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무차별적인 탄핵 공세가 사상 초유의 ‘방통위원 0명’ 사태를 불렀다. 어제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위원장 직무대행)이 사퇴하며 국가의 주요 조직인 방통위가 일시적이나마 완전 공백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 부위원장의 자진 사퇴는 민주당이 그제 자신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해 방통위를 마비시키려 하자 이를 피하려고 내놓은 ‘고육책’이다. 앞서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에 이은 세 번째 ‘야당 탄핵안 발의-표결 전 사퇴’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홀로 남은 이 부위원장마저 탄핵하겠다고 나선 것은 방통위 기능을 정지시켜 다음달 12일 임기가 끝나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진 재구성과 친야 성향 MBC 경영진 교체를 막겠다는 의도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를 임명하면 최소 의결 정족수인 2인 체제가 돼 합법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 역시 임명되면 곧바로 탄핵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아무리 다수 의석을 가졌다고 해도 이런 횡포가 없다. 자기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는 입맛대로 방문진 이사진을 구성하고 공영방송 장악에 나서지 않았던가. 민주당은 또 이 후보자에 대해 전례 없는 3일 인사청문회를 벌였고 방송 4법 강행 처리에 나서는 등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이 부위원장의 사임을 재가한 뒤 대통령실이 밝혔듯, 방통위는 방송뿐 아니라 정보기술(IT)·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조직이다. 인공지능(AI) 시대 대한민국의 미래 기술 청사진을 수립하고 산업계의 AI 전환을 지원해야 할 막중한 임무를 안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친야 방송 하나 지키겠다고 행정조직 무력화를 획책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그 피해는 국민과 미래 세대에 돌아갈 것이다. 정치 투쟁이 아무리 다급하더라도 엄연히 지켜야 할 선이 있다. 민주당은 그 선을 이미 크게 이탈해 폭주하고 있다. 나중에 그 책임을 추궁당하는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