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애덤 스미스가 글을 다 태우라고 한 이유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은 내가 지금까지 출간한 책들을 가장 훌륭하고 가장 완벽한 상태로 남기고 가는 일인 것 같다.”

애덤 스미스(1723~1790)는 말년인 1788년 3월 이렇게 썼다. 완벽주의를 추구했던 그는 발간한 책을 끊임없이 고쳐 개정판을 냈다. 자기 건강을 바쳐 <도덕감정론> 제6판을 준비했고, <국부론>도 제3판까지 작업했다. 그는 죽기 전 미발표 글을 모두 불태워달라고 부탁하고 눈을 감았다.

이언 로스가 쓴 <애덤 스미스 평전>엔 스미스의 글과 삶이 1236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으로 기록돼 있다. 1895년 존 레이가 출간한 평전 이후 100년 만에 나온 스미스 평전이다. 이번 한국어 번역본은 로스가 2010년에 낸 제2판이다. 기록보관소와 다락방, 필사본, 서신 등에서 발견한 새로운 자료가 추가됐다.

스미스는 문체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걸리버 여행기>를 쓴 조너선 스위프트의 간명한 문체를 ‘롤 모델’ 삼았다. 프랑스어 텍스트를 번역하면서 아름다운 문장을 익히는 것이 그의 작문 연습법 중 하나였다. <국부론>에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문체가 잘 나타나 있다. 그는 비유가 꼭 알맞고 자연스러울 때만 사용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 대표적인 예다.

한 학자의 담론과 사상은 그의 삶과 인간관계 속에서 살펴볼 때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이 ‘인간 스미스’에 천착한 이유다. 백과사전식 나열과 방대한 분량 등으로 일반 독자가 읽기는 쉽지 않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