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 새 사장을 놓고 기획재정부 출신과 한국은행 출신이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 출신 인사가 신임 사장으로 유력하다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지만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재부·한은 '260조 KIC 수장' 놓고 격돌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IC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는 지난 25일 진승호 KIC 사장의 후임을 선정하기 위한 면접 전형을 진행하고 있다. 면접에는 6명이 참여했고 사추위는 이 가운데 최종 후보 3명을 추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후보 3명에는 박일영 세계은행 상임이사, 양석준 전 한은 외자운용원장 등이 포함됐다. 사추위가 최종 후보자를 선발하면 기재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신임 사장은 이 같은 절차를 거쳐 오는 9월께 임명될 전망이다.

박 상임이사는 1969년생으로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 36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기재부에서 대외경제국장, 개발금융국장,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을 거쳤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사실 선임자문관,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등을 역임한 국제금융 전문가로 꼽힌다. 1965년생인 양 전 원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한은에 입행했다. 한은 외자운용원 운용지원부장, 기획협력국장, 국제국장 등을 지낸 국제통으로 꼽힌다.

이번에도 기재부 출신이 KIC 사장에 오를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KIC는 기재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공공기관으로서 역대 사장 8명 가운데 5명이 기재부 등 경제관료 출신이었다. 특히 안홍철 전 사장 이후 은성수, 최희남 전 사장에 이어 현재 진 사장까지 기재부(재무부 포함) 출신의 선임 행진이 쭉 이어지고 있다.

한은 출신은 리스크관리본부장(CRO) 몫을 가져갔다. 하지만 한은은 기재부와 함께 KIC에 자금을 위탁하는 양대 기관인 만큼 새 수장 자리를 놓고 양측이 경합을 벌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물망에 오른 후보가 모두 KIC 업무와 국제경제 흐름을 꿰고 있는 전문가”라며 “기재부 출신이 유력하지만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KIC는 정부가 굴리는 외환보유액을 효율적으로 운용·관리하기 위해 2005년 출범한 한국 유일의 국부펀드다. 지난해 말 운용자산(AUM)은 1894억달러(약 260조원)에 달했다. 사장은 성과급을 포함한 연봉이 4억2475만원(2022년 기준)이었다.

진 사장의 임기는 지난 5월 17일 만료됐다. 2021년 5월 18일 취임해 3년 임기를 모두 채웠다. 하지만 새 사장 선임 작업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내규에 따라 진 사장 임기도 자동 연장됐다.

새 사장 인선 작업이 밀리면서 KIC 투자전략 설계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외환시장을 둘러싼 국내외 거시경제 환경이 시시각각 바뀌고 있다. 그만큼 KIC 수장 인선 절차를 속도감 있게 진행해 조직·투자전략 안정화에 나서야 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김익환/류병화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