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 진입 과정서 몸싸움도…끝내 발길 돌려
전북도지사-완주군민 대화 무산…완주·전주 통합 '험로' 예고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26일 군민과의 대화를 위해 완주군청을 방문했으나 완주·전주 통합에 반대하는 주민 반발에 부딪혀 행사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이날 오후 2시께 완주군청에 도착한 김 지사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김관영은 물러가라'는 등의 피켓을 든 주민의 항의를 받았다.

한 주민은 "여기가 어디라고 왔느냐. 완주 땅을 왜 밟느냐"라고 소리치며 김 지사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이는 완주·통합을 공약으로 내걸고 이를 추진하는 김 지사에 대한 완주군민의 첫 집단 반발이다.

김 지사는 굳은 표정으로 군청사 앞에 있던 유희태 완주군수와 짧게 인사하고는 주민 항의를 뒤로한 채 완주군의회로 향했다.

군의회 건물 앞에서 김 지사를 맞이한 유의식 군의장은 "(완주·전주 통합건의서와 도지사 의견서를) 지방시대위원회에 보내기 전에 여기에 먼저 왔어야 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김 지사는 이에 "충분히 만날 기회를 많이 만들 테니 서로 대화하자"고 제안했으나 유 의장은 "만약 이 사안이 주민투표로 가서 부결되면 그 책임을 지라"고 맞받았다.

전북도지사-완주군민 대화 무산…완주·전주 통합 '험로' 예고
김 지사의 수난은 이후로도 계속됐다.

김 지사는 이후 예정된 군민과의 대화를 위해 완주문화예술회관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주민들은 행사장 입구를 가로막고 군민 동의 없는 완주·전주 통합 추진에 항의했다.

공무원들이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비켜달라'고 요청했으나 주민들은 '김관영은 완주군에 오지 마라', '김관영은 우리의 도지사가 아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진입을 시도한 김 지사 등 공무원과 주민들 사이 거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급기야 유 군수까지 나서 "나는 통합에 찬성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안에서 통합 반대에 관해 이야기하면 된다"고 호소하며 분위기 진정에 나섰지만, 주민들은 "도지사 먼저 (전주로) 보내고 와라"고 소리쳤다.

몇몇 주민은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대화는 하자"고 말했지만, 인원이 훨씬 많은 통합 반대파의 거센 항의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김 지사는 2차례에 걸친 행사장 진입 시도가 무산되자 취재진 앞에 서서 "이런 상황이 발생해 대단히 안타깝다"며 "완주·전주 통합 문제에 관해서는 찬성이든 반대든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고 군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화는 무산됐지만, 추후 군민과의 대화 자리가 마련되면 언제든 응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지난 24일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특례시 지정 등 완주·전주 통합과 관련한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행정·재정적 지원을 건의해 완주군민의 반발을 사고 있다.

완주·전주 통합은 1997년, 2007년, 2013년 세 차례 추진됐으나 모두 완주군민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전북도지사-완주군민 대화 무산…완주·전주 통합 '험로' 예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