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현지시간) 스테픈 커리(맨 왼쪽) 등 미국 남자 농구대표팀 선수들이 2024 파리올림픽 개막식 전 파리 시내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AFP
지난 24일(현지시간) 스테픈 커리(맨 왼쪽) 등 미국 남자 농구대표팀 선수들이 2024 파리올림픽 개막식 전 파리 시내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AFP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미국 농구대표팀이 올림픽 기간동안 파리 시내 특급호텔을 통째로 임대해 현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탄소 발자국 줄이기'를 핵심 과제로 표방한 이번 올림픽은 선수촌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고, 채식 위주 식단을 제공한다.

2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미국 농구대표팀이 800개 객실을 보유한 파리의 특급 호텔을 전체 임대했다"며 "선수와 코치진뿐만 아니라 선수 가족, 스태프, 대표팀 임직원, 미국프로농구(NBA) 임직원 등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고 보도했다.

포브스는 "미국 농구대표팀의 올림픽 기간 체류 비용은 약 1500만달러(약 208억원) 수준"이라며 "30만~40만 달러를 쓰는 다른 종목과 비교했을 때 엄청난 규모"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모인 미국 농구대표팀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선수촌을 이용하지 않고 고급호텔 등지에서 '호화 체류'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선 호화 유람선을 숙소로 활용하기도 했다.

포브스는 "미국농구협회는 특급 선수들의 경호와 컨디션 관리를 위해 올림픽 때마다 외부와 단절된 숙소를 준비한다"며 "외부 숙소는 선수들에게 최고의 식단을 제공하고 가족들의 자유로운 방문, 방 배정 문제 등을 해결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올림픽 미국 농구대표팀에는 NBA에서 활동하며 거액의 몸값을 받는 슈퍼스타가 대거 포함됐다. 올해 대표팀에는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케빈 듀란트(피닉스 선스) 등 수백억원대 몸값을 받는 스타가 출전한다.
지난 24일(현지시간) 2024 파리올림픽 남자농구 종목에 미국 대표팀으로 출전한 스테픈 커리가 경기 전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REUTERS
지난 24일(현지시간) 2024 파리올림픽 남자농구 종목에 미국 대표팀으로 출전한 스테픈 커리가 경기 전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REUTERS
한편 '탄소 발자국 줄이기'를 핵심 과제로 표방한 이번 올림픽은 선수촌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고, 채식 위주 식단을 제공하면서 선수들 사이에서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선수들의 이동을 책임지는 셔틀버스에서조차 에어컨을 켜지 않아 선수단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일부 종목에선 협회가 직접 나서 선수들의 이동을 돕고 있다. 대한탁구협회는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는 대표팀 선수들의 요청에 따라 선수촌과 경기장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에어컨이 나오는 별도의 차량과 경기장 인근에 쉴 수 있는 공간을 따로 확보했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은 "회장이 아닌 선배 입장에서 4년간 이 대회를 기다린 선수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 지원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유 회장은 한국 탁구가 배출한 마지막 금메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