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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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제롬 파월 미국중앙은행(Fed) 의장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11월 대선 전까지 기준금리를 내리지 말라는 경고입니다. 대선 전에 금리를 인하하면 여당인 민주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당선된 뒤 금리를 내리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그러나 Fed 인사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을 순순히 듣지 않으려고 합니다. 너무 늦게 기준금리를 내리면 미국 경기가 회복하기 힘든 상황으로 뼈져들 수 있다고 여겨서입니다. 정치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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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정국에서 Fed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를 중심으로 이번주 주요 일정과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경고등 들어온 소비

'친 해리스'로 기우는 Fed…이유는 바로 '이것'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미국 소비는 기본적으로 아직 견조합니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가가 너무 올라 소비 여력에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소매판매의 증가세도 한 풀 껶였습니다. 매달 증가세를 보이던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거나 보합세를 보이는 일이 많습니다.
'친 해리스'로 기우는 Fed…이유는 바로 '이것'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소비자 심리도 조금씩 냉각되고 있습니다. 미시간대가 집계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7월에 66.4를 기록했습니다. 현재 경제상황을 보여주는 경제상황 평가지수는 62.7로 2022년 12월 이후 2년 7개월 만의 가장 낮았습니다.
'친 해리스'로 기우는 Fed…이유는 바로 '이것'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맥도날드와 치폴레 등에 감자를 공급하는 램 웨스턴은 최근 몇달 간 감자 수요 감소 속도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감소세는 내년 회계연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맥도날드를 비롯해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5달러 메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캐시 보스트잔치치 내셔널와이드뮤추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 시기 저축이 고갈되고 저소득 가구의 신용 한도가 점점 커져 하반기로 갈수록 소비자 지출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Fed, 금리 인하 신호주나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 시카고 연은 홈페이지 캡처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 시카고 연은 홈페이지 캡처
Fed 인사들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연방은행 총재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팬데믹 기간 기업 매출이 급증했지만 이제 소비자들이 코로나19 이전 추세로 돌아가는 건 자연스러운 추세"라고 진단했습니다. 리사 쿡 Fed 이사도 "소비자들이 수년간 상승한 가격을 더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 타깃과 월마트 등이 다시 가격 할인을 시작했다"며 "고소득층들도 할인 매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증거가 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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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30~31일(현지시간)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립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동안 금리 인하가 계속 미뤄져 왔지만 현재 인플레이션과 노동시장 상황을 볼 때 9월 FOMC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신호를 보낼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 인하가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이 금리를 예상보다 빨리 내릴 경우와 너무 늦게 내릴 경우의 위험 사이에서 그 절충안을 찾아 해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금리 인하에 대한 공감대는 좀 더 강하고 직접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인하 시기는 특정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은 "대부분의 Fed 인사들은 7월 FOMC에서 완전고용 의무에 대한 하방 리스크와 인플레이션의 상방리스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 동의할 확률이 높다"며 "금리 인하가 조만간(soon) 이뤄지는 게 적절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 폭넓게 합의할 것으로 보지만 그 시점에 대해선 약간의 이견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8월 글로벌 피벗 시작하나

'친 해리스'로 기우는 Fed…이유는 바로 '이것'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Fed가 예고편을 날린다면 영국중앙은행은 본편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영국의 물가 상승률은 두 달 연속 목표치인 전년 동기대비 2%를 기록했습니다. 총선에서 노동당이 승리한 뒤 정치적으로 인하할 여건도 마련됐습니다.

댄 핸슨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영국이 다음달 1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4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친 해리스'로 기우는 Fed…이유는 바로 '이것'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다만 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게 부담입니다. 전년대비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5.7%였습니다.
'친 해리스'로 기우는 Fed…이유는 바로 '이것'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서비스 인플레가 골칫거리인 것은 유럽연합(EU)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로존의 서비스 인플레는 작년 9월 이후 계속 4%대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4월 3.7%로 하락 기미를 보이다 5월과 6월에 각각 4.1%로 재차 상승 추세입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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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유로존이 공개하는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도 상품 물가보다 서비스 물가와 근원물가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비스 물가가 진정세를 보이면 유럽중앙은행(ECB)도 9월에 다시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고용발 침체 시작하나

'친 해리스'로 기우는 Fed…이유는 바로 '이것'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한국시간으로 1일에 빅 이벤트가 몰려 있습니다. FOMC 결과가 새벽에 공개되고 그날 오후엔 영국의 통화정책회의 결과가 나옵니다.

다음날인 2일엔 미국의 7월 고용보고서가 발표됩니다. 블룸버그는 7월 신규 일자리 수가 17만8000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허리케인 베릴 영향으로 일자리 수는 일시적으로 들쑥날쑥할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실업률입니다.
'친 해리스'로 기우는 Fed…이유는 바로 '이것'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7월 실업률은 전월과 동일하게 4.1%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 예상보다 높게 나온다면 미국의 침체 가능성은 더 커집니다. Fed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클라우디아 삼 박사가 고안한 '삼의 법칙'은 실업률 변화로 침체 가능성을 예측하는 가늠자입니다. 최근 3개월 실업률의 이동평균이 1년 간 가장 낮은 3개월 실업률 이동평균보다 0.5포인트가 높으면 침체가 온다는 내용입니다. 1970년 이후 미국 경제에서 단 한번도 예외가 없었습니다.
'친 해리스'로 기우는 Fed…이유는 바로 '이것'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현재 삼의 법칙으로 본 3개월 실업률 이동평균 격차는 0.43%포인트 입니다. 7월 실업률이 시장 예상보다 높으면 침체를 우려하는 시각이 더 확산될 수 있습니다.

잘 나가던 노동시장이 갑자기 얼어붙을 기미를 보이는 것처럼 빅테크도 멈칫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특수도 오간 데 없이 빅테크 주가는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위기를 호실적으로 타개해온 저력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지난주 테슬라와 알파벳이 그랬습니다.


이번주에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까요. 30일에 마이크로소프트와 AMD가 실적을 공개합니다. FOMC 결과가 나오는 31일엔 메타와 퀄컴의 실적이 나옵니다. 다음날엔 애플, 아마존, 인텔이 실적을 공개합니다. 맥도날드(29일) P&G(30일) 마스터카드(31일) 실적을 통해 미국 소비 전망을 엿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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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함께 파월 의장의 한 마디가 대선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가늠해볼수 있습니다. 금리 인하에 2차 대선 토론, 트럼프의 성폭력 입막음 재판 선고 등이 예정돼 있는 9월이 운명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