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부담 완화를 꺼냈던 더불어민주당이 정부가 그 방향으로 세법 개정안을 내놓자 돌연 반대하고 나서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민주당이 상속세 경감을 공론화한 지 두 달도 안 돼서다. 임광현 민주당 원내부대표는 지난달 4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집값 상승 등으로 늘고 있는 중산층 가구의 상속세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개정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진성준 정책위원회 의장도 “기준 자체가 오래된 만큼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25일 자녀 1인당 공제 5억원으로 확대, 최고세율 40%로 인하 등을 골자로 한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자 민주당의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부자 감세라며 정부안 모두를 거부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진 의장은 다음날 “근로소득세 최고세율이 45%인데 상속세 최고세율을 40%로 낮추자고 하면 노동으로 인한 소득세보다 훨씬 더 낮은 세율을 적용받게 되는 것”이라고 반대 논리를 내세웠다.

진 의장의 논법은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잘 생각해 보면 혹세무민에 다름아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법인세 최고세율은 24%로 근로소득세율보다 훨씬 낮은데 이건 합리적인가라는 질문도 가능해진다. 상속세 최고세율이 40%로 소득세 최고세율 45%보다 낮은 영국은 문제 있는 나라가 되고, 상속세를 폐지한 캐나다나 호주 같은 나라는 잘못된 국가가 돼 버린다.

진 의장의 말은 상식을 왜곡한 것이다. 세목과 세율은 나라별로 상황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비교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또한 상속세는 각종 세금을 낸 뒤 형성한 재산에 재차 매기는 세금이기 때문에 부담을 낮추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미국이 상속세 최고세율을 40%로 두면서도 매년 공제한도를 높여 올해 1361만달러(약 189억원)를 적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은 정부안엔 반대하면서도 일괄공제 10억원 상향은 추진한다고 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자녀공제든 일괄공제든 상향하면 중산층 세부담 완화라는 결과는 비슷하기 때문이다. 중산층 세부담 완화를 민주당이 주도한다는 인상을 심으려는 꼼수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