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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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노인 가구의 금융자산이 80세가 넘어도 정점 대비 평균 10~20%밖에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수할 가능성을 생각해 절약하는 성향이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일본 소비지출의 40%를 차지하는 고령층이 지갑을 닫으면 전체 소비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는 2024년 경제재정백서 원안에 이런 분석을 담았다. 총무성의 가계조사를 바탕으로 내각부가 자체 집계한 결과다.

가구당 금융자산은 나이가 들수록 꾸준히 늘어나다 정년퇴직 연령인 60~64세에 정점에 도달한다. 이때 평균 보유자산은 1800만엔(약 1억6000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65세 이후부터 금융자산이 줄어들기 시작하지만, 그 속도는 매우 완만하다. 85세 이상도 1500만엔(약 1억3000만원)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으로, 감소율은 10%대 중반에 그친다. 특히 금융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예금은 연령이 높아져도 거의 변화가 없다.

백서 원안은 “공적연금이나 근로소득 범위 내에서 대부분의 소비를 충당하고 있어 노후 생활을 위해 자산을 헐어 쓰는 정도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장수 리스크’에 대한 인식이 더욱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60세 이상 고령 가구가 일본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고령층의 절약 성향은 전체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 백서 원안은 “생전에 다 쓰지 않고 남겨두면 자산의 상당 부분이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고령층이 금융자산을 지키려는 이유로 상속도 꼽힌다. 자녀의 미래 생활이 자신보다 나빠질 것을 예상할 때 저축률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상속인의 80%가 50세 이상이기도 하다. 고령이 돼서야 상속받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백서 원안은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유산을 남기려는 유인을 줄여야 한다”고 봤다. 자산 이전을 촉진하는 세제 정비도 해결책으로 꼽았다. 육아 세대 대상 교육자금 일괄 증여에 대한 비과세 조치 등 타깃을 정해 고령자에서 젊은 세대로 자산 이전을 촉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라이 사유리 게이오기주쿠대 교수는 논평에서 “수명이 늘어나고 있지만 건강수명과는 괴리가 있다는 점에서 돌발적 의료비 지출에 대비하고 싶은 생각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일본인은 일반적으로 리스크 회피적이며, 장래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