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우주의 비밀' 품고 지구에 떨어진 운석 6만개
지구의 나이가 45억 년이 조금 넘는다는 사실이 밝혀진 건 운석을 통해서였다. 1956년 미국의 지구 화학자 클레어 캐머런 패터슨은 철질 운석의 시원 납을 분리해 질량 분석기로 동위 원소 조성을 측정했다. 측정 장비에서 나온 수치들을 방정식에 대입한 결과, 지구의 나이를 도출할 수 있었다.

2020년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발견된 운석은 6만여 개다. 태양계의 생성과 변천 등을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재료다. 지구의 암석은 오랜 시간 풍화 작용을 거쳐 가루로 변하지만, 운석은 생성된 이후 거의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 지질학자 팀 그레고리가 쓴 <운석>은 이처럼 운석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란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운석이 말해준다고 밝힌다. 인류가 역사를 기록하기 전 다양한 지각 활동을 겪으며 발전해온 역사가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각 운석이 지닌 독특한 지질학적 특성에는 그 운석이 기원한 소행성의 종류가 반영돼 있다”며 “소행성에는 태양계 역사의 첫 장에 해당하는 이야기와 행성계를 만드는 방법,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데 필요한 성분이 기록돼 있다”고 설명한다.

소행성은 생명의 기원에 대해서도 많은 단서를 제공해준다고 말한다. 물 분자를 비롯해 생명에 필수적인 다양한 분자가 발견되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나면 길에서 볼 수 있는 작은 돌멩이 하나도 쉽게 지나칠 수 없다.

이금아 기자 shinebij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