 박가희, 이제 JFK에서 만난다
이번 JFK 제 6 터미널에 설치될 작업은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공중 설치작업이 될 것으로 미술계는 보고 있습니다. 에스컬레이터나 터미널 사이 통로를 지나던 여행객이 시선을 들어 위를 바라보면 만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행, 이주, 이동을 상징하는 공항에 비슷한 고민을 평생 안고 살았던 양혜규의 언어가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가 됩니다.
몬트리올에 거주하는 박가희 작가는 회화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앙리 루소를 떠올리게 하는 차분한 색감의 순박한 스타일의 그림입니다. 그러나 이질감이나 불편함도 동시에 느껴집니다. 사랑을 나누는 남녀를 배경으로 설치된 테이블에선 (서양미술사에서 흔히 등장하는) 과일, 치즈, 병 따위가 놓였는데, 얌전히 놓인 게 아니라 굴러떨어지려 합니다. 입체파 그림처럼 한쪽으로 몰린 인체는 너무 뾰족하게 그려지고, 원근법이 뒤섞입니다. 페로탕 갤러리는 박가희의 그림에 대해 ‘강제적인 원근법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원근법이 뭉개지자 평면성이 두드러지는데 대상을 묘사하는 질감과 패턴이 인상적입니다.
(당연하게도) 박가희의 작업이 어떤 형태로 설치될지 아직 발표된 것이 없습니다. 다만 벽, 바닥, 천장 등 모든 공간에 작품이 들어선다고 하니 대형 회화의 형태로 여행객과 만나지 않을까 짐작할 뿐입니다. 공항은 현대미술의 격전지
이번 제 6 터미널의 예술작품 예산은 약 2200만 달러(약 304억원) 입니다. 항만청이 신규 터미널 공사를 발주하며 개발업자들에게 미술품 설치를 필수적으로 요구했습니다. 제 6 터미널의 큐레이션은 뉴욕의 비영리 단체인 퍼블릭 아트 펀드(Public Art Fund)가 맡았습니다. 전 세계 수백명에 달하는 작가들을 검토해 가능한 작가들을 리스트업했고, 심사 끝에 문화적, 사회적, 지리적으로 다양성을 포괄할 수 있는 작가들을 선정했다는 후문입니다.
그렇습니다. 공항은 어찌 보면 현대미술의 격전지입니다. 앞서 설명한 장소적 상징성에 더해 미술이 건축을 보완하고 지역 문화와 외부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높은 천정과 열린 공간은 대규모 설치작업이 가장 선호하는 공간이지요.
시카고의 오헤어 국제공항은 작년 10월 제 5 터미널을 리모델링하며 350만달러(약 48억 5000만원) 규모의 아트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이베트 마요르가(Yvette Mayorga), 루프트베르크(Luftwerk), 밥 파우스트(Bob Faust), 에드라 소토(Edra Soto)와 같은 지역 작가들이 참여한 프로젝트의 목표는 시카고의 첫인상을 심어주는 것이지요. 시카고 항공국은 “연간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제 5 터미널은 시카고뿐만 아니라 미국 전체에 대한 첫인상을 좌우한다. 예술을 통해 시카고의 본질, 다양성,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고 설명합니다.
미국만이 아닙니다. 카타르 도하의 하마드 국제공항엔 KAWS의 대형 나무 소년 조각품인 작은 거짓말(Small Lie), 우르스 피셔의 머리에 램프를 단 노란 테디비어 ‘램프 베어’, 장 미셸 오토니엘의 유리 별자리 ‘코스코스’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공항이 현대미술가와만 협업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럽의 주요 환승 공항인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는 라이크스 박물관 전용 전시장이 있습니다. 렘브란트, 베르메르와 같은 네덜란드 미술의 황금기 작가들의 작품이 순환하며 여행객들과 만납니다. 런던 히드로 공항엔 테이트 모던이나 다른 영국기관이 참여한 전시가 펼쳐집니다. 데미안 허스트와 아니시 카푸어 같은 영국 작가들이 단골로 등장합니다. 아트포트라고 대대적 알렸던 인천은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인천공항도 지난 2018년 제 2 터미널을 개항하며 ‘아트포트’를 지향한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기자들과 관계자를 초대해 대대적으로 알렸지요. 당시 공개한 미술품에 소요된 비용은 약 183억원. 공공미술 규모로 최대치였습니다. 총 16점의 미술품이 공항 내외부에 설치됐고, 아트포트프로젝트 46억원, 건축물 미술작품 37억원, 미디어 아트워크에 100억원이 쓰였습니다. 프랑스 현대미술 스타인 자비에 베이앙, 미디어 아티스트인 율리어스 포프도 참여작가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개항한 지 6년 만에 일부 작품들은 고장 나 작동이 중단됐고, 면세점 쪽에 설치된 다른 작품들은 지난해 철거가 됐다고 합니다. 터미널에 들어가자마자 만나는 파란색의 대형 모빌인 ‘그레이트 모빌’(자비에 베이앙)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선정과 설치도 잘해야겠지만 관리도 못지않게 중요하겠지요? 어찌 됐든, 지금 세계 미술계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작가로 꼽히는 양혜규의 작업을 인천공항이 아닌 JFK에서 만나게 된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심장합니다. 먼저, 한국미술이 세계에서도 주류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것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뒤집어 보면, 한국 미술계 스타들의 작품은 왜 인천공항을 뚫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정치, 행정, 경제, 문화 주체들의) ‘부끄러운 속사정’ 정도로 남겨놓겠습니다.
이한빛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