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회의론이 불거지며 미국 반도체주 주가가 급락하자 국내 증권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SK하이닉스와 LS일렉트릭은 2분기 호실적 발표에도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이 낮아졌다. 일각에서는 ‘단기적 하락에 그칠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AI주 고점론' 스멀스멀…"조정" VS "매수 기회"

AI주 ‘고점’ 놓고 엇갈린 증권가

지난 26일 하이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종전 대비 19.4% 내린 21만6000원으로 제시했다. 투자의견은 기존과 같은 ‘중립’을 유지했다. 전날 SK하이닉스가 증권가 예상을 뛰어넘은 2분기 실적을 내놨지만, AI 투자가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목표주가를 낮췄다. NH투자증권 역시 목표주가를 기존 30만원에서 28만원으로 소폭 내렸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5조4685억원으로 증권가 컨센서스(예상치 평균)인 5조1922억원을 5.32% 웃돌았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이 전 분기 대비 80% 이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0% 이상 늘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이 같은 성과에도 일부 증권사는 HBM 생산량이 수요를 넘어서 SK하이닉스의 실적이 꺾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HBM 매출에 시장의 기대가 과도했다는 지적도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AI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패키징 설비가 100% 가동된다고 해도 올해 최대 HBM 수요량은 8억8000만GB(기가바이트)”라며 “올해 HBM 생산 3사의 생산 계획은 총 13억8000만GB에 달해 수요량을 넘어설 것”이라고 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AI 반도체 투자가 고점에 달했다는 우려가 SK하이닉스 주가의 추가 상승 여력을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주와 함께 오른 일부 전력주, 반도체 장비주도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이 하향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LS일렉트릭의 투자 등급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조정했다. LS일렉트릭의 2분기 영업이익이 1096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지만 이미 실적 개선 기대가 주가에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LS증권은 하나마이크론의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1만1000원 내린 2만7000원으로 제시했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S일렉트릭의 실적 개선은 이어지겠지만 성장 기대는 충분히 반영됐다”고 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데다 경쟁이 치열해 특정 업체가 AI 관련 투자를 줄이긴 어렵다”며 “AI 수익성이 지연돼 투자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기우”라고 말했다.

조선·바이오 등 호실적주 주가 굳건

증권가 전문가들은 호실적이 예고된 비(非)반도체 종목과 업종으로 단기 트레이딩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도주였던 반도체, AI 관련주가 흔들렸지만 2분기 호실적을 예고·발표한 조선, 증권, 바이오 등이 이달 들어 우상향하고 있어서다. HD한국조선해양은 26일까지 25.19% 상승했다. 25일 발표한 2분기 영업이익은 3764억원으로 증권사 컨센서스(2667억원)보다 41.1% 높았다. HD현대중공업(33.27%), 삼성중공업(26.95%)도 강세였다.

NH투자증권은 25일 2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4.6% 웃돈 2688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달 들어 주가는 6.46% 올랐다. 삼성증권은 최근 한 달 새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28.1% 상향돼 283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달 들어 주가는 11.68% 상승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1.5% 증가한 4345억원을 찍으며 이달 들어 주가가 25.8% 급등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 국내 주식 시장의 색깔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며 “AI주의 장기 성장은 이어지지만 당분간 반도체 비중 확대는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