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라고 압박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굳힌 뒤 첫 ‘대선후보 외교’에 나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스라엘에 흔들림 없는 지지를 밝히면서도 전쟁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25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 등 전쟁 관련 현안을 논의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최대한 빨리 합의를 마무리하고 인질을 집으로 데려오자고 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작년 10월 하마스 기습으로 자국민 1200여 명이 살해되고 251명이 인질로 끌려가자, 가자지구를 전면 침공해 9개월 넘게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세로 지금까지 하마스 대원과 팔레스타인 민간인 등 3만9000여 명이 숨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자부심이 강한 아일랜드계 미국인 시오니스트(유대 민족주의자)에게 50년간의 공직과 50년간의 이스라엘 지원에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그동안 친이스라엘 기조를 유지해온 사실을 들어 자신과 같은 시오니스트라고 경의를 표한 것이다.

이 같은 칭찬은 바이든 대통령을 더욱 곤란하게 만들었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달래기 위해 가자지구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1일 대선 후보직을 사퇴하며 남은 6개월 임기의 최대 목표 중 하나로 가자 전쟁 종식을 꼽았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전면 해체를 고집하며 팔레스타인 독립국 수립안에도 반대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의회 연설에서 “하마스를 소멸시키지 않는 한 타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앞둔 해리스 부통령도 이날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종전을 촉구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 지지를 밝히면서도 “지난 9개월 동안 가자지구에서 일어난 일은 파괴적”이라며 “민간인의 비극을 외면할 수 없고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 등 민감한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 압둘라 하무드 미시간주 디어본시장은 워싱턴포스트(WP)에 “해리스는 복잡한 상황에서 외줄 타기를 하고 있다”며 “아랍계 미국인 등 전쟁 반대 측의 지지를 얻으려면 (바이든과)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