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유통산업이 무너지고 있다. 계속되는 인구 유출과 e커머스의 공습으로 동네 슈퍼마켓은 물론 대형마트와 백화점도 문을 닫고 있다. 유통 인프라가 무너지면 지역 고용과 관련 산업까지 줄줄이 쇠퇴해 지방 소멸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28일 국내 주요 4개 대형마트(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킴스클럽)와 8개 백화점(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AK플라자·NC백화점·뉴코아아울렛·2001아울렛)의 최근 5년간 지역별 개·폐점 수를 전수 조사한 결과, 이 기간 폐점한 55개 점포 중 83.6%(46개)가 서울 밖 점포였다. 특히 대형마트가 많이 없어졌다. 이마트는 최근 5년 새 경기·인천과 비수도권에서 8개 점포를 닫았고,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각각 12개 점을 폐점했다.

슈퍼마켓 등 소규모 유통업체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서울 외 지역에 있는 슈퍼마켓은 2만3723개로 5년 전(2만6016개)보다 2293개 줄었다.

지방 유통산업의 쇠락은 지역 경기 위축과 인구 유출 탓이 크다. 지역 점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갈수록 위축되는 가운데 남은 수요마저 새벽배송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e커머스업체에 빼앗기고 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들이 올 들어 본격적인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어 지방 유통가의 쇠퇴는 가속화할 전망이다. 기업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실적이 나쁜 지방 점포부터 손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홈플러스는 서대전점, 동청주점 폐점을 확정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달 마산점 문을 닫은 데 이어 광주점 등의 사업성 점검에 나섰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 인프라가 사라지면 지방 고용이 줄고, 다시 인구 이탈이 가속화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