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사흘째인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자료를 살피고 있다. / 사진=뉴스1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사흘째인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자료를 살피고 있다. / 사진=뉴스1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인사청문회가 유례없이 3일째 진행되고 있다. 청문회장에서는 과로를 견디지 못하는 직원들이 속출하는 분위기다.

국회 과방위는 25일 전체회의에서 24일과 25일에 이어 26일에도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내용의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변경의 건'을 의결했다. 여당 의원들이 반발해 퇴장한 가운데 야당이 단독으로 처리했다.

통상 총리를 대상으로 한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관 내지 장관급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사흘간 치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3일간의 청문회는 유례가 없다면 반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청문회 강행군'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회 방통위 국회 담당인 A 과장이 최민희 위원장과 야당 간사인 김현 의원으로부터 질타받은 뒤 어지럼증을 호소해, 119가 출동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문제가 된 것은 이상인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이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였다. A 과장은 정회 중 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을 찾아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불출석 사유서'에 사인을 받았는데, 회의가 속개되자 돌연 질타의 대상이 됐다. 여야 간사의 사인을 받은 불출석 사유서는 위원장의 승인과 함께 처리되는데, 정회가 끝나자 사인을 했던 김현 의원의 입장이 뒤바뀐 것이다.

김 의원은 불출석 사유서에 사인한 것을 철회하며, A 과장을 겨냥해 "중요한 문제를 즉흥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출석 사유서에 사인하도록 한 문제를 그냥 넘길지에 대한 문제는 회의가 끝날 때까지 고민과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민희 위원장 역시 "공무원은 누구보다 절차에 충실해야 하고, 공정하게 일 처리를 해야 한다"면서 "악의 평범성에 대해서 제가 몇 번을 말씀드렸다"며 A 과장 비판에 가세하기도 했다.

결국 최 위원장은 다수결에 의거해 '불출석 사유서'를 처리하는 대신 '불출석 증인 고발의 건'을 채택해 처리했다.

A 과장은 이후 어지러움을 호소해 회의장에서 이석했다. 119가 출동했으나, A 과장은 병원 이송을 극구 고사해 국회 복도에 누워 휴식을 취한 뒤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4일 오전 10시에 시작된 청문회는 25일 새벽 1시에 종료됐고, 25일에는 오전 10시에 청문회를 열어 오후 11시 55분까지 이어졌다. 청문회는 자정을 넘기며 5분 휴회했다가, 다음 차수로 청문회가 연장된 뒤 26일 새벽 1시께 끝났다. 3일 차 청문회는 오전 11시에 시작해 26일 오후 5시 30분 기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국민의힘 과방위는 청문회가 "정책·도덕성 검증이 아니라 체력 검증으로 변질했다"고 비판했다. 여당 과방위원들은 26일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 중진의원조차 본회의장에서 '총리 인사청문회도 이틀인데 장관급에 대한 3일 청문회는 없다'며 '3일째는 인사청문 보고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전에 확정된 청문 계획서를 막판에 바꾼다는 것은 '원하는 점수 나올 때까지 시험 기간을 늘리자'는 식의 검증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