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사진=REUTERS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의 장거리 미사일이 독일에 배치될 경우 러시아도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 유예를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해군의 날 기념식에서 "미국이 그러한 계획을 이행하면 우리는 앞서 채택한 중·단거리 타격 무기 배치에 대한 일방적 유예에서 벗어나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독일은 지난 10일 공동성명에서 미국이 2026년부터 독일에 SM-6(함대공미사일), 토마호크(순항미사일), 개발 중인 극초음속 무기 등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런 무기의 사거리 내에 러시아의 중요한 행정 시설과 산업 중심지, 국방 인프라 등이 있다"며 "향후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그런 미사일이 우리 영토 요충지에 도달할 경우 비행거리는 10분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과 그의 유럽 및 세계 다른 지역 위성국가들의 행동을 고려해 (미사일) 배치를 위한 '미러링(거울)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 미사일의 독일 배치에 대응해 (우리가) 배치할 수 있는 타격 시스템 개발이 마지막 단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상황은 미국이 중거리 퍼싱2 미사일을 유럽에 배치한 것과 관련된 냉전 시대의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1983년 서독에 모스크바 타격이 가능한 퍼싱2 미사일을 배치했다가 소련 지도부의 반발을 일으킨 바 있다.

냉전 막바지 시기인 1987년 미국과 옛 소련은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를 금지하는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맺고 핵 군비 경쟁에 제동을 걸었다. 이후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9년 러시아가 합의를 위반했다고 비난하며 INF 파기를 선언했다. 이후 러시아는 INF에서 금지한 미사일 개발을 자발적으로 유예해왔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