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 잇단 사망에 경찰 술렁…'근무환경 개선' 요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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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0여명 자살…수사부서·치안현장 업무 과중에 일선 반발
일주일 새 극단적 선택을 한 2명을 포함해 일선 경찰관 3명이 숨지면서 경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고인 중 일부가 수사 업무를 담당했고 업무 과중으로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사관들 사이에선 '남 일 같지 않다'는 반응이 많다.
인력 보강 없이 실적을 압박하는 조직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일주일새 경찰관 3명 사망…극단 선택 2명, 생전 업무부담 호소
2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관악서 수사 부서에서 일하던 30대 A경위가 지난 19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주변 동료들은 A경위가 생전에 업무 과중을 토로했다며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가 공개한 A경위의 생전 카카오톡 대화방 내용을 보면 그는 올해 2월 수사 부서에 온 뒤로 동료들에게 '사건이 73개다.
이러다 죽어', '죽을 것 같다.
길이 안 보인다', '사건은 쌓여만 간다'는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A경위는 사망 전 업무 부담으로 인한 고충 등을 이유로 부서 이동도 신청한 상태였다.
이날에는 서울 혜화서 소속 40대 B경감이 한강에 투신했다가 구조됐다.
B경감도 수사 업무를 맡고 있어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게 아니냐는 말이 경찰 안팎에서 돌았다.
이에 앞서 충남 예산서 경비과에 소속된 20대 C경사도 지난 22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C경사는 평소 주변에 업무 부담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무실에서 뇌출혈 증세를 보이며 의식을 잃고 쓰러졌던 서울 동작서 경무과 소속 40대 D경감은 이레 만인 이날 오전 결국 사망했다.
경찰은 업무 연관성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관은 업무 특성상 자살자가 많은 직종 중 하나다.
경찰청에 따르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관은 2019년 20명, 2020년 24명, 2021년 24명, 2022년 21명, 작년 24명으로 매해 20명 가량이다.
올해도 상반기까지 12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단순히 계산하면 한달에 2명 꼴이었는데, 이달에는 일주일 새 3명의 자살자 또는 자살 시도자가 나온 것이다.
자살을 포함해 과로사 등 순직이 인정된 경찰관은 2019년 14명, 2020년 17명, 2021년 19명, 2022년 18명, 작년 8명이다.
A경위 사망 이후 관악서 앞에는 근조 화환 수십개가 늘어섰다.
화환에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젊은 수사관의 죽음을 가벼이 여기지 말라'는 등의 문구가 쓰였다.
동료 경찰관들은 내부망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잇달아 글을 올려 재발 방지책 마련을 지휘부에 요구했다.
특히 수사 업무 폭증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 수사 업무량 늘었지만 인력 제자리…지휘부에 대책 요구
수사 부서의 과도한 업무량은 고질적으로 지적돼온 문제다.
경찰청 등에 따르면 올해 1∼6월 접수된 고소·고발 건수는 18만941건으로 2022년 같은 기간(15만2천125건)에 비해 17% 증가했다.
그러나 수사인력은 3만4천679명에서 3만5천917명으로 3.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작년 11월부터 수사준칙 개정으로 경찰이 고소·고발 사건을 반려하지 못하고 원칙적으로 모두 입건해 수사하게 되면서 부담이 더 커졌다는 의견도 있다.
경찰은 이에 대응해 고소·고발 각하 요건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수사규칙을 일부 개정했으나 법제처 심사 과정에서 이견이 나온 핵심 요건(고소·고발이 수사할 공공의 이익 등이 없는 경우)은 넣지 못했다.
한 경찰관은 내부망 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수사부서 근무자들의 업무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음에도 인력 보충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로 인해 수사 부서를 떠나는 수사관들이 대거 늘었고 수사관 한 사람의 보유 건수도 많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수사 부서에서 근무하는 동료들의 애로점을 파악하고 개인이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이 얼마나 되는지에 관한 연구용역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사 부서에서 근무한다는 또 다른 경찰관은 "고소·고발 반려 제도 폐지, 통합 수사팀 실시, 날고뛰는 사이버 투자사기, 저작권법 대량 고소 등등으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사건이 증가해 수사관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깊이 있는 수사를 하고 싶지만 물밀 듯이 들어오는 사건 수를 감당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쳐내는 수사를 하고 있다"고 적었다.
다른 수사과 근무 직원도 "사건을 한꺼번에 통합 배당 처리하는 방법으로 전문성과 실효성이 있을까"라며 "신임 및 1∼2년 경력 직원들이 30∼40건의 사건을 보유하고 사건을 처리하면 바로 또 배당돼 쌓인다.
참담한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경찰직협은 범죄 예방 강화 목적으로 지난해 이뤄진 조직개편 이후 치안 현장에서 겪는 인력 부족도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직협은 오는 29일 경찰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근무환경 개선 대책을 요구하고 1인 시위도 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특히 고인 중 일부가 수사 업무를 담당했고 업무 과중으로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사관들 사이에선 '남 일 같지 않다'는 반응이 많다.
인력 보강 없이 실적을 압박하는 조직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일주일새 경찰관 3명 사망…극단 선택 2명, 생전 업무부담 호소
2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관악서 수사 부서에서 일하던 30대 A경위가 지난 19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주변 동료들은 A경위가 생전에 업무 과중을 토로했다며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가 공개한 A경위의 생전 카카오톡 대화방 내용을 보면 그는 올해 2월 수사 부서에 온 뒤로 동료들에게 '사건이 73개다.
이러다 죽어', '죽을 것 같다.
길이 안 보인다', '사건은 쌓여만 간다'는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A경위는 사망 전 업무 부담으로 인한 고충 등을 이유로 부서 이동도 신청한 상태였다.
이날에는 서울 혜화서 소속 40대 B경감이 한강에 투신했다가 구조됐다.
B경감도 수사 업무를 맡고 있어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게 아니냐는 말이 경찰 안팎에서 돌았다.
이에 앞서 충남 예산서 경비과에 소속된 20대 C경사도 지난 22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C경사는 평소 주변에 업무 부담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무실에서 뇌출혈 증세를 보이며 의식을 잃고 쓰러졌던 서울 동작서 경무과 소속 40대 D경감은 이레 만인 이날 오전 결국 사망했다.
경찰은 업무 연관성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관은 업무 특성상 자살자가 많은 직종 중 하나다.
경찰청에 따르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관은 2019년 20명, 2020년 24명, 2021년 24명, 2022년 21명, 작년 24명으로 매해 20명 가량이다.
올해도 상반기까지 12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단순히 계산하면 한달에 2명 꼴이었는데, 이달에는 일주일 새 3명의 자살자 또는 자살 시도자가 나온 것이다.
자살을 포함해 과로사 등 순직이 인정된 경찰관은 2019년 14명, 2020년 17명, 2021년 19명, 2022년 18명, 작년 8명이다.
A경위 사망 이후 관악서 앞에는 근조 화환 수십개가 늘어섰다.
화환에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젊은 수사관의 죽음을 가벼이 여기지 말라'는 등의 문구가 쓰였다.
동료 경찰관들은 내부망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잇달아 글을 올려 재발 방지책 마련을 지휘부에 요구했다.
특히 수사 업무 폭증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 수사 업무량 늘었지만 인력 제자리…지휘부에 대책 요구
수사 부서의 과도한 업무량은 고질적으로 지적돼온 문제다.
경찰청 등에 따르면 올해 1∼6월 접수된 고소·고발 건수는 18만941건으로 2022년 같은 기간(15만2천125건)에 비해 17% 증가했다.
그러나 수사인력은 3만4천679명에서 3만5천917명으로 3.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작년 11월부터 수사준칙 개정으로 경찰이 고소·고발 사건을 반려하지 못하고 원칙적으로 모두 입건해 수사하게 되면서 부담이 더 커졌다는 의견도 있다.
경찰은 이에 대응해 고소·고발 각하 요건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수사규칙을 일부 개정했으나 법제처 심사 과정에서 이견이 나온 핵심 요건(고소·고발이 수사할 공공의 이익 등이 없는 경우)은 넣지 못했다.
한 경찰관은 내부망 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수사부서 근무자들의 업무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음에도 인력 보충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로 인해 수사 부서를 떠나는 수사관들이 대거 늘었고 수사관 한 사람의 보유 건수도 많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수사 부서에서 근무하는 동료들의 애로점을 파악하고 개인이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이 얼마나 되는지에 관한 연구용역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사 부서에서 근무한다는 또 다른 경찰관은 "고소·고발 반려 제도 폐지, 통합 수사팀 실시, 날고뛰는 사이버 투자사기, 저작권법 대량 고소 등등으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사건이 증가해 수사관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깊이 있는 수사를 하고 싶지만 물밀 듯이 들어오는 사건 수를 감당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쳐내는 수사를 하고 있다"고 적었다.
다른 수사과 근무 직원도 "사건을 한꺼번에 통합 배당 처리하는 방법으로 전문성과 실효성이 있을까"라며 "신임 및 1∼2년 경력 직원들이 30∼40건의 사건을 보유하고 사건을 처리하면 바로 또 배당돼 쌓인다.
참담한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경찰직협은 범죄 예방 강화 목적으로 지난해 이뤄진 조직개편 이후 치안 현장에서 겪는 인력 부족도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직협은 오는 29일 경찰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근무환경 개선 대책을 요구하고 1인 시위도 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