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서울 역삼동 큐텐 본사 앞에서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피해자들이 해결을 촉구하며 우산으로 시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서울 역삼동 큐텐 본사 앞에서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피해자들이 해결을 촉구하며 우산으로 시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큐텐그룹 산하 티몬, 위메프가 몰려든 소비자들의 성화에 못 이겨 진행한 현장 환불을 중단했다. 보유 현금이 바닥난 탓이다. 다만 티몬과 위메프에서 철수한 신용카드 전자지급결제대행(PG)·간편결제 업체들이 환불 재개에 나서며 소비자 피해는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애초 문제가 된 수천억원 규모의 판매자(셀러) 정산금 미지급 문제는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최대 월 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결제 대금이 어디로 갔는지에 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PG·간편결제 취소·환불 신청 받아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티몬은 사무실로 찾아온 소비자들의 환불 처리를 중단하고,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옥을 다시 폐쇄했다. 현장 환불에 나선 지 사흘 만이다. 위메프도 같은 날 삼성동 사무실 문을 닫고 직원을 모두 철수시켰다. 이들 업체는 ‘상품 결제 뒤 사용하지 못했거나 받지 못한 경우 이용 대금 이의 제기 절차를 밟거나 할부 계약 철회·항변권을 활용해 대금을 취소할 수 있다’는 공지를 올렸다. 소비자들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티몬, 위메프를 성토 중이다. 환불받지 못한 소비자들은 사무실 앞에서 농성했고, 일부는 위메프 사무실을 점거했다.

티몬 측은 이날까지 주문 약 600건의 현장 환불을 마쳤다고 밝혔다. 또 도서문화상품권 선주문 2만4600건의 취소 처리도 끝냈다고 발표했다. 약 108억원어치다. 티몬에 앞서 현장 환불 신청을 받은 위메프는 온·오프라인에서 총 3500건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간편결제사와 PG사의 환불 절차도 시작됐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이날부터 네이버페이 결제분의 취소·환불 요청을 받았다. 카카오페이는 이날 낮 12시부터 결제 취소·접수 채널 운영에 들어갔다. 토스페이는 전날부터 토스앱·카카오톡·고객센터 등을 통해 이의 제기 신청을 받고 있다.

PG사 중에서는 가장 먼저 토스페이먼츠가 29일 오전 8시부터 이의 제기 신청 절차를 시작하기로 했다. 아직 취소를 지원하지 않는 PG사도 대부분 이번주 결제 취소나 이의 제기 신청 절차를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환불 관련 손실액을 티몬과 위메프가 물어줄 때까지 PG사가 떠안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셀러 미정산 금액 갈수록 커질 듯

금융회사가 나서며 소비자 피해는 일부 해소됐지만 정작 이번 사태의 본질인 판매자 미정산 문제는 여전하다.

큐텐은 올 2월 인수한 미국 e커머스 위시를 통해 다음달 5000만달러(약 700억원)를 조달하겠다고 금융당국에 보고했다. 판매자들은 큐텐이 위시를 2300억원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정산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위시 내부에는 상당한 자금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위시 운영사 콘텍스트로직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동원 가능한 현금성 자산만 2억5000만달러(약 3300억원)에 육박한다.

다만 위시도 티몬, 위메프와 비슷하게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어 자금 지원에 나서기 쉽지 않다. 위시의 올 1분기 순손실은 5900만달러(약 800억원)에 달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 관계사 지원을 위해 미국에서 대규모 자금을 동원하면 미국 주주들로부터 위시 경영진이 배임 소송을 당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달 도래하는 정산금을 어떻게 갚을지도 관심을 모은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미지급 정산금만 약 1700억원인데, 이는 5월 판매분에 대한 것이다. 6, 7월 판매분의 미정산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업계에선 총 1조원에 달하는 티몬·위메프의 추정 월 결제액을 근거로, 최악의 경우 1조원의 미정산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계열사 자금을 동원한다고 해도 해결하기 어려운 수준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큐텐이 티몬과 위메프를 부도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안재광/최한종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