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스타트업 지원 정책으로 꼽히는 팁스(TIPS)가 흔들리고 있다. 사업비 지급 지연과 일부 투자사의 후속 투자 유치 활동 강요 논란 등이 겹치며 프로젝트 신뢰도가 떨어지는 모습이다.
벤처 지원 밀리고 성과 급감…위기의 '팁스'

팁스 예산은 급증했는데

28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팁스 예산은 2021년 2112억원에서 올해 5871억원으로 3년 새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창업지원 예산 대비 팁스 비중도 14.7%에서 31.1%로 높아졌다. 다른 초기 창업지원 예산이 민간 주도의 팁스 쪽으로 상당수 넘어간 영향이라는 게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의 설명이다.

문제는 커진 프로젝트의 덩치를 관리 역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팁스 선정 기업 A사는 올해 지원받기로 한 사업비의 20%가량이 내년으로 넘어갔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난해 팁스에 선정돼 내년에 사업이 끝나는 벤처기업 559곳이 지연 대상으로 분류됐다. A사 대표는 “당초 협약한 금액 기준으로 인건비 등 계획을 짜놨는데 당황스럽다”고 했다.

중기부는 팁스 운영기관인 한국엔젤투자협회 등에 미리 알렸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의 반응은 다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따로 전달받은 내용이 없어 직접 전화하고서야 지연 사실을 알았다”며 “알려줘야 사업계획도 수정할 것 아니냐”고 했다. 엔젤투자협회 팁스 담당부서의 1인당 과제는 2022년 22.4개에서 올해 38.4개로 늘었다.

“추천권 빌미로 과도한 지분 요구”

일부 운영사가 팁스 추천권을 빌미로 과도한 지분을 요구하는 등 부당한 일이 벌어져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운영사의 위법 사항을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는 ‘팁스 신문고’가 있지만 실효성이 낮다”고 했다.

팁스 투자사의 투자 유치 활동 요구에 압박감을 느끼는 창업자도 많다. 팁스 과제 성공 요건 중엔 ‘일정 금액 이상의 후속 투자 유치’가 있다. 전체 성공 팁스 과제 중 후속 투자를 받아 성공한 비중이 71.4%나 된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사들이 투자설명(IR) 활동을 강요하면서 추가 투자를 못 받으면 기존 투자 지분을 재매입하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기도 한다”고 했다.

지난해 말 기준 팁스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운영사는 105곳이다. 2022년 법을 개정해 운영사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이후 창업기업 발굴과 투자 실적이 하향하는 추세다.

2022년 이후 선정된 운영사의 기업 추천권 누적 소진율은 이전(2013~2021년)보다 10%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운영사의 창업기업당 평균 투자액도 2억1000만원에서 1억6000만원으로 줄었다.

팁스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는 스타트업 수준도 내려갔다. 팁스 스타트업이 내놓는 우수특허 비율이 2018년 12.6%에서 2022년 4.9%까지 낮아진 것이 단적이다.

■ 팁스(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Korea)

팁스는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을 위한 민관 협업 프로젝트다. 민간 투자사가 초기 기술기업에 선투자하면 정부 자금을 매칭(최대 5억원)한다. 최대 7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