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요리 없는 뷔페' 개회식, 시도는 좋았지만 옛날식이 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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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지금] 고선웅 서울시극단장
2024 파리올림픽 개회식 관전기
스타디움 밖으로 처음 나온 개회식
파격적 발상을 구현한 건 대단한 일
시내 도처에서 동시 다발적 쇼타임
선수단이 주빈 대접 받지 못하고
한국 이름 잘 못 부른 것 등 아쉬워
프론티어 정신 높이 사지만
나는 옛날식 개회식이 더 좋다
2024 파리올림픽 개회식 관전기
스타디움 밖으로 처음 나온 개회식
파격적 발상을 구현한 건 대단한 일
시내 도처에서 동시 다발적 쇼타임
선수단이 주빈 대접 받지 못하고
한국 이름 잘 못 부른 것 등 아쉬워
프론티어 정신 높이 사지만
나는 옛날식 개회식이 더 좋다
개회식이 스타디움 밖으로 나왔다. 올림픽 역사상 최초다. 그것도 6km 구간에 달하는 센 강변과 파리 시내 도처가 무대라니! 100년 만에 다시 여는 주최 측 입장에서는 잔뜩 흥분할 만하다. 더욱이 IOC를 창설한 쿠베르탱 남작도 프랑스인 아닌가. 피리지엥의 긍지, 대단했을 것이다. 그 만큼 세상에 없던 새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막중한 사명감내지 욕망도 있었을 터. 막걸리 한통을 흔들고 앉았다.
개회식은 보통 식전행사와 프로토콜, 문화공연, 성화점화 등으로 구성된다. 문화공연의 챕터는 자유, 평등, 박애 등을 비롯해 꽤 많았다. 그다지 주제와 잘 연결된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았지만 그런 기획을 발상에서 안 멈추고, 구현까지 했다는 것, 그 자체는 매우 대단하고 위대해 보였다. 결국 그런 계획을 위에 설득하여 실현하지 않았나.
개폐회식 연출단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시나리오로 만들어 국내조직위 뿐 아니라 IOC의 컨펌을 받기까지는 그야말로 산 넘고 물 건너 또 산이다. 실현가능성, 안전 및 운영상의 문제, 예산규모를 따지다가 명멸하는 아이디어가 부지기수다. 그 만큼 국가행사에서 어떤 구상을 관철하는 일은 끔찍하게 어렵다. 노 젖는 뱃사공도 오죽 많으랴. 크리에이티브 조직은 말 그대로 엄청난 차수의 회의와 시뮬레이션을 거치고 또 거쳤을 것이다. 시내 도처에서 벌어지니 그 큐시트를 짜고 리허설 하는 일도 보통일이 아니다. 불가예측한 일도 뜬금없이 생겨난다. 그날도 비가 내리 퍼붓지 않았나.
그래서인지 몰라도 연출상의 큐가 딱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 자체도 프랑스적으로 리버럴한 콘셉트가 아니었나 싶다. 딱히 메인 메뉴가 없는 뷔페, 내지는 계속 무언가가 나오는 아기자기한 코스요리. 그런데 셰프의 선택이 별로였다고는 할 수 없는 참 이국적인 식탁이랄까. 떼로 사람들이 나와서 아날로그적인 매스의 힘을 보여주던 시대가 있었고, 첨단의 미디어와 과학기술을 공연예술과 접목 하는 게 주류던 때가 있었다가, 이제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으로 가는구나 하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개개인의 개별성과 독립성이 더 중요한 시대라는 걸 시사하는 파격적인 셋팅이었다.
특히 공동체적 미덕에 사로잡혀 살아온 나로서는 중간쯤에 있었던 패션쇼 런어웨이 장면에서 세상이 격변중이라는 것을 절감했다. 솔직히 말하면 충격 받았다. 선정적인 옷과 분장을 한 쇼를 전 세계에 송출할 생각을 했다고?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를 묻지 말고 무엇이 안 바뀌는 지를 찾는 것이 더 빠를 것이라는 어느 똑똑한 사람의 말이 절로 생각났다. 쇼를 보는 현장관객과 영상관객을 위하여 스타디움에서 정교하게 세팅하는 관례는 사라졌고 도처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게릴라적인 쇼타임이 이어졌다. 심지어는 선수단 입장의 고전적이고 엄격했던 공식마저도 부셨다. 각국선수단은 약 20개국을 한 조로 하여 각각의 배에 태워져 센 강의 물살을 갈랐다.
그것은 그야말로 의외 그 자체다. IOC나 IPC가 가장 공을 들이고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이 프로토콜이라서다. 그 가운데 선수단 입장은 단연 핵심이다. 기수가 든 선수단의 국기 샷부터 시작해서 물리적으로 카메라를 잡는 각도와 시간도 엄밀하게 계산하여 평등하게 보여준다. 지구의 어느 먼 나라에서 4년을 준비한 자기 아들, 딸이 화면에 잡히는 순간을 상상해보라. 그래서 우리가 볼 때는 다소 지루할지 몰라도 선수나 그 가족, 그 나라의 입장에서는 정말 소중한 순간이다. 그래서일까. 각국의 선수단을 원형 그대로의 유람선에 태워 뜨문뜨문 입장시키고 그 사이사이에 쇼를 끼워 넣어 산발적으로 보여주는 게 탐탁지 않았다. 감동이 쌓이지도 않았다. 선수단이 대기실에서 대기하는 시간도 꽤 길고 답답했을 것이다. 메인 쇼를 준비할 때 세계의 관중이 어찌 중요하지 않으랴. 하지만 선수단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고객이자 관객이다. 그들을 위한 자리고 그들이 주빈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없던 길을 만들어낸 그 프론티어 정신, 높이 산다.
그래도 이 말은 못 참겠다. 우리나라 이름 틀린 것. 그리고 하나 더. 나는 옛날식 개회식이 더 좋다.
고선웅 서울시극단장
그래서인지 몰라도 연출상의 큐가 딱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 자체도 프랑스적으로 리버럴한 콘셉트가 아니었나 싶다. 딱히 메인 메뉴가 없는 뷔페, 내지는 계속 무언가가 나오는 아기자기한 코스요리. 그런데 셰프의 선택이 별로였다고는 할 수 없는 참 이국적인 식탁이랄까. 떼로 사람들이 나와서 아날로그적인 매스의 힘을 보여주던 시대가 있었고, 첨단의 미디어와 과학기술을 공연예술과 접목 하는 게 주류던 때가 있었다가, 이제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으로 가는구나 하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개개인의 개별성과 독립성이 더 중요한 시대라는 걸 시사하는 파격적인 셋팅이었다.
특히 공동체적 미덕에 사로잡혀 살아온 나로서는 중간쯤에 있었던 패션쇼 런어웨이 장면에서 세상이 격변중이라는 것을 절감했다. 솔직히 말하면 충격 받았다. 선정적인 옷과 분장을 한 쇼를 전 세계에 송출할 생각을 했다고?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를 묻지 말고 무엇이 안 바뀌는 지를 찾는 것이 더 빠를 것이라는 어느 똑똑한 사람의 말이 절로 생각났다. 쇼를 보는 현장관객과 영상관객을 위하여 스타디움에서 정교하게 세팅하는 관례는 사라졌고 도처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게릴라적인 쇼타임이 이어졌다. 심지어는 선수단 입장의 고전적이고 엄격했던 공식마저도 부셨다. 각국선수단은 약 20개국을 한 조로 하여 각각의 배에 태워져 센 강의 물살을 갈랐다.
그것은 그야말로 의외 그 자체다. IOC나 IPC가 가장 공을 들이고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이 프로토콜이라서다. 그 가운데 선수단 입장은 단연 핵심이다. 기수가 든 선수단의 국기 샷부터 시작해서 물리적으로 카메라를 잡는 각도와 시간도 엄밀하게 계산하여 평등하게 보여준다. 지구의 어느 먼 나라에서 4년을 준비한 자기 아들, 딸이 화면에 잡히는 순간을 상상해보라. 그래서 우리가 볼 때는 다소 지루할지 몰라도 선수나 그 가족, 그 나라의 입장에서는 정말 소중한 순간이다. 그래서일까. 각국의 선수단을 원형 그대로의 유람선에 태워 뜨문뜨문 입장시키고 그 사이사이에 쇼를 끼워 넣어 산발적으로 보여주는 게 탐탁지 않았다. 감동이 쌓이지도 않았다. 선수단이 대기실에서 대기하는 시간도 꽤 길고 답답했을 것이다. 메인 쇼를 준비할 때 세계의 관중이 어찌 중요하지 않으랴. 하지만 선수단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고객이자 관객이다. 그들을 위한 자리고 그들이 주빈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없던 길을 만들어낸 그 프론티어 정신, 높이 산다.
그래도 이 말은 못 참겠다. 우리나라 이름 틀린 것. 그리고 하나 더. 나는 옛날식 개회식이 더 좋다.
고선웅 서울시극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