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형 파인아시아자산운용 대표가 유망 종목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이수형 파인아시아자산운용 대표가 유망 종목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2019년 4월. ‘유리천장’을 깨고 자산운용업계 대표로 취임한 여성이 있다.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에서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한 이수형 파인아시아자산운용 대표(1981년생)다. 그는 당시 업계 첫 여성·최연소 대표라는 타이틀이 부각되며 조명을 받았다. 약 2000억원 규모 운용자산을 굴리며 자본시장을 선도하는 그를 지난 9일 만났다. 2017년엔 운용자산이 4조원대에 달했지만 지배구조 불안정으로 사세가 위축돼 현재는 이 대표가 새롭게 재정비해서 힘찬 도약을 노리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자기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서울대 법과 대학을 졸업하고 2016년부터 M&A 전문 변호사로 근무했습니다. 2018년 한컴 그룹 총괄 변호사(법무실장)를 맡으며 같은 해 6월 파인아시아자산운용 임원으로 파견을 나왔죠. 변호사지만 백 오피스(Back office·지원부서)에서 계약서만 만지던 것이 아니라 프런트에 나와서 딜의 시작부터 협상, 클로징과 인수후통합(PMI) 과정까지 총괄로 일을 하며 경험을 쌓았어요. 한컴그룹이 운용사를 인수하면서 일하게 되었는데, 당시 싱가포르·홍콩 등 재무적투자자(PI)로 참여하면서 국내 주주들과 갈등이 있었어요. 이를 수습하는 과정서 주주들의 신임을 얻어 대표이사로 추대되었습니다. 기업변호사에서 전문경영인으로 변신한지 벌써 6년차네요. 주식·채권·부동산·M&A 등 고객들의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습니다.”

▶하반기 증시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미국 대선(11월5일)을 앞두고 11월까지 큰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 생각해요. 그러나 9월 美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인하도 기대되고, 美 대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해소되면서 연말 상승 랠리를 기대합니다. 코스피 2670~2950선, 코스닥은 750~910선으로 예상됩니다. 우량주가 많은 코스피보다는 코스닥 변동성이 더 클 것 같아요.”
이현조 이사가 비만치료제 관련 투자 검토를 하던 중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이현조 이사가 비만치료제 관련 투자 검토를 하던 중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반도체·화장품 업종 관심 … LG이노텍·알테오젠 상승 기대”


▶투자 매력도가 높은 업종은 무엇일까요.
“인공지능(AI) 투자 감소 우려가 존재하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입니다. 국가대표 경쟁력을 가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는 지속 상승 가능합니다. 또, 상승 랠리를 펼치고 숨 고르기에 들어간 화장품업종은 다시 주목해야 합니다. 아마존 프라임데이 판매 상위권에 한국 브랜드가 다수 포진하는 등 K뷰티 글로벌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유망 종목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굉장히 조심스럽지만 저는 LG이노텍과 알테오젠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LG이노텍의 경우 올해 사상 최대 매출이 예상됩니다. 아이폰 판매량은 하반기 아이폰16부터 교체 수요 도래로 큰 폭의 증가세가 전망돼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 아이폰 부품 업체의 실적 개선 가시성도 동시에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LG이노텍은 2분기 영업이익 1517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전년 대비 726% 증가이고 시장 컨센서스(1049억원)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이폰 카메라 모듈 점유율 1위인 LG이노텍 밸류에이션은 경쟁사 대비 저평가라 향후 주가 상승 여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알테오젠은 주가가 최근 1년 새 7배 가까이 올랐지만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플랫폼 기술을 확보했고 글로벌 빅파마와 기술수출 소식이 계속 들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지윤 사원이 기업 분석 리서치를 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이지윤 사원이 기업 분석 리서치를 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하반기 부진한 업종은 무엇일까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빠르게 해소될 것 같진 않아요. 티핑 포인트(변곡점)를 넘어갔다고 하지만 하반기에 반영되진 못할 것 같습니다. LG화학이 올해 양극재 출하량을 하향 조정했고, 美 GM은 전기차 영업이익률을 내렸습니다. 시장 환경상 2차전지 종목은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주식 격언 세 가지 “인내심 갖고, 쫓아다니지 말고, 돈 잃지 말아라”


▶개인 투자자가 명심해야 할 주식 격언 세 가지를 알려주세요.
“첫째, 인내심을 가져야 합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게 주식 투자의 기본인 만큼 저가에 사서 기다리는 자세를 가지셔야 합니다. 둘째, 다른 사람들을 따라가지 마세요. 불나방처럼 이쪽 테마주, 저쪽 테마주만 쫓아다니면 계좌는 퍼렇게 물들어 있을 겁니다. 셋째, 돈을 잃지 않기 위해 투자 멘탈을 강화해야 합니다. 수익이 적더라도 내 돈을 지키는 게 중요한 만큼 한국경제신문 같은 경제신문 읽기 등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채현경 부장이 주간 업무 보고를 작성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채현경 부장이 주간 업무 보고를 작성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국내 주식 투자자 중 2030 비중이 줄면서, 서학개미가 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떻게 해야 대한민국 증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스마트폰으로 글로벌 주식 시장을 매일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 됐고, 원화 환율의 영향 또한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투자 중 가장 비중이 큰 미국의 경우 한국 기업에 비해 주주환원이 잘 되는 점이 매력적이죠. 애플의 경우 지난 1분기에만 200조원의 자사주 매입을 진행할 정도로 주주환원책을 꺼냅니다. 한국은 최근 두산밥캣 관련 두산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이슈만 봐도 소액주주가 피해를 보게 되는 상황이 예상될만큼 이와 관련된 사례가 지속적이다 보니 국내 주식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하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한국은 정부 차원에서 밸류업 정책을 적극적으로 진행해 기업들의 참여가 활발해진다면 증시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어 규제를 완화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시장 유입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안예림 사원이 매크로 현황에 대한 리서치를 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안예림 사원이 매크로 현황에 대한 리서치를 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美 대선 승패 리스크 피하려면 정책 공통株 찾아라”


▶미국 대선이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관심 가져야 할 업종은 무엇일까요.
“트럼프(공화당)와 해리스(민주당), 누가 당선될 것인지 향방을 가르기가 어려울 만큼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둘 중 누가 돼든 대중무역 규제와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을 국내로 다시 돌아오게 하는 정책), AI 수요 폭발에 따른 전력 인프라 확대는 두 후보 모두 공통 의견으로 보입니다. 대선 승패 리스크를 피하고 싶다면 한 쪽의 정책이 아닌 공통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아요.”
파인아시아자산운용 대회의실 내부. 윤현주 기자
파인아시아자산운용 대회의실 내부. 윤현주 기자
▶‘기업 대한민국’은 투자 점수가 몇 점일까요.
“애국심을 끌어모아 75점 주고 싶네요. 시장 규모와 저출산 문제로 성장 잠재력이 다소 제한적인 점과 선진국에 비해 소극적인 주주환원책이 감점 요인입니다. 하지만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혹은 완화 기조와 밸류업 정책이 성공하고 대미 수출까지 견조하게 유지될 경우 투자 매력도가 상승할 수 있어요. 제일 중요한 건 대한민국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어떤 방식으로든 잠재력을 폭발시켜 위기를 돌파하고 성장했기에 기초 체력이 뛰어나단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유현주 준법감시인이 상품위원회 상품 선정 계약서 검토를 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유현주 준법감시인이 상품위원회 상품 선정 계약서 검토를 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자산운용사 대표의 하루가 궁금합니다. 24시간을 어떻게 활용하세요.
“자산운용사는 일반적으로 업무 시간이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입니다. 아침 6시에 눈을 떠서 7시에 출근 준비를 하며 주요 뉴스와 경제 동향을 확인합니다. 특히 미국 증시 체크는 필수입니다. 9시 전에 오늘의 주요 일정과 각 본부별 업무 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주요 투자 포트폴리오 성과와 고객 요구사항을 중점적으로 파악해요. 오전에는 내부 회의를 주로 진행하고, 오후에는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외부 손님들을 만납니다. 자산운용사 대표는 사람 만나는 게 일이에요. 투자할 대상을 찾고, 좋은 투자를 이끌기 위해 회사 구성원들의 역량을 결집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회사의 전반적인 방향성과 전략에 대한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립니다. 자산 배분, 새로운 투자 프로젝트 승인, M&A 검토 등이 해당하죠. 1주일에 4회 정도는 저녁 약속이 있는데 여의도 금융맨들의 주량이 세기 때문에 저도 ‘폭탄주’(소주+맥주)를 여러 잔 마시며 업계 정보를 공유하고 투자 아이디어도 찾습니다. 집에 들어오면 밤 11시 정도 되는데 12시 정도에 취침을 하는 편입니다.”
파인아시아자산운용 복도 전경. 윤현주 기자
파인아시아자산운용 복도 전경. 윤현주 기자
▶고난과 역경의 스토리가 있을까요.
“현재도 ing입니다. 대표이사 첫 취임 후 회사를 이끌어가는 과정이 매우 혼란스럽고 종종 벅차게 느껴졌는데 벌써 3연임에 성공했네요. 이는 성공에 대한 갈증이 상당했기 때문입니다. 변화(Change)를 기회(Chance)로 잡기 위해 업계 선배님들도 쫓아다니며 공부했고 결국은 부딪히면서 노하우를 축적했습니다. 일 처리가 매끄럽지 못한 것도 최종적으로는 제 성장의 발판이 되었습니다.”
선현우 사원이 공모주 분석 및 트레이딩을 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선현우 사원이 공모주 분석 및 트레이딩을 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누구에게나 별의 순간은 반드시 온다”


▶월수입이 어떻게 되시나요. 실제 주식 투자도 하시나요.
“성과연동제다 보니 연봉은 수시로 바뀌어서 비밀이에요. 그래서 더 열심히 일하는 장점도 있습니다. 운용사 CEO의 경우 개인 주식 투자와 이해관계 충돌이 있을 수 있고 컴플라이언스(내부통제)도 엄격합니다. 투자는 할 수 있지만 절차가 번거로워 개별주 매매는 거의 하지 않아요. 다만 펀드(파인아시아턴어라운드증권투자신탁)에 매달 100만원씩 적립식 투자를 하고 있죠.”
파인아시아자산운용 서고 내부. 윤현주 기자
파인아시아자산운용 서고 내부. 윤현주 기자
▶인생 가치관은 무엇인가요.
“제 카카오톡 프로필에도 써있습니다. 인생은 재밌게, 운 좋게. 열심히 성실하게 사는 것만으로는 지칠 수 있습니다. 재미가 더해져야 합니다. 그리고 운을 만드는 건 본인의 에너지이기 때문에 옳은 방향으로 뿜어져 나오는 열정이 좋은 에너지를 만들고 좋은 에너지가 운을 좋게 한다고 믿습니다.”(인터뷰 내내 미소가 끊이지 않는 그의 MBTI는 호기심 많은 ENTP라고 한다.)
이수형 파인아시아자산운용 대표가 인터뷰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윤현주 기자
이수형 파인아시아자산운용 대표가 인터뷰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윤현주 기자
▶청춘들에게 조언해 주실 말씀 있으실까요.
“누구에게나 별의 순간은 반드시 옵니다. 별의 순간은 독일어인 Sternstunde(슈테른슈툰데)에서 비롯된 단어입니다. 오스트리아 작가인 슈테판 츠바이크의 베스트셀러 ‘인류의 별의 순간’에서 사용돼 널리 퍼졌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광기와 우연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번역돼 출간됐습니다. 정치권에서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021년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급부상하는 상황에 빗대 ‘윤석열은 별의 순간을 잡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결정적 운명의 순간이라는 함축적 의미가 더 강해졌지요. 즉, 인생을 돌이켜보면 누구에게나 중요한 순간이 옵니다. 그게 늦을 수도 있고 빠를 수도 있는데 꼭 만반의 준비를 해서 그 기회를 잡으시길 바랍니다. 또, 세상의 모든 가능성은 두 가지 열쇠로 열립니다. 호기심과 열정을 품고 전진하세요. 호기심과 열정은 개별로도 강력하지만 둘을 결합하면 그 힘은 배가 됩니다. 세상에 대한 깊은 호기심이 없다면 혁신도, 창의적인 해결책도 없습니다.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다양한 분야를 탐험하는 자세를 가지시길 바랍니다. 열정은 힘든 순간에도 당신을 뛰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사랑하는 일을 찾고 그 일에 진심을 다하시면 행복한 일이 생길 겁니다.”
"이 주식 사면 돈 벌죠"…2000억 굴리는 '최연소' 여성 대표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1400만 개미'와 함께 달리겠습니다. 여러분의 주식 계좌가 빨간불이 되는 그날까지 재미있는 종목 기사 많이 쓰겠습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에서 윤현주 기자 구독과 응원을 눌러 주시면 기사를 매번 빠르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