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와 백화점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의점은 지방 신도시를 중심으로 꾸준히 출점하고 있다. 하지만 구인난과 최저임금 인상 탓에 심야 장사를 접거나 사람을 아예 쓰지 않는 곳이 늘고 있다. 동네 식료품가게와 슈퍼마켓 수도 줄어 일부 지역은 ‘식품 사막화’(식료품 접근성이 떨어지는 현상)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일할 사람 없는 지방 편의점…심야 장사 접는다
28일 GS리테일에 따르면 편의점 GS25가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점포(심야 시간 무인 운영)와 완전무인 점포는 2019년 16개에서 지난해 816개로 51배 급증했다. 이 같은 점포는 지방에 특히 많이 생겼다. 전체 하이브리드·완전무인 점포 가운데 비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54%(441개)에 달했다. 서울 비중은 10%(84개)에 그쳤고 경기·인천은 36%(291개)였다. CU와 세븐일레븐도 각각 400여 개, 600여 개의 하이브리드·완전무인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중 60%는 비수도권에 있다.

점포에 사람이 없으면 마진이 큰 주류와 담배를 팔지 못하는데도 무인으로 돌아서는 건 계속되는 경기 침체와 최저임금 인상 탓이 크다. 최저임금이 2018년 시간당 7530원에서 2024년 9860원으로 30.9% 급등하자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무인화한 지방 편의점이 많아졌다. 전북 전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관광객이 몰리는 일부 지역을 빼면 대다수 편의점이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장사가 안된다”고 했다.

동네 식료품가게와 슈퍼마켓은 e커머스(전자상거래) 등과의 경쟁에서 밀려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국내 식료품가게는 4만7567개로 2019년(4만9608개)에 비해 2000개 넘게 감소했다. 충남(3421개→3193개) 전북(3482개→3053개) 경남(4008개→3684개) 등에서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슈퍼마켓도 3만91개에서 2만7198개로 급감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600개, 경기 580개, 인천 237개, 비수도권 1476개가 감소했다.

지방 인구소멸지역 등은 식료품 접근성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2월 발표한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행정리 3만7563곳 중 식료품 소매점이 하나도 없는 마을이 2만769곳(55%)에 달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