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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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주요 당직 인선을 진행 중인 가운데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정점식 정책위원회 의장(사진)의 거취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한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조직적으로 정 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과도한 팬덤으로 인한 당내 분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8일 정 의장의 페이스북에는 한 대표 지지자들이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수백 개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정책위 의장직에서 자진 사퇴하라는 내용이다. “새 지도부에 부담을 주지 말라” “‘윤심’을 업고 버티면 안 된다” “왜 당심을 무시하고 사퇴를 안 하느냐”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한 대표 팬카페인 ‘위드후니’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들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도 “정 의장은 사퇴해야 한다” “당심과 민심에 역행하지 말라”는 글을 올렸다. 결국 정 의장은 페이스북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런 지지자들의 행태를 두고 당 안팎에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SNS에 “한 대표의 강성 팬덤인 ‘한딸’들이 정점식 의원 페이스북에 익명의 계정으로 악플 테러를 한다”며 “우리가 그토록 비판해온 개딸(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층)과 차이점이 뭐냐”고 비판했다.

정책위 의장 인선을 두고 한 대표의 고심도 깊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통영·고성의 3선 의원인 정 의장은 검사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대표적 친윤 인사로 꼽힌다. 정책위 의장에 임명된 지 2개월밖에 되지 않은 데다 대통령실에 관계 회복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한 대표가 정 의장을 유임시킬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정책위 의장은 한 대표가 지명해도 의원총회에서 추인받아야 임명할 수 있는 만큼 교체를 강행할 경우 친윤계의 반발 등 ‘후폭풍’이 일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반면 한 대표 입장에서는 정책위 의장을 친한(친한동훈)계로 교체해야 최고위원회 구성원 9명 중 지명직 최고위원을 포함한 5명을 ‘우군’으로 확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 대표 측근들은 “한 대표 체제의 색깔을 선명히 보여준다는 측면에서도 정책위 의장을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한계인 인천 서구갑 박상수 당협위원장은 SNS에 “임기 1년을 고집하며 63%의 당원과 민심이 선택한 당 대표와 당의 앞길에 잡음을 낼 이유가 있을까”라며 “일단 사퇴하고 당 대표가 유임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정도”라고 주장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