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전의 AI와 비즈니스 모델] 챗GPT의 시대, 벌써 저무나
7월 18일, 프랑스의 미스트랄은 개인용컴퓨터(PC)에 설치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모델 ‘미스트랄 네모(Mistral NeMo)’를 출시했다. 이에 뒤질세라 미국의 메타는 23일 오픈AI의 챗GPT 3.5보다 더 큰 4050억 개의 매개변수를 보유한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했고, 성능이 GPT-4o나 클로드 3.5 소네트 등에 맞먹는다고 발표했다.

이는 AI의 판도를 바꿀 만한 충격적인 내용이다. 그동안은 오픈AI나 앤스로픽 같은 프런티어 AI 회사의 클라우드에 연결해야만 최고 성능의 AI를 써볼 수 있었는데, PC와 스마트폰에 비슷한 성능의 AI를 설치해 쓸 수 있는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붐이 AI 에이전트로 한 단계 격상되는 것을 뜻한다. 이는 딥마인드와 오픈AI가 예상해 온 일이기도 하다.

AI 에이전트는 무엇일까? 지능에 대한 논의로 출발해보자. 동물은 지능이 있고, 식물은 지능이 없다고 한다. 식물과 달리 동물은 ‘움직인다’는 특징이 있다. 이렇게 지능은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 동물은 자신의 목적인 생존과 번영을 위해 움직인다. 성공이란 목적 달성이다. 결국 지능은 ‘성공적인 행동 산출’이다. 지능의 본질이 ‘생각하는 것’과 상관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생각하든, 하지 않든 오직 성공적인 행동을 산출하는 것이 지능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더 과학적이다. 개미가 사람들의 발걸음을 피해 가는 행동은 분명 지능이 산출한 결과다. 우리는 개미가 생각하는지 생각하지 않는지 고민하기 이전에, 개미가 분명 성공적인 행동을 산출하는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면 목적은 누가 부여하는가? 주인, 즉 사람이다. 사람은 목적을 부여하고, AI는 그 목적 달성에 기여하는 행동을 산출한다. 다른 말로 하면 AI는 환경을 감지해 행동하는 에이전트에 대한 방법론이다. 식물은 행동하지 못하고 지능이 없지만, 에이전트는 지능을 가진 행위자다. 에이전트는 경험 축적을 통해 성과를 향상하는 학습 기능을 가질 수 있다. 결국 AI 에이전트는 목표 달성을 위해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고 학습하는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정의할 수 있다.

요즘 회자하는 AI 에이전트는 내·외부의 여러 AI 모델을 호출해 인간이나 다른 AI 에이전트와 자연어 대화 인터페이스로 소통한다. 챗GPT 이전의 대화가 불가능했던 AI 에이전트와 다른 점이다. 인간은 AI 에이전트에 큰 목표를 줄 수 있다. AI 에이전트는 주어진 목표를 하위 목표로 나누고, 일의 순서와 최적의 자원 활용을 계획하고 실행한다. 챗GPT는 사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응답을 생성하지만, 설정 목표를 반복 수행하지도 않고 복수의 에이전트가 동시에 작업을 분배하고 협력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면에서 벌써 옛날 방식이 되고 있다.

앞서가는 기업들은 임직원의 챗GPT 활용을 넘어 핵심 업무를 AI 에이전트가 수행하도록 해 완성도와 생산성을 높이고 일하는 방식과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고 있다. 생성 AI를 신기해하던 시기는 지났다. 이제 정말 필요한 업무를 착실히 수행해나가는 AI 에이전트를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을 이기는 시대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