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인구 50만명에서 현재 35만명…구도심 빈 점포 속출
청장년 소비층 사라져 지역경기 위축→인구 지속 감소 악순환
기업 유치·신산업 육성·교육 기능 강화로 '도시 활력' 불어 넣어야
[지방소멸 경고등] '전국 7대 도시'가 백화점도 문닫는 도시로…마산의 쇠락
한때 '전국 7대 도시'로 손꼽히던 곳.
직원 2만명 이상을 고용하면서 1973년 국내 단일기업 최초로 1억달러 수출탑을 받은 섬유업체 한일합섬이 있던 곳.
일자리를 찾아 우리나라 1호 수출자유지역에 전국 젊은이들이 몰리던 곳.
1970∼1990년대 경남 마산시의 모습이다.

그러나 마산시는 2000년대를 넘기면서 기업이 떠나는 등 도시가 쇠퇴하기 시작하며 더는 시(市)의 위상을 잇지 못했다.

2010년 마산시, 창원시, 진해시가 합쳐 인구 100만명이 넘는 통합 창원시가 탄생했다.

옛 마산시(이하 마산)는 창원시 5개 행정구(行政區) 중 마산합포구·마산회원구 형태로 남았다.

마산은 1990년대 초 인구 50만명을 넘어 경남에서 가장 큰 도시였다.

직할시(현 광역시)를 제외한 전국 최대 도시 중 하나였으나, 현재 마산(마산합포구·마산회원구) 인구는 35만8천여명까지 떨어졌다.

30여년 사이에 인구 14만명 규모의 도시 하나가 통째로 사라진 셈이다.

출생률 감소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 모든 도시가 인구 감소 위기에 처했지만, 마산은 그 충격이 더하다.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기업이 떠나거나 문을 닫고 마산이 가졌던 행정·사법 기능이 바로 옆 도청 소재지 창원시로 넘어가면서 인구 유출이 가속화했다.

유명 백화점 폐점은 '쇠퇴하는 마산'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징표다.

롯데백화점 마산점이 지난 6월 30일 마지막 영업을 하고 폐점했다.

옛 대우그룹 계열로 1997년 11월 대우백화점 간판으로 문을 연 후 2015년 롯데그룹이 인수하면서 27년간 명맥을 이어가다 문을 닫았다.

이 백화점은 지난해 매출액이 740억원에 그쳤다.

롯데백화점 32개 매장은 물론, 우리나라 5대 브랜드 백화점 70개 중에서도 매출액이 가장 적었다.

[지방소멸 경고등] '전국 7대 도시'가 백화점도 문닫는 도시로…마산의 쇠락
◇ 소비층 사라진 마산…'경남의 명동' 창동의 추락
"잘나갈 땐 '전국 7대 도시'였는데, 지금은 '경남 7대 도시'로 전락했죠."
최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에서 만난 서문병철(54) 씨의 자조 섞인 말이다.

그는 서울 강남의 음식점에서 일을 익힌 후 고향 삼천포와 가까운 마산으로 1996년 무렵 내려왔다.

지금까지 쭉 30년 가까이 창동에서만 요식업에 종사했다.

창동은 오랫동안 공시지가 기준으로 경남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점포가 있던 번화가였다.

1990년대까지 영화관·술집·옷 가게·술집 등이 골목을 따라 즐비해 항상 인파가 넘쳤다.

당시 창동 상권은 경남 최대이면서 서울 명동이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서문씨는 "마산이 전성기를 넘겼다고 해도, 2000년대 초반까지 장사가 잘됐다"며 "사람 많기가 명동 못지않았다"고 말했다.

2000년대 마산 인구 감소가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창동도 쇠락하기 시작했다.

그는 인구가 주는 것도 문제지만 돈을 쓰면서 지역경제를 지탱해 줄 주 소비층이 사라진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청장년 소비층이 마산에서 없어졌다"며 "돈 쓸 사람도 줄어드니 점포가 문을 닫거나 중저가 물건만 취급하고, 점포가 폐점하니 볼 것이나 살 것이 없어 유동 인구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마산과 창동을 찾게 할 메리트가 지금은 하나도 없다"고 우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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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파에 부딪히던 창동·합성동…지금은 빈 점포 속출
지금 마산 창동은 온통 빈 점포가 가득하다.

목 좋은 곳에만 지점을 내는 시중은행 건물에도 '매매' 알림판이 커다랗게 붙어 있다.

한 건물은 6층 전체가 모두 비어 있다시피 했다.

창동을 안내한 서문씨는 "부림시장과 이어지는 주 거리 쪽은 그나마 장사가 조금 되는 편이고, 나머지 골목은 임대료를 대폭 낮춰도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다"며 "1층을 제외한 건물 2층 이상은 거의 비어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창원시는 창동 등 침체한 마산 도심을 되살리려고 2012년 창동 일대 점포 50곳을 리모델링해 창동예술촌을 만들었다.

문을 닫은 빈 점포 임대료를 창원시가 지원하는 방법으로 작가, 예술인들을 불러들였다.

서문씨는 "도심에 예술촌을 운영한다는 아이디어가 좋았고, 주변 환경개선도 되면서 초기에 예술촌에 사람들이 꽤 모였다"며 "그러나 한두 번 정도 오고는 더 찾지 않아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마산회원구 합성동 역시 창동과 비슷한 상황이다.

합성동은 시외버스터미널이 있어 경남 교통 허브 역할을 하는 곳이면서 지하상가까지 있어 유동 인구가 매우 많은 곳이었다.

시외버스터미널 바로 맞은편 대로변, 젊은이·직장인 회식 장소로 유명한 '합성옛길'에도 임대·매매·권리금 없음 등 알림판을 내건 점포를 쉽게 찾을 정도로 상권이 쇠락했다.

유동 인구가 줄면서 유명 햄버거 체인점·김밥 브랜드 점포도 합성동에서 철수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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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 청년인구 10여년 새 39% 감소…기업 유치·신산업 육성 필요
대규모 신규 아파트 등 마산권에 주택 공급은 꾸준히 이어지는 추세를 보인다.

NC파크 야구장, 3·15해양누리공원 등 쾌적한 문화체육시설도 계속 새로 생긴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 주민 유입이 없어 마산권 인구 감소세는 멈추지 않는다.

마산은 세금을 내고, 소비를 해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청장년과 기업이 더 머물지 않는 도시가 됐다.

창원상공회의소는 국가통계포털 자료를 근거로 최근 마산권 경제 현황과 대책 자료를 공개했다.

각종 통계는 마산권 위상 추락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마산권 청년 인구는 2010년 9만3천605명에서 2023년 5만7천53명으로 39% 줄었다.

같은 기간 마산권 100인 이상 제조업체 수는 25곳에서 20곳으로 20% 감소했고, 100인 이상 제조업체 종사자 수는 6천606명에서 3천579명으로 거의 반토막 났다.

이 기간 마산권 은행 점포 수는 54곳에서 41곳으로, 증권사 수는 12곳에서 3곳으로 줄었다.

창원상의는 마산권이 재도약하려면 신산업 육성·기업 유치를 통한 고용 창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구산해양관광단지, 마산해양신도시 등 지지부진한 대형 프로젝트를 조속하게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산 도시 형성과정을 연구해 온 허정도 건축사(도시공학 박사)는 "마산이 워낙 쇠퇴해 시기가 늦은 감이 없지는 않다"면서도 "과거 전국에서 젊은이들을 불러 모은 수출자유지역처럼 일자리를 만들 기업을 유치하고 신산업을 키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 건축사는 또 마산권에 전통있는 학교가 많은 만큼 경남대학교를 중심으로 마산권 교육 기능을 강화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윤기 마산YMCA 사무총장은 인구 감소가 국가적 현상인 상황에서 단순히 인구를 늘리려는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 사무총장은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도시·지역사회·산업 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며 "인구감소, 고령화를 받아들이면서 젊은이들이 마산에서 일자리를 찾게 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소멸 경고등] '전국 7대 도시'가 백화점도 문닫는 도시로…마산의 쇠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