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부 정류장 뒤쪽 산사태 위험 1등급지…경관 영향도 불가피"
신임 환경장관 정책 방향 '가늠자' 된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추진에 환경부 연구기관 "지형 훼손 과도"
울산시 울주군이 추진하는 신불산군립공원 케이블카 설치에 환경부 산하 연구기관이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신불산 케이블카 허용 여부로 김완섭 신임 환경부 장관의 '케이블카 정책'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받은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검토 의견을 보면 과학원은 "상부 정류장 배후에 산사태 위험 1등급지가 넓게 분포한다"라면서 "안전성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또 과학원은 "상부 정류장은 백두대간 낙동정맥 중심축에 가까운데 지형 훼손이 과도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상부 정류장은 정맥 완충구역에서 10m가량 벗어나 있긴 하나 그 점을 고려해도 면적을 '절토량과 성토량 합'으로 나눈 '지형변화지수'가 너무 높다는 것이 과학원 설명이다.

환경부 '백두대간·정맥 환경평가 가이드라인'상 정맥 완충구역 내 적정 지형변화지수는 0.5 이하이다.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 지형변화지수는 이보다 8배 높은 4.1로 나타났다.

과학원은 케이블카가 신불산 정상에서 분기된 공룡능선과 소능선을 넘어가는 경로로 놓여 능선부에 설치될 2번째와 3번째 지주가 경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도 짚었다.

또 케이블카 영향권에 사는 2급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하늘다람쥐에 대해 하부 정류장 인근에 인공둥지를 조성하는 대책을 제시한 것은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소음이 발생하고 야간 조명시설도 설치되는 정류장 근처에 야행성인 하늘다람쥐 둥지를 만드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케이블카 설치 지역에 봄철(3~5월) 지나가는 철새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여름·가을·겨울에 실시된 4차례 현장 조사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3계절 4차례 현장 조사에서 관찰된 새가 42종인데, 새 출현이 비교적 적은 여름철 전문가 정밀 조사 시 확인된 새가 50종으로 조사 범위가 다르단 점을 고려해도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자원관은 "높은 고도에서 운행되는 케이블카는 새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므로 신불산군립공원 전반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개발사업은 등억온천단지에서 신불산 억새평원까지 2.48㎞에 1선 케이블카를 놓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644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되는데 민간업체가 전액을 부담해 케이블카를 놓은 뒤 울주군에 기부채납하고 20년간 무상 사용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달 10일 접수한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해 지난 19일 검토를 마치고 사업자에게 본안 제출 시 보완이 필요한 사항을 안내했다.

환경영향평가는 사업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과 이를 최소화할 방안을 담은 평가서를 사업자가 마련해 환경당국과 협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환경당국이 평가서에 동의하면 사업이 추진될 수 있고 동의하지 않으면 사업이 멈춘다.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추진에 환경부 연구기관 "지형 훼손 과도"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개발사업은 지역에서 찬반이 엇갈리는 사업이다.

2000년 초반부터 여러 차례 추진됐으나 2018년 환경영향평가 문턱을 넘지 못해 무산된 뒤 2022년 지방선거 때 당선된 이순걸 울주군수가 재추진에 나서며 다시 지역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울주군 등은 관광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케이블카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환경단체와 불교계는 강하게 반대한다.

불교계는 환경파괴와 함께 케이블카 정류장이 통도사와 가까워 수행환경이 훼손될 것도 우려한다.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추진에 환경부 연구기관 "지형 훼손 과도"
재작년 환경부가 국립공원 공원자연보존지구이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백두대간 보호지역 핵심구역, 생태자연도 별도관리지역에 해당하는 설악산에 신규 케이블카 설치를 허용하면서 케이블카 추진 붐이 일고 있다.

1호 국립공원인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놓는 방안은 최근 경남권 단일노선이 정해지며 추진에 속도가 붙었다.

환경부의 방침은 경남 산청·함양군과 전남 구례군, 전북 남원시 등 지리산에 인접한 4개 지자체가 단일노선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추진에 환경부 연구기관 "지형 훼손 과도"
강원도에선 치악산국립공원을 비롯해 6개 노선의 케이블카를 추진키로 했다.

치악산 케이블카 설치는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지난 총선 때 원주에 출마해 공약한 사업이다.

이 때문에 인사청문회 때도 '케이블카에 대한 입장'이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민생토론회에서 공약한 '주민이 원하는 곳에 케이블카 추가 건설'이 '생태관광 활성화 정책'에 해당하느냐는 질의에 "넓게 보면 포함될 수 있다"라고 답해 논란을 불렀다.

그는 "안전하며 환경을 지키는 방법이고 재무적 타당성이 있다면 주민 의견을 들어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케이블카 건설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환경파괴뿐 아니라 경제성 측면에서 지적도 나온다.

전국 관광용 케이블카 41개 대부분이 적자라는 것이다.

41개 중 25개가 2012년 이후 건설됐는데 이런 '단시간 내 급증'도 적자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케이블카는 '한 번 타보면 끝'인 관광시설로 장기적인 지역경제 활성화를 일으키지는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홍배 의원은 "김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환경을 중심에 놓고 일하겠다'라고 밝힌 만큼 전문 연구기관이 지적한 문제를 반영해 케이블카 백지화 등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라면서 "케이블카 문제를 어떻게 대하는지 면밀히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추진에 환경부 연구기관 "지형 훼손 과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