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이' 조선주가 달라졌어요"…수주 이어 실적도 호황
조선주 상승세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수주 호황에 이어 기대 이상의 실적 개선까지 확인되면서다. 증권가에선 이제 조선업종도 이익을 바탕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분석할 수 있는 수준까지 실적이 호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HD현대중공업은 전 거래일보다 3만원(16.9%) 급등한 20만7500원으로 52주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HD한국조선해양HD현대미포도 각각 8.16%와 10.33% 치솟았고, 삼성중공업도 8.4% 올랐다. 세 종목 모두 지난 26일 종가가 52주 최고가다.

주가 급등 배경은 2분기 호실적이다. HD한국조선해양의 2분기 영업이익 잠정치는 3764억원으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 2667억원을 41.13% 웃돌았다. HD한국조선해양의 주력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의 2분기 영업이익(1956억원)도 컨센서스(1119억원)보다 74.86% 많았다. 삼성중공업도 예상치(950억원) 대비 37.57% 많은 130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안유동 교보증권 연구원은 HD한국조선해양의 호실적에 대해 “특별한 일회성 요인 없이 이뤄진 경상적인 호실적이라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는 과거엔 일회성 요인으로 인해 실적이 요동쳤다는 의미다. 일례로 동종 업종 내 한화오션의 경우 지난 2분기 9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63억원 흑자였다. 회사 측은 일회성 비용인 생산안정화비용 1400억원가량이 반영된 게 적자의 주요 원인이라고 해명했다. 생산안정화비용은 조선소의 생산능력 악화로 지연된 공정을 만회하기 위해 지출된 비용이다. 쉽게 말하면 ‘용병’을 투입한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인해 숙련공들이 조선업계를 떠나면서 조선소의 생산능력이 악화된 여파로 풀이된다.

한화오션을 제외한 나머지 조선소들은 생산능력을 회복시켰다는 걸 이번 실적으로 증명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2년 전부터 채용한 외국인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개선되면서 건조량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적자 수주 물량의 소진(인도) 속도도 가속화됐고, 선가 인상 이후에 수주한 물량이 (적자 수주 물량을) 대체하는 시점이 도래했다”고 설명했다.

조선사들의 생산능력 회복에 따른 수익 개선이 가치(주가) 평가 방법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은 주목할 만하다. 한영수 연구원은 “기존 조선업종의 밸류에이션은 수익성이 아닌 업종 지표와 과거 사례들로 계산했다”면서 “앞으로는 단기적인 손익개선과 수주잔고 증가에 따른 실적 추정 가시성 향상에 따라 수익성에 기반한 방식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성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매길 수 있게 됐다는 건 조선사 주가를 다른 업종 및 전체 시장과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보유 자산이 막대해, 수익성이 낮아도 가치가 매겨졌던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평가다.

수익성을 바탕으로 조선사들 기업가치를 매기게 되면 저평가 매력이 생긴다는 게 한영수 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는 “변압기, 방위산업 등 기계업종의 주가 강세로, 내년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로는 조선업종의 밸류에이션이 더 매력적인 상태”라며 “시장 및 다른 사업과의 비교 가능성은 매년 연말에 제기되는 피크아웃(정점 통과) 논란과 이로 인한 주가 조정 리스크도 완화시켜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연구원의 분석이 의미를 가지려면 조선사들의 개선된 수익성이 유지되거나 더 향상돼야 한다. 그럴 가능성에 증권가 전문가들은 무게를 싣고 있다. 수주가 계속 밀려들고 있어서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조선사들은 2027년 인도 슬롯(선박 건조 공간)을 대부분 채웠고, 2028년 슬롯을 제한적으로 열어 높은 선가의 선박을 선택적으로 수주하고 있다”며 “조선사들의 실적 개선은 당초 예상보다 1년 더 장기화해 2027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