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오빚떡' 백종덕 대표…초·중학교때 잘나가던 800·1500m 선수
1년반 창업 준비 끝에 퓨전 떡집 차려…블루베리 설기, 호떡 설기 대표 메뉴
[청년이 희망이다] "오늘도 달려야죠"…퓨전 떡 시장 개척한 육상선수 출신 청년
[※편집자 주 = 지방에 터를 잡고 소중한 꿈을 일구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젊음과 패기, 열정으로 도전에 나서는 젊은이들입니다.

자신들의 고향에서, 때로는 인연이 없었던 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새로운 희망을 쓰고 있습니다.

이들 청년의 존재는 인구절벽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사회에도 큰 힘이 됩니다.

연합뉴스는 지방에 살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청년들의 도전과 꿈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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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집이 장사가 안돼서 망하는 경우는 없다고 하더군요.

힘들어서 그만둘 수는 있어도. 평생을 체육인으로 살았던 저는 그 말 하나 믿고 뛰어들어 10년간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
지난 25일 오후 찾은 대구 서구 '오빚떡'
매장 내부에는 모락모락 피어나는 찜기의 김과 고소한 떡 냄새가 가득했다.

그곳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떡을 만드는 백종덕(36)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백 대표는 "10년째 떡집을 하고 있는데 이제야 자리를 좀 잡은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청년이 희망이다] "오늘도 달려야죠"…퓨전 떡 시장 개척한 육상선수 출신 청년
백 대표는 중학교 시절 대구 지역에서는 이름을 날렸던 중장거리 육상선수였다.

그의 주 종목은 근지구력을 요구하는 800·1500m였다.

중학생 때 지역 대회에서 2등을 기록할 정도로 경쟁력 있는 선수였다고 한다.

백 대표는 "초등학생 때 또래 아이들과 축구하면 경기 내내 쌩쌩하게 뛰어다녔다"며 "그런 모습을 평소 눈여겨봤던 육상 코치가 육상 선수로 뛸 것을 제안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랬던 그는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진로에 대해 고민에 빠지게 됐다.

백 대표는 "성적이 좋았던 선배들도 결국 육상의 길을 계속 가지 못했다'며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고 대학에 가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인 운동하는 학생들과는 달리 학업을 초·중학교 시절에도 꾸준히 이어와 인문계 고등학교로의 진학을 주저하지 않았다고 한다.

고등학교 3년을 보낸 후 그는 계명대 체육대학에 진학하며 다시 체육인의 길을 걷게 된다.

평소 체격이 왜소했던 백 대표는 몸을 가꾸는 것에 관심을 가지며 헬스 트레이너로 졸업 전후 2년간 일했다.

하루 열끼를 챙겨 먹으며 체중을 20㎏ 넘게 불릴 정도로 열정을 쏟았다.

[청년이 희망이다] "오늘도 달려야죠"…퓨전 떡 시장 개척한 육상선수 출신 청년
하지만 그는 다시 진로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랬던 그에게 부모님은 "떡 기술을 배워보라"고 권유했다.

백 대표의 부모님은 시장에서 30년간 떡집을 해온 베테랑이었다.

그는 "당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다"며 "주변 어른들에게 조언을 구해보니 10명 중 9명은 '떡집이 힘들어서 그만뒀으면 그만뒀지 망하지는 않는다'는 말을 해 떡집을 차려보자 마음을 먹게 됐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창업 준비에만 1년 반을 쏟았다고 한다.

그는 새벽 일찍 부모님이 운영하는 떡집에 출근해 기술을 배운 후 오후가 되면 시장 조사와 마케팅 공부에 매진했다.

창업 준비를 하던 백 대표는 어느 날 우연히 유명 TV 프로그램에서 퓨전 떡집이 나온 걸 보며 '이거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는 "부모님이 전통 떡을 만드셔서 당연히 나도 전통 떡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기술을 배웠었다"며 "퓨전 떡을 보니 더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퓨전 떡 기술을 배울 곳이 마땅히 없어 백 대표는 영상을 보며 무작정 따라 만들었다고 한다.

도움이 필요할 때면 아버지께 조언을 구해 함께 퓨전 떡을 연구하기도 했다.

[청년이 희망이다] "오늘도 달려야죠"…퓨전 떡 시장 개척한 육상선수 출신 청년
1년 반 간의 수련 끝에 그는 2014년 '오늘 빚은 떡'을 뜻하는 오빚떡을 차리게 된다.

백 대표는 "과감히 매장 없이 도매업만 전문으로 하는 온라인 떡집을 차렸다"며 "당시 대구에서 온라인 판매는 다소 생소했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창업 초기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는 '홍보'를 꼽았다.

온라인 판매 특성상 적극적인 홍보가 없으면 사람들이 주문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창업 초기 한 달 넘게 하루 6시간 동안 전단과 떡을 돌렸다"며 "차츰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전단을 돌릴 여유가 없을 정도로 바빠졌다"고 말했다.

어느덧 떡집을 운영한 지 10년이 된 그는 이제 어엿한 '베테랑' 떡 기술자가 됐다.

직접 개발한 블루베리잼 설기, 호떡 설기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며 대표 메뉴로 자리 잡았다.

자영업자들의 보릿고개였던 코로나19 사태 때도 큰 위기 없이 넘어갔다.

오히려 각종 행사가 줄어들며 대신 답례품으로 떡을 주는 문화가 한때 생겨 장사가 잘됐다고 한다.

백 대표는 떡집을 꿈꾸는 이들에게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떡을 납품해야 하는 날이 대중이 없기 때문에 보통 쉬는 날 없이 매일 일할 정도로 업무강도가 강해서다.

그는 10년간 명절과 여름휴가를 제외하면 거의 매일 일했다고 한다.

백 대표는 "떡 수천개를 납품해야 하는 날이면 날밤을 거의 지새우는 건 보통"이라며 "초기 창업 비용은 1∼2억정도 생각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떡집을 꿈꾸거나 이미 운영하는 이들 모두 잘되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