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대표 사임한 뒤 잠적한 구영배…"꼬리자르기 행태"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의 키를 쥔 구영배 큐텐 대표(사진)가 사태 발생 엿새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자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구 대표는 핵심 계열사 큐익스프레스의 대표직을 사임하며 책임을 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큐익스프레스는 구 대표 사임에 따라 마크 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큐익스프레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큐텐그룹 관계사의 정산 지연과 큐익스프레스 사업은 직접적 관련이 없으며 그 영향도 매우 작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 행태’라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 작업을 위해 큐익스프레스의 ‘CEO(최고경영자) 리스크’ 줄이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구 대표의 소재는 불명확하다. 해외에서 최근 국내로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확인되지 않고 있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가 “한국에 있고 그룹사 전체 활동을 하고 있다”고 언급한 게 그나마 가장 정확한 정보다.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은 “최근 (구 대표와) 연락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구 대표를 향한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30일 오후 2시 긴급 현안 질의를 열기로 했다. 정무위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등 주요 관계자를 불러 피해 규모와 정부 대책 등을 보고받을 계획이다. 구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에게도 회의 출석을 요구하기로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SNS를 통해 책임져야 할 사람들에게는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티몬과 위메프에 입점한 판매자들은 이날 서울 역삼역 인근 한 사무실에 모여 대책회의를 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를 초래한 핵심 책임자로 구영배 대표를 지목하며 “구 대표와 회사 임원들을 즉각 출국금지하고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매자들은 다음달 6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집단 면담할 예정이다.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