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큐텐 대표/큐텐 제공
구영배 큐텐 대표/큐텐 제공
티몬·위메프 ‘정산 대란’ 사태의 가장 큰 책임자로 지목되고 있는 구영배 큐텐 대표가 싱가포르 기반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 최고경영자(CEO)직에서 사임했다고 큐익스프레스가 27일 밝혔다.

큐익스프레스 측에 따르면 이 회사 이사회는 26일 구 대표가 회사 CEO직에서 물러났다고 내부적으로 발표했다. 후임에는 마크 리 큐익스프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임명됐다. 마크 리는 큐익스프레스 CFO와 CEO를 겸직한다.

업계에서는 구 대표가 큐텐그룹 지배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큐익스프레스 CEO직을 내려놓은 데 대해 티몬·위메프 사태의 법적 책임을 경감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재무통인 마크 리를 내세워 큐익스프레스가 추진해온 미국 나스닥 상장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마크 리는 그동안 구 대표를 도와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 실무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 대표는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2022∼2023년 사이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를 차례로 인수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북미·유럽 기반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위시까지 사들이는 등 무리하게 몸집을 불리다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구 대표는 사태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이를 수습하기 위해 최근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수많은 중소판매자와 소비자가 엄청난 금전적 피해를 본 만큼 구 대표가 사재를 털어서라도 피해 보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데도 임직원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정작 자신은 뒤에 숨어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다.

송종현 한경닷컴 뉴스국장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