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만찬에서 한동훈 대표와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만찬에서 한동훈 대표와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여당에 '두 개의 태양'이 떠올랐습니다. 임기가 3년 남은 윤석열 대통령과 63%의 압도적 지지로 당권은 잡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이야기입니다.

한 대표가 취임하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관계'에 쏠리게 됐습니다. 호형호제할 만큼 가까웠던 두 사람의 사이는 지난 총선을 거치며 걷잡을 수 없이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아찔한 균형 잡기는 전당대회와 동시에 시작됐습니다. 7·23 전당대회 결과부터가 그렇습니다. 최고위원으로 친한계인 장동혁, 진종오 의원과 친윤계인 김재원 전 의원, 인요한·김민전이 나란히 당선되면서 새 지도부는 친한-친윤 균형을 맞추게 되었습니다.

대표 경선에선 한 대표를 전적으로 지지하면서도, '친윤' 최고위원들이 지도부에 대거 입성하면서 한 대표를 견제할 수 있게 한 셈입니다. 당내에서는 이러한 경선 결과를 두고 "'한동훈 대표, 밀어주겠지만 대통령과도 잘 지내라'는 당원들의 메시지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전당대회 바로 다음 날 가진 대통령과 신임 지도부와의 만찬 자리가 보내는 메시지도 '이중적'입니다. 우선 윤 대통령이 만찬 자리에 신임 지도부와 함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나경원·윤상현 의원 등 낙선자들을 초대했다는 게 눈길을 끕니다.

윤 대통령은 김기현 전 대표가 당선됐던 지난 전당대회 이후에는 낙선자들은 초대하지 않았습니다. 전당대회 직후 당선자와 낙선자를 한꺼번에 부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한 대표 측에서 신임 지도부와 낙선자를 한 자리에 불러 모은 이 만찬을 두고 "이게 축하 자리인지, 위로 자리인지 알 수가 없다"며 볼멘소리를 한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공개적인 자리에서 '러브샷'을 하며 친밀감을 자랑하면서도, '독대'는 하지 않았다는 것 역시 이들의 오묘한 관계를 엿볼 수 있게 합니다. 대통령과 신임 당 대표 두 사람이 꼭 따로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에 '풀어야 할 숙제'가 있었던 만큼 독대가 없었다는 것 그 자체로 메시지가 되는 것입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주윤야한'(晝尹夜韓)이라는 말도 떠돕니다. 낮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따르고, 밤에는 한동훈 대표에게 붙는다는 뜻인데, 여권 내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의원들 역시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은 윤 대통령과 다음 대권까지 바라보는 현 당 대표 사이에서 '균형 잡기'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한 대표는 자신이 '미래 권력'임을 숨기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당대회가 끝난 뒤 캠프 해단식을 겸한 저녁 자리에서 "끝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이 팀과 끝까지 함께 가보자"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유력한 정치 지도자인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인 만큼, 듣는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대권'을 떠올리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국회 안에서만큼은 사방이 적인 한 대표. 한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을 1호 당론으로 정한 조국혁신당은 물론, '차기 지도자'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상대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과도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관계'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런 상황을 두고 "우선은 건강한 긴장 관계"라면서도 "당정이 어색하고 불편한 관계여서야 되겠나. 의원으로서도 참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폭 전대'를 수습하고, 대야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우선은 뭉쳐야 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습니다.

때론 이해할 수 없는 정치인들의 언행, <정치 분석기>를 통해 국민의 언어로 풀어드리겠습니다. 정치권에 숨겨진 재미있는 뒷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매주 토요일 연재합니다. 네이버 기자 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